미니멀 라이프의 시선
아들아.
내가 너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마음이 편치가 않단다.
아들아.
네가 미니멀인가 뭔가를 실천한다고 했을 때, 이제야 정신 차렸구나라고 생각했단다. 쓸모없는 것에 낭비하지 않고 아끼고 산다니 그보다 좋은 게 더 있겠냐고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네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직접 느껴보니 이건 아닌 거 같구나. 비워도 너무 비운 것 같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야 하고, 하루에 수백 번 왔다 갔다 해야 하고, 편히 쉴 공간도 없이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맘이 좋지가 않구나.
아들아.
마누라 돌본다고, 자식새끼들 돌본다고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새벽 3시 기상이 웬 말이니?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면서 대체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준비를 한다는 말이니. 다 좋지만, 너 건강도 챙겨야 한다.
아들아.
그래도 이렇게 비우고 사니 아이들이 지내기에는 참 좋은 것 같아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고, 예전에는 좁았다 생각했던 집이 이번에 와서는 참 넓다는 느낌을 받아 가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치워놓으니 답답함 보다는 개방감이 많이 느껴서 보기에도 좋고 뭔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긴 하단다.
아들아.
네가 살아가는 기준. 너의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란다. 성공의 기준. 삶에 대한 기준을 조금만 바꾸면 참 좋을 것 같다. 잘 산다는 틀을 조금만 벗어나서 산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너무 잘 살아야 한다는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신앙을 중심으로 살아간다면 행복은 따라오는 결과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아들아.
항상 잘할 거라 믿지만, 괜스레 걱정이 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사랑한다. 아들아.
지난달 와이프의 수술로 인해 손자들을 봐주시기 위해 어머님께서 올라오셔서 5일간 우리 집에서 생활하셨다. 그리고 내려가시는 기차 안에서 생각이 많으셨는지 메시지 한 통을 보내셨다. 메시지를 받아 읽어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며 어머님은 어떤 느낌이셨을까? 나는 나의 기준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님께 보여 드렸지만.. 어머님 입장에서는 안쓰러움이 더 크셨나 보다.
어떤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였을까?
미니멀을 통해 비워진 생활환경?
새벽에 기상하는 미라클 모닝?
그냥 며느리 없이 혼자 고생하는 모습?
신앙보다 세속에 더 가까워져 있는 것 같은 모습?
메시지를 받고 어머님의 걱정을 놓아드리기 위해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솔직히 내 마음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아들의 생각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조금씩 나의 생각들을 전달하였다. 물론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아들이 목표로 살고 있다면 충격이 크실 것이기에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만 살짝 표현하고 마무리하였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한 가지 마음이 걸렸던 것이, 가족들을 초대하였을 때 그 불편함을 어떻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까였다. 가족이 아닌 지인들이야 그냥 우리의 모습 그대로 느끼고 가라고 하면 되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와보시고 거의 1년 6개월 만에 올라오신 어머님은 내려가시기 전에 이것저것 반찬을 해놓고 가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프라이팬은 하나요. 냄비는 2개고, 음식을 담을 용기는 몇 개 없고 참으로 답답하셨을 것 같다. 내려가시기 전까지 음식을 하셨다는데 주방을 보니 반찬 담을 용기가 없어 밥그릇, 국그릇에 담아 랩을 씌워놓은 것을 보면서 내 마음도 참 편치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님께서도 이번의 기회로 아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 시간을 가지셨을 것이다. 맥시멀, 홀더의 삶을 살아오신 그 시절 그 세대의 부모님들이 우리의 미니멀 삶을 바라보시며 느끼셨던 생각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인 방향이든 그것을 억지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자연스레 아들의 모습이 기특해 보일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이 글을 어머님이 보시진 않겠지만, 이 글을 기회로 한번 더 전해 본다.
어머니,
아들 정말 잘 지내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아시던 1-2년 전 저의 모습보다 지금의 제가 10배는 더 행복하고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행복하고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테니 걱정보다는 앞날을 위한 기도 부탁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by 별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