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의 유혹

(7화) 전세계 커뮤니티들의 플랫폼, Discord

by 똘똘이스머펫

모든 성공적인 창업 이야기에는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회사를 계속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려놓을 것인가.

성공은 종종 그 질문의 형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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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었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친구들과 직접 만나는 일도 갑자기 사라졌다. 사람들은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도시는 조용해졌지만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소음의 중심에는 하나의 플랫폼이 있었다.


디스코드였다.


원래 이 서비스는 게이머들이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만든 음성 채팅 도구였다. 하지만 팬데믹은 그 서비스를 전혀 다른 존재로 바꾸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결될 공간을 찾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디스코드 서버를 만들어 온라인 스터디를 열었다.


독서 모임이 생겼고 K-pop 팬들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타트업 팀은 디스코드를 작은 사무실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도 디스코드 안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같은 서버 안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더 이상 게임을 하기 위해서만 디스코드를 켜지 않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디스코드의 MAU는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기업 가치도 빠르게 올라갔다.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디스코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극히 드문 스타트업 등급에 들어갔다.


데카콘.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부르는 이름이다.


게이머들의 채팅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던 작은 서비스가 이제 전 세계 커뮤니티의 중심 플랫폼이 되어 있었다.


이 변화는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기업들도 놓치지 않았다.


플랫폼 전쟁의 시대에서 커뮤니티는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그것이 곧 권력이었다.


디스코드는 이미 수억 명이 모이는 디지털 광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광장을 탐내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존, 에픽게임즈, 그리고 마침내....마이크로소프트.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사업에 큰 투자를 하고 있었다. 엑스박스 콘솔과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


커뮤니티였다.


게이머들이 실제로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 있었다.


트위치, 레딧, 그리고 디스코드.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디스코드를 켜고 있었다. 친구들과 음성 채팅을 하고 전략을 이야기하고 커뮤니티 서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그림이 보였다.


만약 디스코드를 인수할 수 있다면...?


엑스박스 생태계와 결합해 전 세계 게이머 커뮤니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었다.


그래서 2021년 봄.


마이크로소프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의 디스코드 본사로 한 통의 제안이 도착했다.


그 제안서에는 숫자가 하나 적혀 있었다.


12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16조 원.


그 숫자는 너무 커서 현실감이 사라질 정도였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거대한 기업이 현금을 들고 찾아오면 대부분의 회사는 결국 인수된다.


왓츠앱은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깃허브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슬랙 역시 거대한 기업의 품으로 들어갔다.


디스코드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16조 원이라는 숫자 앞에서 고개를 저을 수 있는 창업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밤, 디스코드 본사 한쪽의 조용한 집무실에서 제이슨 시트론은 혼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인수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120억 달러.


그가 펜을 들어 서명만 하면.


그는 단숨에 세계적인 억만장자가 된다.


더 이상 서버 장애 때문에 밤잠을 설칠 필요도 없다.


언론의 비판이나 규제 문제를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다.


회사의 모든 책임은 거대한 기업이 떠안게 된다.


창업자에게는 완벽한 엑시트였다.


하지만 제이슨의 머릿속에는 다른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의 기억이었다.


2011년 -


그는 첫 번째 창업이었던 오픈페인트를 일본 기업에 약 1억 달러에 매각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그를 천재 창업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수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그가 만들었던 플랫폼은 대기업의 구조 속에서 점점 속도를 잃었다.


새로운 실험은 줄어들었고 제품은 천천히 낡아 갔다.


결국 몇 년 뒤.


서비스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돈은 남았지만.


자신이 만든 세계는 사라졌다는 것을.


제이슨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밤은 조용했다.


만약 디스코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처음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플랫폼은 거대한 기업의 전략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아니라 엑스박스 생태계를 위한 하나의 기능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디스코드가 지금까지 지켜온 철학과는 전혀 다른 미래였다.


며칠 뒤.


월스트리트저널과 여러 경제지의 헤드라인에 하나의 속보가 등장했다.


'디스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120억 달러 인수 제안 거절.'


실리콘밸리는 잠시 조용해졌다.


제이슨 시트론은 16조 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팔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스코드는 새로운 방향을 발표한다.


홈페이지에서 오래 사용하던 문구가 사라졌다.


'Chat for Gamers.'


대신 새로운 문장이 등장했다.


'Your Place to Talk.'


게이머들의 채팅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


디스코드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다음편에는 작가의 회고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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