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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Feb 03. 2022

'기브앤테이크' 하는 제품에 대하여

아이폰 통화 녹음 앱 '스위치'로 보는 앱의 사용성


'기브앤테이크'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어야 하는 엄격한 원칙이다. 아이폰 통화 녹음 앱 '스위치'를 통해 기브앤테이크 원칙이 뭔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나는 스타트업의 그로스 담당자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은 말하자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품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인데, 직업병처럼 앱이나 웹 서비스를 사용할 때면 개선할 점들이 눈에 띄곤 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낀점과 개선할 점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려 한다.


개요

이 글에서 다룰 서비스는 ‘스위치’라는 앱이다. 아이폰에서 통화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확인하고 설치했다. 아이폰 사용자인 나는 평소에도 통화 녹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고, 큰 고민 없이 앱을 설치하고 실행해봤다.


사용하며 불편했던 점


부적절한 사용자 참여 요구

1. 앱 실행과 동시에 친구 초대 요구함


2. 서비스 사용해보기도 전에 음성인식 향상을 위한 설문조사 요구함

사용자가 '스위치'를 실행하자마자 친구 초대 팝업을 노출하는걸 일상 활동으로 은유하면 막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는 것과 같고, 사용하기도 전에 설문조사를 요청하는건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맛 평가를 부탁하는 것과 같다. 둘 다 최악이다.


혼란을 주는 워딩

1. 친구 초대하고 무제한 플랜 받기

친구를 초대하면 무제한 플랜을 얻는것이 아니다. 친구 한명을 초대할 때마다 유료 요금제 혜택을 2주간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초대할 수 있는 친구 숫자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친구를 초대하면 유료 요금제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문구가 기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2. 요금제 표기

요금을 표시하는 화면이 매우 혼란스럽다. 정보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제시되지 못하고 모든 내용을 다 읽은 다음에도 머릿 속으로 한번 계산을 하게 만든다. 바로 보기에는 서비스를 월 7,500원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세히 읽으면 연 요금제 90,000원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 중에서 자세히 보지 않고 결제하고 7,500원이 아니라 90,000원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분노한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


연간 요금제를 선택하면 월간 요금제에 비해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그 정보를 표시하는 방식이 조잡하다.


그러면 요금제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다른 앱의 우수 사례를 보자, 명상 앱인 Calm의 결제 가격 표시 화면

간단해 보이는 화면이지만 네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구매를 하면 얻게되는 혜택 안내

'결제' 대신 '잠금 해제' 라는 거부감 낮은 표현 사용

'최고 인기' 문구를 통해 부드럽게 연간 결제 구매 유도

연간 결제를 구매하면 월간 결제에 비해서 얼마나 이득인지 안내
(여기서 "연간 구매시 70% 할인" 처럼 직접적인 할인율을 제시하지 않은게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대충 어림 계산 해보고 연간결제가 네배나 이득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제 화면 구성이 그야말로 완벽해서 왠만한 앱 서비스는 그대로 베껴도 되겠다.


원인 추정하기

서비스의 불편함은 ‘결과’이다.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고려한 (혹은 간과한) 원칙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스위치는 왜 이렇게 된걸까?


스위치 팀은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을 간과한 것 같다. 기브 앤 테이크는 제품은 소비자에게 먼저 가치를 주고(기브) 그 이후에 뭔가를 얻어내야(테이크) 한다는 의미이다. 이 순서가 정말 중요하다! 제품이 왜 좋은지도 모르는 소비자에게 먼저 무언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스위치는 참 바라는게 많은 제품이다. 실행과 동시에 친구를 초대하기 바라고, 사용해보기도 전에 설문조사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제품을 사용해보고 가치를 느끼는 과정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총평

아이폰에서 녹음이 되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컸다.

좋은 서비스를 구현했지만 조금만 더 개선하면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든 서비스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혹시나 스위치 팀이 이 글을 보더라도 노여워 하지 않기를.


스위치 팀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참고자료
https://growth.design/case-studies/calm-growth-referral-tactics

위 참고 자료는 명상 앱 Calm이 얼마나 세련된 방식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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