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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Feb 28. 2022

좋은 에러 메시지에 대하여

센트비로 보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에러 메시지

들어가며

(시간이 없다면 바로 본문을 읽기 시작하셔도 좋아요. 평소보다 할 말이 많아지는 글이군요!)

여러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하는 UX 물어뜯기 시리즈, 이번 글에서 다룰 서비스는 '센트비' 입니다. 센트비는 간편 해외 송금 서비스입니다. 센트비는 대중적인 서비스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해외 송금이라는 것 자체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죠. 해외 직구를 하는 경우에도 페이팔이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를 하게 되지요. 센트비같은 송금 앱의 사용 사례는 명확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 같아요.


바로 해외 노동자의 송금의 경우에요.


센트비를 사용하면서 겪은 불편함들이 많은 부분에 흩어져 있어서 하나의 글로 정리해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센트비의 본질은 "돈을 해외로 송금한다"는 간단한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편함의 밀도가 높게 느껴졌어요.(서비스의 뒷단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불편하게 느낀 점들이 제 자신이 센트비의 주요 고객인 해외 노동자가 아니라서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다 큰 어른이 아동용 신발을 신고 불편하다고 따진다면 그 사람이 바보겠죠.) 그래서 평소처럼 센트비를 사용하며 겪은 모든 불편한 점을 늘어놓고 제 생각을 코멘트하면 불공정한 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센트비의 로그인 과정에서 겪은 불편함과 좋은 에러 메시지는 어떠해야 하는가에에 대해 글을 씁니다. 그럼 저와 함께 센트비를 사용해보러 갈까요?


센트비 시작하기


1. 사용자 언어 선택 화면

처음부터 언어부터 선택하게 합니다.

디바이스 언어 설정을 통해서 한국어 사용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한번 더 물어보는 것은 그만큼 해외 노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제가 기획을 했다면 언어를 물어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회원가입 단계에서 언어를 바꾸는 옵션을 제시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센트비는 제가 익숙한 형태의 서비스는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확신할 수는 없네요.



















2. 보내는 통화와 받는 통화 선택 화면

여기서는 UX 글쓰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송금 기준으로 선택해 주세요.'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오히려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후에도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는 말은 문장을 중간에 생략한 느낌입니다. '송금할 국가는 매번 새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는 게 완결된 문장이 아닐까 생각되어요. 하지만 첫 번째 문장과 마찬가지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혼란스럽습니다.


이 화면에 간단한 삽화를 추가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화가 엔화로 바뀌는 것을 표현한 삽화

간단하게 아이폰으로 그린 것이라 너무 조악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의 통화가 다른 통화로 바뀌는 삽화를 넣으면 이 화면이 뭘 하려는 화면인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3. 로그인 / 회원가입 화면

보내는 통화와 받는 통화를 선택하면 이런 화면으로 전환됩니다. 화면이 전환되는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오류로 앱이 종료된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이 화면에서 지적하고 싶은 사소한 사항은...


첫 번째, 은행 대비 더 저렴하다는 문장이 너무 작게 표기된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하게 '수수료가 저렴하다'라고 표기했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더 나아가서 은행을 통해 송금했으면 지불해야 했을 수수료 금액을 함께 비교하고 몇% 의 혜택을 보고 있는지를 알려줬으면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이나 상상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이해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용자에게 빨리 로그인이나 회원가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하단의 내비게이션 바는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편이 사용자를 의도한 행동으로 유도하는데 더 유리할 것 같네요.







4. 회원가입 화면

회원가입 화면은 특별히 코멘트할 것이 없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무료 송금 쿠폰"이라고만 적을게 아니라 얼마의 값어치를 갖는 쿠폰인지 더 강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가 드네요.


제가 이미 센트비 계정이 있었는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일단 회원가입부터 시도해보았죠.






















5. 사용자 약관 동의 화면

굳이 스크린숏을 첨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 화면이 두 단계로 나뉘어 두 번에 걸쳐 동의해야 했는데, 하나의 화면에서 모든 항목에 대한 동의를 하도록 할 수는 없었을지 궁금했습니다.


6. 이미 계정이 있음을 알리는 화면

두차례에 걸처 약관에 동의하고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서야 이미 계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이게 가장 걱정되던 부분이었습니다. 이미 계정이 있는 사람이 회원가입 시도를 하는 경우에는 오류 메시지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게 해서 회원 가입 여부를 파악하고, 약관 동의를 이후에 하게 했으면 어땠을까요? 사용자 입장에서 돌아가야 하는 단계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6. 로그인을 위한 사용자 인증번호 받기 화면

이 화면도 스크린숏은 생략했습니다. "이 휴대폰 번호로 인증번호를 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만 나오고 아무리 시도해도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고객 센터를 알아보고 꽤나 헤맨 다음에야 센트비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인증번호를 보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정말 많이 불쾌했습니다. 안내 문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해달라고만 써놨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요.


7. 온보딩 화면



























요즘은 이런 형태의 온보딩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3 ~ 5페이지의 캐로셀 형태로 정보를 구성하고 한 페이지에 커다란 삽화 하나와 문장 하나씩을 넣는 방식이죠. 문토, 헤이버니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센트비의 온보딩 과정에서도 유의미한 정보는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VIP 혜택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회원가입하는 시점에서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네요. VIP 혜택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아직 서비스를 사용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친구 초대에 대해 안내하는 것은 스위치의 사례와 유사하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이는 삽화들은 요즘 유행하는 3D 일러스트인데, 센트비가 해외 노동자에게 집중한 서비스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행복해지는 것을 표현한 사진이 들어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거는 없는 주관적인 감상)


8. 수취 방법 결정 화면

모르는 단어들이 한 번에 두 개나 등장했습니다.

저는 '머니그램 캐시 픽업'이 뭔지 '익스프레스'가 뭔지 모릅니다. 그래도 추측하자면 익스프레스는 보통보다 상대방이 빨리 돈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이겠죠? '익스프레스' 아이콘을 터치하면 추가 설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터치를 하면 송금 단계로 진행이 되어버립니다. 익스프레스로 돈을 보내면 얼마나 빠른지, 스탠더드 방식과는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네요. '머니그램 캐시 픽업'은 무슨 의미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고 앱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이게 해외 송금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이라 구태여 상세 설명을 적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주식 앱에서 매수, 매도, 호가 같은 기본 용어에 대해 설명하지 않듯이요.


기획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공정한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만약 제가 센트비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 송금을 시도하려는 사람이었다면 불친절한 설명... 을 넘어 아무 설명 없음에 불쾌함을 느꼈을 것 같네요.









좋은 에러 메시지의 조건

글을 마치며 좋은 에러 메시지의 조건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원인이 무엇이건 에러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상황이기 때문에, 메시지의 톤과 워딩에 주의한다


가장 좋은 설명은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없는 UX이며,
가장 좋은 에러 메시지는 사용자가 한 번에 이해하여 에러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UX라는 말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말은 UX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뿐 실제로 UX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결국은 설명과 에러 메시지가 노출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고, 그때 문장이 얼마나 명료하냐에 따라 사용성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센트비는 지속적으로 서비스 국가를 확장하고 최근에는 기업 대상의 송금 서비스도 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서비스인 만큼 응원하겠습니다.


추가

글을 다 써놓고 불현듯 생각이 났는데, 센트비를 사용하면서 절약한 수수료의 누적액수를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rave 브라우저는 광고 차단 기능을 내장하고 있는데, 브라우저가 절약해준 시간과 데이터를 누적값으로 보여주거든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미 있는 기능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센트비로 송금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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