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버니'로 보는 정보전달이 사용성에 미치는 영향
이번 시간에는 '헤이버니'라는 서비스를 통해 제품의 사용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헤이버니'가 어떤 서비스인지 자세히 알리지 않은 상태로 스크린샷을 함께 보면서 제 생각을 첨부해보려고 합니다.
(글 제목의 '생각 없는 제품'은 사용자가 생각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친구가 추천해준 '헤이버니'라는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합니다. '뉴스레터 관련 서비스'라는 간단한 설명과 서비스 이름만 아는 상태로 당신은 헤이버니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합니다.
이제부터 헤이버니의 랜딩페이지부터 사용을 마칠 때까지의 여정을 스크린샷을 첨부하고, 각 시점에서 제가 느낀 심정을 글로 풀어냅니다. 각 단계의 스크린샷만 본 상태에서 여러분은 이 서비스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지 잠깐 생각해보고 제 코멘트를 읽으시면 더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코멘트; 고화질의 인물 사진이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습니다. 웹 서비스의 랜딩페이지에 인물 사진을 삽입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더 그렇네요. 사진의 화질에 감탄한 다음에야 왼쪽의 헤드라인을 읽습니다. "뉴스레터를 모아서 볼 수 있다"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인물 사진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서비스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은 전혀 없네요. 헤이버니라는 이름은 귀엽지만 뉴스레터 관련 서비스라고 연상하기에도 어려웠습니다. 전 아직까지 헤이버니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회원가입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잠깐 스쳐갑니다.
아니... 그런데 메인화면에 회원가입 버튼이 안 보이네요? 일단 로그인 버튼을 클릭해봅니다.
코멘트;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로그인을 클릭한 다음에야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선택할 수 있게 구성해놨네요. 이런 사례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라서 당황스러웠어요. 어쨌거나 회원가입을 하려는 사람은 한번 헷갈린 다음에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고 다시 회원가입을 클릭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올라갑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하나의 버튼으로 합치는게 무슨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점밖에 없는 것 같지만, 어떤 이유에서 꼭 하나의 버튼으로 구현해야 했다면 버튼의 문구를 '시작하기'로 바꾸는 것 만으로도 지금보다는 헷갈리는 정도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코멘트; 놀랍네요! 회원가입을 위해 G메일 주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사용자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불러옵니다. 이게... 사실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가져가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지만,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회원가입 단계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고 있는데 이걸 왜 물어보는지 알 수 없어서 찜찜합니다. 웹서비스에서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게 아닐 텐데 생년월일이 필요한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코멘트; 조금 헷갈립니다. '회원가입 완료'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인증번호를 받으라니요? 회원가입이 끝난 건가요, 아닌가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저는 아직 헤이버니가 어떤 서비스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이걸 깨달으니 인내심이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일단 이메일 인증까지 마쳐봅니다.
코멘트; 드디어 제품에 대한 온보딩 과정이 노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봐도 헤이버니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뉴스레터를 정리해준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헤이버니는 크롬 위젯인가요? 온보딩 과정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양에 비해서 그 단계를 셋으로 구분한 것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기획을 했다면 하나의 페이지에서 아래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 같아요.
"정리되지 않고 뒤섞여버리는 뉴스레터, 당신은 즐겁게 읽는데만 집중할 수 있게 헤이버니가 도와드립니다."
뉴스레터 추천에 대한 설명을 봐도 뭐가 좋은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핵심 기능이 뉴스레터 정리이고, 보조 기능이 뉴스레터 추천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에 시작하는 사용자에게는 굳이 그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편이 더 빠른 온보딩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멘트; 다양한 뉴스레터들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놓은 걸까요? 좋습니다. 처음 가입하는 사용자에게 본인의 취향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맞춤형 초기 화면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 작업 같은 거죠.
코멘트; 이 화면에서 헤이버니에 대한 게 전부 이해되었습니다. 헤이버니는 뉴스레터를 받기 위한 용도의 이메일 주소를 따로 만들어주는 서비스였군요. 흥미로운 아이디어입니다. '헤이버니는 뉴스레터 수신용 이메일 주소 생성 서비스'라는 것이 더 빨리 전달되었으면 그동안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 같네요.
코멘트; 사용성과 관련된 코멘트는 아니지만 사용자에게 이메일을 직접 정하게 하고 그것을 확정하게 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헤이버니에서 생성하는 이메일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저 뉴스레터를 받아보기 위해서 사용할 거잖아요? 그렇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이메일을 정하게 하지 말고 무작위로 생성된 이메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꿨으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하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한 단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제품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의문에 가깝군요!
코멘트; 아... 사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헤이버니를 그만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에 글 써야겠다는 계획이 아니었다면 그만했을 거예요. '그럼 이제, 헤이버니를 시작해볼까요?'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 긴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말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추가적인 온보딩 과정이 시작될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코멘트; 온보딩은 아니지만 환영 메시지를 한번 더 받았군요. 이 화면에서 제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던 유의미한 정보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환영 인사는 이제 그만 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회원 가입 화면에서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나왔고 가입 환영 이메일도 보내고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여기서 언급하자면 회원가입 시점에 가입 환영 메일과 이메일 인증을 위한 인증번호 메일 두개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아요.
코멘트; 아티클이 무엇이고 북마크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티클은 내가 헤이버니를 통해서 받은 뉴스레터의 모음이고 북마크는 내가 받은 뉴스레터 중에서 따로 즐겨찾기에 추가를 한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계속 '뉴스레터'라는 워딩을 써오다가 여기서는 갑자기 아티클이라고 부르니 혼란스럽네요.
나의 아티클 -> 모든 뉴스레터
나의 북마크 -> 북마크 한 뉴스레터
정도로 워딩을 수정하면 이해하기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코멘트; 헤이버니를 통해서 처음 뉴스레터를 받아본 화면입니다. 헤이버니의 진짜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 3개 이상의 뉴스레터를 구독신청해야 하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어서 뭔가 더 하는게 힘드네요.
저는 좋은 서비스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헤이버니는 뉴스레터의 시대에 필요한, 독특한 서비스인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헤이버니를 제작자의 의도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생각을 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지? 이건 왜 여기에 있지?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서비스의 본질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에 맞춰 성장할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다만 헤이버니가 좀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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