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인정받는 글쓰기
직장인에게 문서 작성 능력은 필수이다. 말로 모든 업무를 할 수가 없다. 문서는 반복적인 의사소통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예컨대, 잘 만들어 놓은 온보딩 문서 하나만 있어도 신규 입사자가 들어올 때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재택과 회사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에서는 더욱 빛을 본다.
나의 글쓰기는 형편없다. 평소에 글을 자주 쓰지 않는다. 문서 작업이 있으면 최대한 미룬다. 그러다 잘 쓰인 글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가끔 명문에 피드백을 줘야 할 때는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주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피드백을 준다. 글의 구성이나 문장, 어휘 등에 대해서는 그냥 받아들인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투자심의 문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대기업은 예산을 정해놓고 각 부처에 배부한다. 만약 추가로 예산을 받고 싶으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때 프로젝트를 위해서 투자심의 문서가 필요하다.
투자심의 문서를 읽는 사람은 투자자이다. 기업에서 투자자는 대부분 돈을 쥐고 있는 재무팀이다. 그들은 개발자가 아니라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투자심의 문서에는 기술적 내용이 구구절절 들어가 봐야 소용이 없다. 오히려 회사가 직면한 문제와 그 해결책 및 효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금액에 대해 논거가 탄탄해야 한다.
나는 이런 문서를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디자인 문서를 써온 경험을 토대로, 기존에 잘 쓰인 사례와 비슷하게 작성했다. 하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니 완전히 새로운 문서가 되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쓴 문장들은 살아남지 못했다.(미안... ㅠㅠ)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글쓰기가 아주 형편없다는 사실을...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투자심의를 무시하고는 대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어렵다. 나중에 사업을 하더라도 어차피 겪게 될 문제이다. 오히려 대기업이라는 좋은 울타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행히 주변에 전문가가 많다. 내 문장이 인정받는 날이 곧 오리라 믿고, 나는 오늘도 블로그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