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제가 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바꿔놓은 아이디어입니다.
나는 요즘 매일 자기 전에 비타민을 먹고 있다.
비타민을 매일밤 먹다 보니 비타민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착각이 들었다. 특히 병에 남은 비타민의 양이 절반 밑으로 줄어드는 순간부터 마치 가속도라도 붙은 듯 점점 빠르게 줄어들었다. 비타민은 분명 매일밤 한 알씩 먹고 있고, 그 양이 줄어드는 속도도 일정할 터였다. 왜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건지 잠깐 생각을 해봤다.
숫자와 함께 살펴보면 왜 이런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 비타민 병에 1,000알의 비타민이 들어 있었다면 첫날 사라지는 비타민의 양은 전체의 1/1,000으로 0.1%에 불과하지만 남은 비타민이 10알일 때에는 그날 사라지는 비타민의 양이 전체의 1/10로 10%에 달하는 것이다. 분명 하루에 한 알씩 비타민을 먹고 있는데 남은 양에 비례해서 따져보면 비타민이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이걸 "비타민 병 오류(Vitamin Bottle Fallacy)"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리고 비타민 병 오류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살면서 여러 차례 겪어본 일일 것이다. 초등학교 방학 숙제에서부터 업무에서의 장기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의 마감 기한이 여유 있을 때 처음에는 한껏 여유를 부리고 마감 직전이 되어서야 눈물을 흘리며 밤샘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비타민 병 오류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1일씩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똑같지만 남은 시간이 길수록 하루의 가치를 얕잡아보게 되는 것이다. 아아,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무언가를 살지 말지 결정할 때 그 상품/서비스의 가격과 가치만 놓고 따지는 게 아니라 내 예산의 총량에 영향을 받는 것도 비타민 병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월급날이나 예상치 못한 돈이 생겼을 때 씀씀이가 커지거나 평소라면 사지 않을 것을 산다면 그 또한 대표적인 비타민 병 오류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지금까지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인생은 한통의 비타민 병이라는 것이다. 영영 줄어들지 않을 것 같던 비타민 병도 언젠가는 텅 비듯 우리의 인생이라는 비타민 병도 언젠가 텅 비고 우리는 마지막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비타민이 점점 빠르게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듯 우리의 남은 생애도 점점 빠르게 지나가버릴 것이다. 병에 남은 비타민을 바라보다가 줄어드는 비타민들이 남은 생애의 은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걸 깨닫지 못하고 오늘이 영원한 것처럼 살아간다면 삶 그 자체가 비타민 병 오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타민 병 오류는 우리가 뭔가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될 때 발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행동을 경계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의 총량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시간이라면 매 순간을 동일하게 소중히 대해야 하며, 돈이라면 내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이상으로 구체적인 방향성 제시는 하고 싶지 않다.
내 인생도 얼마 전 까지는 비타민 병 오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저 내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나는 내 젊음과 삶이 유한하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점점 빠르게 남은 시간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던 일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은 글을 잘 쓰고 싶고 많이 쓰고 싶다고 말로만 떠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려고 한다. 하고싶은게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천천히 비교하고 고민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 오류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깐 멈춰서 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게 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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