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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Feb 18. 2022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요"
제품 온보딩에 대하여

소셜 앱 '문토'로 보는 제품 온보딩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제품 이야기 두 번째.

이 글에서는 소셜 앱 '문토'를 통해 제품 온보딩이 무엇인지, 좋은 온보딩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먼저 형편없는 온보딩이 뭔지 알아봅시다.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슈퍼에서 독특한 음식을 발견했습니다. '베트남식 만두 밀 키트'라는 이름의 제품을 집어 들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나오는 식재료들은 당신이 처음 보는 낯선 것들 뿐이고 조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포장지에 적힌 설명은 베트남어를 그대로 직역한 듯 이해하기 힘듭니다. 낯선 식재료들에 둘러싸인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지... 이거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망한 것 같네요.


그래서 제품 온보딩이 뭔가요?

새로운 요리를 먹어보려면 그 조리법을 알아야 하듯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도 사용법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제품 온보딩'은 제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말해요. 제품이 사용자에게 스스로를 소개하며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를 온보딩 시키는데 실패하면 사용자는 낯선 식재료에 둘러싸인 것처럼 길을 잃게 될 겁니다.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서 사용해보지도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이 없을 거예요. 그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가는 경우보다 훨씬 나쁜 경우입니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갔다면 어떤 점을 고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겠지만 온보딩의 실패로 이탈해버린 고객에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객을 모집하는데 광고 비용을 사용했다면 예산을 허공에 태워버린 셈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초기 기업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학습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실제 소프트웨어 온보딩 사례를 살펴볼까요?


문토로 보는 온보딩

이번에 같이 살펴볼 서비스는 '문토'입니다. iOS, 안드로이드에 등록된 앱 서비스이며, 사람들이 취미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일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의 만남을 도와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네요.


자 글을 더 읽으시기 전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문토라는 앱을 설치하고 처음 사용해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살펴봐주세요. 여러분의 판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스크린샷을 순서대로 나열하기만 하고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코멘트는 그 이후에 덧붙이겠습니다.

 

설치 후 화면 순서대로 나열


저는 이미 개인인증을 마쳐서 스크린샷을 찍을 수 없었지만, 원래는 이 단계에서 개인인증이 진행됩니다.


이제야 여러분은 온보딩과 회원가입을 거쳐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떠셨나요?

이 과정을 통해 문토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문토가 왜 다른 서비스보다 좋은지 이해할 수 있었나요? 

이 과정에 코멘트를 남겨보겠습니다.


코멘트와 함께 다시 보기

무난합니다. 하지만 더 개선할 여지가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문토를 설치한 사람이라면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고 간주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라이빗 커뮤니티'라는 말도 정확한 의미를 알기 힘듭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모임을 떠올리게 되는데 문토는 그런 앱은 아니거든요.


두 번째 화면부터 아쉬운 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샷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이 화면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서 더 많은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였어요. 어차피 앱을 사용해보면 알 수 있는 정보인만큼 온보딩 과정에서는 스크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보를 간략히 요약해서 전달하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문토는 가입이 승인된 사람에 한해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잘 표현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에 대한 인증을 요구한다는 점은 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모임 서비스 밋업과 차별되는 점인데 이걸 좀 더 명료하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는 좀 혼란스러웠어요. 모임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게 가입하기 전에 강조할 만큼 중요한 핵심 기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후기 기능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다면 가입하기 전에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입한 이후, 혹은 사용자가 첫 번째 모임을 끝마친 이후에 전달했던 편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유용하고 좋은 앱이지만 '후기 남기기' 기능에 끌려서 사용하게 되지는 않듯이요.


이게... 아직 회원 가입 하기 전이거든요.

사용자와 앱이 관계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앱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에 대한 안내를 지금 받는 건 조금 이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설명을 듣고도 아직 회원가입을 마치지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꼭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회원가입 - 온보딩 - 서비스 사용 순서로 배치하는 게 좀 더 직관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회원가입과 개인인증을 요구하는 문토의 특성상 허들이 높은 일이 중간에 들어가는 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실제로는 데이터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전체 앱 설치자 중에서 개인인증까지 마치는 사용자의 비율을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사용 경험이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단 안 그래도 지나치게 긴 온보딩 과정과 회원 가입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력을 소모한 상황인데 장문의 글이 또 나온다는 점에서 읽기도 전에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리고 글을 잘 읽어보면 말투는 친절하지만 결국은 문토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분이 한번 더 안 좋습니다. 물론 일부 문제 사례가 수많은 사용자의 사용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문토는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글과 사진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요'라는 식으로 달리 표현했으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동의하고 문토 시작하기'라는 계약서에서나 볼법한 워딩도 더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 것 같고요.


어... 그래서 이제 사용할 수는 있게 되었는데... 뭘 하면 되는 거죠? 오른쪽 아래에는 왜 카카오톡 로고가 있는 걸까요? '소셜링'은 모임을 의미하는 것 같긴 한데... '라운지'는 뭐죠? 


그동안 읽었던 설명이 앱을 사용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제 버튼 하나씩 눌러보면서 뭐가 뭔지 알아봐야 해요. 사실상 온보딩이 전혀 없었어도 지금 느끼는 혼란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말하자면 문토의 온보딩은 없는것보다 못한 온보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입하는데 필요한 절차와 시간은 늘어나는데 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제로에요.


그러면 이제 다른 서비스의 온보딩 사례를 살펴볼까요?


노션 온보딩 사례 살펴보기

노션은 회원가입 과정에서 사용자의 유형을 물어봅니다. 개인과 팀 사용자를 구분하고 그에 맞춰서 초기에 보여주는 온보딩 과정도 구분이 돼요.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본 템플릿을 제공하고 주목해야 하는 지점을 강조하는 '프로덕트 투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션이 기본적으로는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서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온보딩을 간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감탄한 것은 노션이 온보딩 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었어요. 노션은 정말 멋진 도구입니다. 고급 기능을 사용하면 다른 문서 프로그램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멋진 일들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노션은 그런 정보를 처음 가입하는 사용자에게 전혀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러 것들은 사용하면서 천천히 알아가라는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그저 빛인 노션...


우리는 왜 온보딩을 잘 못할까?

한마디로 지식의 저주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당신이 옳았어요, 타노스...

지식의 저주는 상대방이 내가 아는 것을 이미 알 것이라고 짐작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우리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해서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직관을 거슬러야 하는 일입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욕심을 부르게 되기도 합니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 당장 알아야 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적절한 때에 알려주는 게 좋을 거예요.


좋은 온보딩을 이해하는 은유

그래서 온보딩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저런 좋은 방법론들과 프레임 워크가 있지만 저는 '집에 친구 초대하기'에 은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에 여러분의 친구를 처음 초대해봤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까요?


집에 찾아오기 쉽도록 정확한 주소와 근처의 이정표를 알려줍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줍니다.

친구가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혹시 친구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이 있다면 미리 알려줍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는 친구가 물어볼 때에 알려줍니다.


각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 전달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건 과잉 친절이에요. 집에 초대한 친구와 서비스에 들어온 사용자가 다른 점은 친구와 달리 사용자는 언제든지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서비스를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마치며

여러분의 멋진 서비스에 어울리는 멋진 온보딩을 갖추길 바랍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이탈하는 건 너무나도 큰 노력의 낭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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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다뤄주길 바라는 서비스의 대표님이 있다면 그 또한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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