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귀엽게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이 말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귀여운 설움에 공감하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 그거 뭐 좋다고 다들 유난일까.'
이렇게 생각했다.
뭔가를 돌본다는 게 귀찮기도 하고,
신경 쓰이기도 하는 일이니까. 또 말도 안 통하지 않나.
무엇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관점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세팅된 사고의 흐름은
어떤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1도 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랬던 난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고양이를 애정 하게 됐다.
회사 동료가 여행을 가게 돼
일주일만 자기의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것이었다.
뭐 별 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30년 동안 사람 이외의 생명체와는
소통하려 하지도 않았고 하는 법도 몰랐는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나름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어쨌든 그렇게 일주일간
어떤 낯선 고양이의 집사가 된 이야기를 해보겠다.
동료에게 고양이와 고양이 화장실, 사료 등을 넘겨받고
집에 들어오니 뜻밖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말이 돌보는 거지 어떤 낯선 생명체와
단 둘이 집에 있던 적이 없으니 솔직히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고양이가 있는 가방을 열는 것도 망설였다.
‘에라 모르겠다. 가둬 둘 수도 없고, 어쩌겠어.’하고
가방을 연 순간 파드닥 튀어나간
이 낯선 생명체는 곧바로 침대를 점령했다.
동거 첫날에는 소심하게 사료와 물만 줬을 뿐
멀찍이서 관찰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밤이 왔다.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 건지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에서 나를 밟고 다니는가 하면
머리 위를 왔다 갔다 하고 옷장을 오르락내리락...
그야말로 지랄발광을 했던 거다.
그치, 너네들 야행성이었지...
하필 또 일요일 밤이라 출근 압박에 한창 시달리고 있던 터.
무시하고 어떻게든 자려하는데 이젠 울어대기 시작한다.
냥아치 같으니라고, 팰까...
막다른 골목,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구글에 고양이를 입력했다.
그제서야 그르렁이 기분이 좋다는 표현인지,
꼬리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우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래, 내가 말이 안 통한다고
너와 소통조차 하려 하지 않았구나.
다음 날 출근하고 물론 나는 종일 언데드 상태였다.
동시에 또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했지만,
사실 그 이후부터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소통하고 싶었던 걸 알아줬던 걸까.
아님 그냥 그저 종일 심심해서였을까.
퇴근하고 돌아오니 옆을 떠나지 않은 채
만져달라고 부비적 거리고 그르렁거렸다.
밤에 좀 돌아다녀도 (첫날 힘을 너무 뺀 탓에)
작은 움직임 정도는 무시할 정도로 적응도 됐다.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됐지만, (그가 날 집사로 인정했지만)
며칠 뒤 헤어졌다. 허전함이 밀려왔다.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검색하고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몇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여행을 좋아해 집을 자주 비우고
허구한 날 새벽까지 술 퍼 마시는 내가
집사 자격이 있는지.
또 사람과 지내려면 중성화가 필수라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냐옹이즘적 고민이 있었다.
결국 입양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무엇보다 내가 같이 살게 된 친구가
나보다 일찍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함께 할 때 행복감이
훨씬 크지 않겠냐라는 물음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민을 끝내진 않았다.
대신, 안개꽃을 하나 들여놨다.
소리 없이 그 자리에서 말을 거는 게 은근 매력이다.
정성스레 보고 관찰하니 재밌는 걸 발견할 수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신기하게도
해가 비치는 방향으로 줄기가 뻗어있던 것이다.
또 화창한 주말 아침에 물을 주려고 보니,
듬성듬성 있던 꽃이 이렇게 풍성하게 펴있었다.
이 칙칙한 원룸에 함께 있는
또 다른 생명 덕에 생기가 돈다.
그러면서 내 마음 한편에 맴돌고 있는 말.
“나만 고양이 없어...”
Written by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