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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an 18. 2023

가족 중 '한 명'하고만 낯설게 여행하기

둘만의 여행을 통해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되다



보통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땐 온 가족이 화목하게 다녀오는 여행을 생각하고 대부분 그렇게 다녀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제로는 가족 전체가 다녀오는 여행의 뒷 맛은 즐거움보다는 피로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벼르고 별러서 서로 시간을 맞추고 다녀오지만 비슷한 과정, 비슷한 사이즈를 갖춰 여행을 계획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특별히 기억이 남지는 않습니다. 다들 비슷한 여행이 되어서 그런 듯합니다. 그런데 방법을 바꿔서 여러 가족들 중 특정해서 한 사람 하고만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다 아는 것 같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작은 기회를 시작으로 새로운 모습을 주고받는 재미가 생깁니다.




단 둘이 여행을 가야만 알 수 있는 것들




혼자 여행을 가면 자신도 모르던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가족 여행도 가족 모두가 아닌 한 사람씩만 선택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 새롭습니다. 사실은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시작된 것이었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가족 중 한 사람만 같이 여행을 하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한 해 두 해가 다 지나갑니다.



저는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공원 산책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기도 하지만, 계절이 바뀌거나 한 해가 바뀌면 한 번씩 엄마와 여행을 합니다. 같이 살지 않지만 엄마가 고령이기도 하고 조촐한 여행으로 자주 좋은 기억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여행의 설렘보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갖고 있다는 것도 같이 여행을 다녀보고 알았습니다. 낮에는 좋아라 다니던 길도 저녁이 되면 절대 나가지 않으려는 불안감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한 시간, 졸지에 꽃 할배의 가이드 같은 느낌이었지만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나’만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자식은 갑자기 효녀효자가 됩니다. 여하튼, 여행하는 동안 그렇게 수다스러운 엄마의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또래의 힘은 무섭습니다.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들판으로, 노인에 맞는 맞춤 스케줄을 짜지 않기에 불편할 법도 하지만 열심히 따라다닙니다. 그리곤 활력을 얻습니다.



일상으로 살 때는 잘 보지 못하는 것들이 낯선 곳에서 낯선 상황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더 잘 드러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묻고 답하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평소라면 화를 냈을 일도 넘어가고, 웃을 일은 더 크게 웃게 됩니다. 그렇게 추억을 서로 만들어 갑니다. 교류하지 않던 감정들을 조금씩 확인합니다. 늘 좋을 수만은 없지만, 나쁜 건 나쁜 대로 또 다른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참고로, 지난가을에 다녀온 템플스테이에서는... 제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행 방법




작은 시작으로 밖에서 단 둘이 간단한 식사를 하던, 짧게 길거리 음식을 사 먹던 두 사람만의 흥미로운 시간을 갖게 되면 유전자의 놀라운 힘과 더불어 색다른 친밀감을 갖게 됩니다. 모든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의 서열이나 일상의 평범한 지루함을 털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시장이나 동네 구경을 다니면서 세상의 새로운 것들을 배웠듯, 이제 거꾸로 저와 함께 다니는 엄마가 달라진 세상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겠구나 생각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에서 편한 시간도 같이 보내보고, 재미있다는 영화도 따라다녀보고 여기저기 조성된 둘레길도 다녀봅니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다들 예전 같지 않게 가족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활 사이클이 달라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함께할 시간이 생각보다 그리 길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가족들 모두가 아니더라도 한 명씩 시간을 내어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길거리 붕어빵을 먹으며 야시장을 돌아도 좋고, 새벽 이른 산책으로 강둑을 걸어도 좋습니다.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특별한 시간을 위한 시도가 의미 있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행 방법이라고 자신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호감의 반만 갖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며 가족을 대하면 어떨까요? 추워질수록 조금 더 같이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 일단 집 밖에서 '단 둘이' 만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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