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전세계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Discord
모든 플랫폼은 결국 하나의 질문과 마주한다.
자유로운 공간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자유의 결과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2017년 여름.
디스코드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게이머들의 음성 채팅 도구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개발자 커뮤니티, 팬덤, 온라인 동아리, 암호화폐 프로젝트, 오픈소스 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디스코드 서버 안에서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바라보는 대시보드 그래프는 여전히 위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사용자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름, 디스코드의 이름이 전 세계 뉴스에 등장한다.
이유는 성장 때문이 아니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미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사건이 그곳에서 벌어졌다.
백인 우월주의자와 극우 단체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Unite the Right” 집회였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했고 충돌이 이어졌으며 결국 차량 돌진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사건 이후 언론과 수사 기관은 시위가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플랫폼의 이름이 등장했다.
디스코드.
조사 결과 일부 극우 단체들은 디스코드의 비공개 서버를 이용해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이동 계획을 논의하고 모임을 조직하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외부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인 채널이었다.
디스코드의 특징들이 그들에게는 편리한 도구였다.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서버.
외부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채팅 공간.
필요하면 언제든지 서버를 만들 수 있고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는 구조.
원래는 친구들이 게임을 하며 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의 비판이 빠르게 확산됐다.
뉴욕타임스와 여러 매체들이 디스코드를 기사 제목에 올렸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극단주의 조직의 온라인 본거지.
폭력 시위를 준비한 채팅 서버.
디스코드 본사에서는 긴급 회의가 이어졌다.
엔지니어, 정책팀, 법률팀이 모두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제이슨 시트론에게는 창업 이후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였다.
그는 처음부터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용자에게 자유를 주는 공간.
회사는 도구만 제공하고 그 안에서 어떤 문화가 만들어질지는 사용자에게 맡긴다.
인터넷 초창기의 문화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철학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플랫폼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질문은 디스코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거대한 플랫폼들도 같은 질문을 받고 있었다.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일 뿐이다.
마치 수도관처럼 정보가 흐르는 길을 제공할 뿐이며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는 사용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제이슨 시트론은 그 논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만약 디스코드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플랫폼은 빠르게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었다.
위험한 커뮤니티가 모이는 공간.
혐오와 폭력의 온상.
그런 이미지가 붙는 순간 일반 사용자들은 떠나게 된다.
학교, 기업, 커뮤니티들도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 선택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디스코드의 철학은 분명했다.
사용자를 과도하게 통제하지 않는다.
그 원칙을 깨는 순간 많은 초기 사용자들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디스코드는 검열 플랫폼이 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게이머 커뮤니티는 특히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제이슨 시트론은 고민했다.
플랫폼은 중립적인 도구인가.
아니면 하나의 사회인가.
며칠 동안 내부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결론이 내려졌다.
다음 날 아침.
디스코드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디스코드는 중립이라는 방패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백인 우월주의와 폭력을 조장하는 어떠한 혐오도 이 플랫폼에서 용납될 수 없습니다."
성명은 짧았지만 분명했다.
그리고 행동이 뒤따랐다.
회사 내부에서는 “밴 해머”라고 불리던 조치가 실행되었다.
극단주의 커뮤니티 서버들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서버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관련 계정들도 영구 정지 처리되었다.
동시에 회사 내부에는 Trust & Safety 팀이 확대되었다.
위험한 커뮤니티를 감시하고 대응하는 정책도 빠르게 정비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반발도 나타났다.
일부 사용자들은 공개적으로 분노했다.
"디스코드는 이제 검열 플랫폼이다."
"기업이 우리의 대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은 끝났다."
몇몇 커뮤니티는 플랫폼을 떠났다.
하지만 제이슨 시트론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가는 떠난다.
하지만 플랫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변화가 나타났다.
극단적인 커뮤니티들이 사라지자 더 다양한 사람들이 플랫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교 동아리.
개발자 커뮤니티.
팬덤 커뮤니티.
스터디 그룹.
디스코드는 점점 더 넓은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 갔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변화는 숫자로 나타났다.
디스코드의 사용자 수는 수억 명 규모로 늘어났다.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데카콘이라고 부른다.
디스코드는 그 반열에 올라 있었다.
한때 실패한 게임 회사였던 작은 스타트업이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기업들이 디스코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한 회사가 -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게임 사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엑스박스와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이미 거대한 게임 생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게이머들이 실제로 모여 대화하는 공간은 다른 플랫폼에 있었다.
트위치, 레딧, 그리고 디스코드.
특히 디스코드는 게이머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디스코드를 켜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그 플랫폼은 매우 매력적인 자산이었다.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의 디스코드 본사로 한 통의 제안이 도착한다.
그 제안서에는 숫자가 하나 적혀 있었다.
12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16조 원.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회사를 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일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