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식재료와 친해지는 방식 익히기, 정말 쉽지 않았어...
요리 좋아하시나요? 생계나 취미로 요리를 하고 계신가요? 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새로운 분야입니다. 자신이 직접 재료를 고르고 자신만의 요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각각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새로운 하나의 무엇을 만드는 그 행위는, 거의 마술에 가까워 보입니다.
살아오면서 자격증을 딸 일이 그리 많지 않았고 특히 기능이 필요한 것은 운전면허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 몸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궁리하다 복지관 요리 강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요리를 배워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강습생 중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을 보고 기왕 하는 거 나도~??... 이러면서 급격 진지해집니다.
강습은 2인 1조로 주어진 과제를 진행합니다. 두 가지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난 생선을 만질 줄도 먹을 줄도 몰랐습니다. 실습 기간에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실제로 생선을 한 번도 만진 적 없이 같은 조였던 현직 요리사분- 생선을 다루는 솜씨가 가히 대단했던 - 이 도맡아 했었습니다.) 시험은 달랐습니다. 시험장엔 업장에서 이미 경험이 풍부한 요리사들이 자격증을 따러 온 모습이 많았고, 학생이 몇 명 보였을 뿐, 나 같은 직장인은 없습니다. 필기시험이 있던 날,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시험 문제 읽기에 애를 먹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실망한 얼굴들이 꽤 많았었고 나이 먹고 시험 보는 게 힘들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공부는 어릴 때 해야 한다며... 1차 필기시험은 그럭저럭 커트라인을 통과했습니다.
필기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실기 시험이 있던 날, 온갖 조리기구를 싸서 큰 짐을 들고 시험장에 들어갑니다. 설마 했으나 과제가 주어지고 싱크대에 놓인 생선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바로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그렇게 실패! 그리고 다시 두 번째 도전... 실습 때 생선으로 하는 요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왜 시험에는 매번 생선만 나오는 건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해 본 적 없는 것을 할 수 없어서 또다시 짐을 싸고 나옵니다. 역시 자발적 실패! 아, 자격증 딸 수 있는 거 맞나? 생선이 안 나올 때까지 계속해야 하나?
'장롱 면허'란 것이 있습니다. 써먹지 못하고 깊이 넣어둔 운전면허, 마찬가지로 한식 자격증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쩌다 딴 자격증이지만 요리는 늘지 않고 식재료에 대한 망설임도 여전한 상태입니다. 닭을 잡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어른이 되기까지 닭을 먹지 못했던 터라, 살아있던 식재료와 눈이 마주치면 - 오징어 눈을 보고 칼을 던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월이 지나고 음식에 대해 조금 눈이 뜨일 때쯤이면 아쉽게도(?) 가족들이 집에서 같이 식사할 일이 줄어들면서 요리할 일도 줄어듭니다. 행일지 불행일지 아리송한 것이... 자격증 없는 엄마의 음식이 더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일런지.... 그러고 보니, 장롱 속엔 참 여러 가지 묵은 것들이 들어 있네요...
지금이야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배달 플랫폼이 지금처럼 활성화된 때는 아니었던 터라 외식을 하지 않는 한은 비용면에서도 대부분 음식을 직접 해 먹어야 했습니다. 몸으로 움직이고 먹을 것을 만들어야 먹을 수 있지만 재료 선택에 제한을 두다 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편식은 여전하지만, 가족을 위해 내가 먹지 않고 싫은 재료를 가지고도 음식을 만들어야 하던 당시 느낀 건 ‘참 먹고살기 힘들다.’였습니다. 뭘 해 먹고 산다는 행위 자체는 너무 대단하지만 그만큼 고독한 일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익풀과 독풀을 자연스레 구분할 수 있고 습관처럼 무심하게 툭~ 만들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매 끼니때마다 수많은 실패와 살갑지 않은 식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걸 세월로 배웠습니다. '오늘 뭐 먹지?'를 말로 하지 않고 상에 턱턱 음식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건, 엄마들의 보이지 않는 번뇌와 고민이 수없이 반복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요즘은, 가끔 요리를 할 때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 시작점이 내 건강을 위한 요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스스로 몸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되어서야 이런저런 요리법과 맛과 재료를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참, 인간이란! 왜 꼭 이렇게 뒷북질인지.... 그래도 여전히, 손질되어 있는 해산물과 생선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 진심으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