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전세계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Discord
Discord는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2015년 봄. 디스코드는 완성되었다. 음성은 깨끗했고 연결은 빨랐고 사용법도 단순했다. 친구가 보낸 링크 하나만 누르면 바로 음성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훌륭한 제품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였다. 사용자가 없었다. 디스코드 서버에 접속해 있는 사람은 제이슨 시트론과 공동 창업자 스탄 비슈네프스키, 그리고 몇 명의 직원들뿐이었다. 사람이 없는 채팅 서비스.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은 어디부터 시작하겠는가?
스타트업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종종 기술이 아니다. 첫 번째 사용자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를 집행한다. 페이스북, 구글 , 유튜브.. 하지만 수백억을 소진한 해머 앤 치즐에게 그런 여유는 없었다. 페이츠 포에버 실패 이후 회사 통장에 남은 돈은 많지 않았다. 마케팅 예산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 그래서 제이슨 시트론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게이머들이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활발한 곳이 있었다.
레딧이었다. 레딧은 전 세계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각 게임마다 게시판이 있었고 플레이어들이 전략을 공유하고 문제를 토론하고 불만을 털어놓는 장소였다. 제이슨은 그중에서도 한 커뮤니티를 눈여겨봤다. 파이널 판타지 XIV 게시판이었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레이드라는 콘텐츠에 거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드는 단순한 게임 모드가 아니었다. 20명, 30명, 많게는 4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움직이며 거대한 보스를 공략하는 협동 전투였다.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했다. 누군가 스킬을 1초 늦게 쓰면 전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플레이어들에게 음성 채팅은 필수 장비였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던 도구들은 여전히 불편했다. 스카이프는 무거웠고 팀스피크는 설정이 복잡했다. 그래서 레딧 게시판에는 매일 같은 불만이 올라왔다. 스카이프 또 끊겼다. 팀스피크 서버 또 죽었다. 왜 아직도 제대로 된 음성 채팅 프로그램이 없는 거지. 제이슨 시트론은 그 글들을 조용히 읽고 있었다.
어느 날 제이슨은 레딧의 그 게시판에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스카이프 때문에 고생하는 걸 압니다. 그래서 아주 가볍고 빠른 음성 채팅 앱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IP 주소도 필요 없고 복잡한 설치도 없습니다. 이 링크를 누르면 바로 연결됩니다. 무료입니다. 한 번 써보세요."
그리고 링크 하나를 붙였다. 처음 반응은 냉소였다.
"또 VoIP 쓰레기 앱인가."
"이거 누르면 바이러스 걸리는 거 아니야?"
"요즘 이런 사기 링크 많다."
레딧은 기본적으로 매우 냉소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게이머 커뮤니티는 더 그랬다. 새로운 서비스에 쉽게 속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한 길드장이 그 링크를 눌렀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면이 열렸다.
<Discord 서버에 입장하셨습니다>
다운로드 창은 없었다. 회원 가입도 없었다. 설정도 없었다. 브라우저가 열리는 순간 음성 채널이 바로 연결됐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끊김이 없었다. 지연도 거의 없었다. 깨끗하고 가벼웠다. 길드장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거 뭐지?'
그는 바로 길드 채팅창에 링크를 올렸다. "야 이거 한번 들어와 봐." 몇 분 뒤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10명...20명....30명...그리고 곧 40명이 동시에 연결됐다.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연결이 거의 문제 없이 작동했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이거 팀스피크보다 빠른데."
다른 사람이 말했다.
"스카이프보다 훨씬 가볍다."
그날 밤 레이드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평소에는 음성이 끊기거나 연결이 불안정해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그날은 조용했다. 명령이 또렷하게 전달됐다. 타이밍이 맞았다. 그리고 레이드는 성공했다. 그 길드장은 레딧에 댓글 하나를 남겼다.
"이거 대박이다"
그 한 줄이 시작이었다.
게임에 참여했던 길드원 40명은 다른 게임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도타.
오버워치.
링크는 게이머 커뮤니티를 따라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친구에서 친구로, 길드에서 길드로. 커뮤니티에서 커뮤니티로.
데이터는 놀라웠다. 처음 10명이던 접속자는 곧 100명이 되었고 몇 주 뒤에는 10,000명을 넘어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장이 마케팅 비용 없이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이 링크를 보내며 친구들을 초대한 결과였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고객을 한 명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CAC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회사는 광고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디스코드는 달랐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고 있었다. CAC는 사실상 0에 가까웠다.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사무실에서 제이슨 시트론과 스탄 비슈네프스키는 넋을 놓고 대시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페이츠 포에버의 사용자 그래프는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였다.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곧 수십만 명의 사용자도 가능해 보였다. 제이슨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회사에 다시 생명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사무실 한쪽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익.
메인 서버 모니터링 화면이 갑자기 빨갛게 변했다. 스탄이 노트북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굴이 굳었다.
“제이슨.”
그가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제이슨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스탄이 화면을 가리켰다.
“사용자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어.”
CPU 사용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서버 트래픽이 한계를 향해 치솟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서버가 다운될 수도 있었다. 성공이 너무 빨리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