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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려니 Aug 20. 2018

후지산 정상 가기

후지노미야 루트를 통해서

일본의 여러 소도시에 취항한 에어서울에선 민트패스나 값싼 표를 내놓는 등의 프로모션을 꽤나 자주 한다. 이 덕에 일본 여행할 때 흔히 가지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광고글 아니다.) 


구름을 뚫고 솟은 곳이 후지산이다.


우리도 이번에 민트패스로 시즈오카를 가게 되면서 그 주변에 돌아다닐만한 곳을 알아보니, 후지산이 그 동네 랜드마크인 것을 알게 됐다. 당연히 올라 봐야지. 그런데 도움될 만한 구체적인 정보는 후지산 공식 사이트 외에는 찾기 어려웠고, 이 마저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결국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후지산에 올랐다.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지만, 어떤 준비도 없이 오른 탓에 꽤나 당시에 꽤나 고생했다. 하여 후지산에 오를 계획 중에 있는 이들에게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한다.



후지산은 해발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눈이 녹지 않으면 위험해서일까? 후지산 등산로는 보통 8월 초에서 9월까지만 개방된다. 우린 8월 중순에 갔는데 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등산로가 열리는 정확한 기간은 매년 바뀌니 후지산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는 게 좋다.


갈 수 있는 루트는 총 4개. 우리는 후지노미야 루트로 올랐다. 이 후지노미야 루트는 후지노미야5합목(일어로 '고고메')이라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이 5합목이라는 뜻은 10코스 중 5번째라는 뜻이라고 일본에서 5년 정도 생활한 친구가 말했다. 


5합목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면 되는데 후지노미야역과 신후지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우리가 간 시즌에는 후지노미야 역에서 첫차가 6시 좀 넘은 시각, 막차는 17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후지노미야역에서 후지노미야5합목까지는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시즌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역 앞 안내소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부사궁역'이라고 돼있는 게 후지노미야역, '신부사역'이 신후지역이다.


후지노미야5합목의 해발은 2400m다. 때문에 도착과 동시에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올해 같이 폭염이 심할 때 올라갔으니 이 서늘함이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후지산을 오르다 보면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서늘함은 싸늘함으로 바뀐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소가 부족해지고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해발 3000m 이상 올라가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등산하는 중에 갑자기 구토를 하는 사람도 봤다. 이 때문에 보통 2400m 지점인 오합목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좀 보내면서 등산을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우리 팀은 그곳에서 30분가량 머물며 사진도 찍고 선선함을 만끽한 뒤 출발했다.


그리고 출발 전에 휴대용 산소를 챙겨가길 추천한다. 우리 중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가끔 어지러운 적은 있었다. 그 때마다 산소를 마셨더니 괜찮아졌다. 매 합목마다 있는 대피소에서 휴대용 산소를 팔지만 밑에서 사가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등산화는 당연히 챙겨야 한다. 등산용 스틱도 챙기면 당신의 무릎에 가는 무리를 덜어 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방한 방수 용품이다. 우리는 후지산 정상 가는 길에 구름을 몇 번 통과했다. 이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졌는데 우리는 방수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머리부터 신발까지 안 젖은 데가 없었다. 더군다나 야간 산행을 했기 때문에 비를 맞은 뒤,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방수와 방한 용품이 필요한 이유다. 방수 꼭 기억하시라. 그냥 비가 아니라 폭우다. 머리부터 등산화까지 모두 방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기온이 한 여름인데도 정상은 5도 전후로 낮고 비까지 맞으면 정말 춥기 때문에, 옷은 최소 패딩이나 내피가 있는 고어텍스를 입는 게 좋다.


우리의 목적은 후지산 일출을 보는 것.  합목마다 대피소가 있는데, 여기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예약은 필수. 홈페이지에 전화번호가 나와있다. 주말엔 인당 6500엔.

우린 8합목에서 자고 시간에 맞춰 정상에 오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후지산에 다녀온 한 여행객이 정상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오후 7시 정도에 출발하면 일출시각에 맞춰 정상에 도착할 것이니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말을 듣고 숙박 예약을 취소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후지산에서의 이틀이 꽤나 다이나믹할 수 있었다.


후지노미야 공식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후지노미야루트 등산 소요시간


우린 오후 7시 30분 정도에 5합목을 출발해 10시  8합목에 도착했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비를 맞아 만신창이가 됐다. 이 상태로 일출시각인 4시 30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더 이상 올라가면 온도만 낮아져서 더욱 올라갈 순 없으니, 도로 내려가는 것까지 생각해봤지만 어두컴컴하면서 험난하기까지 한 길을 내려가는 것도 꽤나 위험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9합목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니 오후 5시부터 저녁이 나온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밤 늦은 시각에는 닫지 않았을까? 그렇게 3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이빨을 부딪쳐가며 떨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새벽 1시. 9합목까지 올라가 보자고 결심을 했다. 뭐라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9합목에 다다르니 환한 불빛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우리도 들어갔다.



헐. 오뎅에, 컵라면에 밥까지. 뭔가 재난영화의 엔딩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기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컵라면을 흡입했고, 다 먹으니 이제 졸리기 시작했다.


이미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포기한 상황. 잘 수 있는지 물어봤다. 보통 자리가 꽉 차있어서 당일에 대피소에서 잘 순 없지만 우리가 갔을 땐 숙박을 했던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나오고 있던 터라 남은 자리가 있었다. 가격도 3000엔으로 절반 이상 저렴했다.



세상 편하고 따뜻했다. 행복이란 게 항상 멀리 있지 않지... 그리고 두 시간 뒤 9합목에서 동트는 장면을 볼 수 있었고 이후에 잠을 잤다.


9합목에서 봤던 동틀무렵


그리고 정상에 올랐다가 또 폭우를 맞으며 내려왔다.



다녀온 경험을 살려 이상적인 일정을 짜 본다면. 9합목에 숙박을 예약한다. 오후 2시쯤 후지노미야5합목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9합목에 도착할 때쯤에는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다.(날씨가 좋다면.) 거기서 저녁을 먹고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날씨가 좋다면.) 잠을 잔 뒤 새벽 2시 30분쯤 정상으로 향한다. 해 뜰 무렵 정상 부근에는 사람이 많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린. 후지산 정상에 오르면 신비(할 거라 예상되는) 일출을 볼 수 있다.(날씨가 좋다면.) 방한, 방수 용품 꼭 잘 챙기고.


이 정도가 아무것도 모른 채 후지산 정상까지 다녀온 경험을 살려 꺼내 놓은 모든 것이다.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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