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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Feb 20. 2023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어떤 사람들은 그저 그들이 들은 것만 믿고, 읽은 것만 믿지


<스타 이즈 본>은 1937년, 1954년, 1976년에 이어 4번째로 리메이크된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입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으로 스토리는 뻔할 수 있지만 사랑 때문에 쓸쓸히 사라진 한 남자와 그의 노래, 남은 한 여자의 슬픔과 노래, 둘이 함께 했던 그들의 음악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잡아놓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어릴 때 듣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음악과는 또 다른 매력이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당신 속을 까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어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는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는 공연을 하던 바에서 우연히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납니다. 공연을 마치고 술집을 찾던 잭슨은 앨리의 노래를 듣고 가창력에 흠뻑 빠집니다. 서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잭슨의 제안으로 그의 공연에서  'Shallow'를 함께 부릅니다. 개인적으로, 공연에서보다 잭슨을 처음 만나 앨리가 길에서 잭슨에게 천천히 불러주던 장면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앨리의 진심이 담긴 위로와 잭슨의 안도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공연 장면들은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노래합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앨리의 노래는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잭슨은 자신이 찾은 사랑으로 잠시 인생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내 잭슨은 어리 시절의 상처와 예술적 고뇌 속에서 점차 무너져갑니다. 술과 마약, 노래와 기타가 전부인 잭슨은, 이명증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촘촘히 짜인 투어 일정, 겉으로 화려한 모습 안에 감정은 깊이 아래로 잠기고 잭슨은 더욱더 술과 노래에 집착하게 됩니다. 부모라 해도 믿을 정도의 나이 터울이 나는 형 바비(샘 엘리엇)는 매번 잭슨의 뒤처리를 합니다. 과거의 기억들로 형과의 감정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옆에는 항상 형이 함께 있습니다. 앨리는 기획사의 눈에 띄어 스타로 변신할 기회를 잡습니다. 잭슨은 앨리의 성장을 바라보며 동업자로서 충고를 합니다. 앨리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앨리의 음악은 다른 곳을 향합니다. 두 사람은 자주 다투며  대화조차 어려워집니다.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원하면서도 잭슨은 결국 술 앞에 무너집니다. 앨리가 데뷔하는 순간, 수상을 하는 중요한 순간들마다 잭슨은 앨리와 함께하지 못합니다. 잭슨은 그레미 시상식 사건으로 알코올 치료까지 받지만 앨리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불안정하고 실망스러운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괴로워합니다. 언제 다시 술에 빠져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자신이 앨리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잭슨이 불안정하고 힘들었던 감정들의 끝에서 선택한 방법은, 어릴 때 천장 선풍기에 허리띠로 목을 매달았던 상황이 데자뷔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어린 잭슨의 자살 시도조차 알지 못할 만큼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가 아니라 형을 닮고 싶었다는 잭슨의 고백에서 참 많이 외로웠던 한 인간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잭슨은 술과 마약에 의존하며 스스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어두운 감정들로부터 두렵고 반복되는 자신의 지친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잭슨의 삶을 가장 잘 말해 주는 노래는 'Maybe It`s Time'인 것 같습니다. 가사에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마음, 고향을 떠나온 후 돌아가지 않았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습니다.


...

Nobody knows what waits for the dead

Nobody knows what waits for the dead


...

I'm glad I can't go back to where I came from

I'm glad those days are gone, gone for good 

...



영화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눈앞에 어른거리는 영상 이미지, 잭슨과 앨리의 노래는 오래도록 잔상에 남아 눈과 귀에 울림을 줍니다. 배우들의 각기 새로운 모습도 신선함을 주는 영화, 브래들리 쿠퍼가 음악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새로움도 있었지만, 레이디 가가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 연기하는 모습은 무척 신선합니다. 레이디 가가에 대한 이미지는 대개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쇼킹한 실험적인 모습들로 항상 언론의 이슈를 끌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대단한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노래 외에도 배우로서 소탈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래드리 쿠퍼는  <더 셰프>, <아메리칸 스나이퍼>,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보여줬던 세심한 감정과 표정들이 생각납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예민함과 불안함, 부적응을 실감 나게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 브래들리 쿠퍼의 잭슨은 처음부터 무척 쓸쓸하고 슬픈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앨리를 만나고 잠시 새로운 안정된 느낌들을 일깨우지만 앨리와의 관계가 일로 멀어지면서 본래적인 슬픔과 외로움 속으로 빠져듭니다.





잭슨이 결국 앨리를 떠났지만, 앨리와의 교감이 조금만 더 쉬웠더라면 그의 굴곡지고 쓸쓸했던 삶도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앨리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거대해서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잭슨의 마지막 곡  'I'll Never Love Again'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깊은 슬픔이 밀려듭니다. 울컥한 마음속의 울림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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