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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y 08. 2023

정착해야 할 나이? 왜 떠나고 싶은가

나이를 먹으면 회귀본능이 있다고? 정말 그런가? 그럼, 나는?


대개는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을 바탕으로 정착하며 쉬고 싶어 합니다. 주변에서도 은퇴를 하고 한적한 시골(대개는 고향)에서 번잡했던 일상을 떨쳐내고 이젠 좀 여유를 갖고 싶어 하는 로망들을 더러 봅니다.





내 로망은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런데, 전 솔직히 그런 로망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추구하는 안정적인 삶보다 떠도는 삶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안정’과 ‘휴식’이란 말에 현혹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그런 언어 안에 놓여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대체 한순간도 같지 않은 변화무쌍한 삶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서 안정된 시간은 언제란 말인가요? 필요한 휴식은 얼마나 가져야 하는 기간인가요? 휴식하는 방법은 또 어떠해야 하는 건가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그래서 그냥 떠나서 살아보고 그때그때 느껴보기로 결정합니다. 필요에 의해, 아니 정확하게는 생존을 위해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삶이었지만 지금은 그 생각도 많이 변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지 오래고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도 내가 찾으려고만 하면 먹고사는 데는 -최소한 생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란 걸 이제는 압니다. 어떻게든 살아지니까요.




낯선 것과 낯선 곳에 부딪힐 힘이 아직은 남아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두려움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무엇에서건, 하지만 늘 그래왔듯 ‘할까 말까’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그 당장의 순간이 오면 ‘하는’ 버릇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 보는 것도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소의 위험이 있을지라도 감당할만하다면 일단 합니다. 하고 싶은 만큼 하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그때 그만둬도 괜찮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스스로 자신이 위험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 배워왔으니까요.






마음속에 갈증을 털고 싶을 뿐,



막연하게 가끔은 가도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마음속에 자주 그리곤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늘 남아있는지 모릅니다. 일 년 중 어느 시점이 되면 도저히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태_심신의 극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저 무조건 떠나야 합니다. 무의식 속에서도 갑갑한 현실과 한정적인 공간에서의 탈출을 늘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활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답답함은 벗어나고 싶은 나름의 욕심(?)이라고나 할까요? 가끔은 지난 시간을 추억해 보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새로운 시도를 위한 자잘한 노력과 애씀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꿈꾸는 막연한 그 너머 언저리에서 자꾸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동물, 특히 어류(우리는 연어의 예를 알고 있다)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성장한 뒤에 알을 낳기 위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회귀본능의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처럼 우리들도 대체로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가 고향의 의미를 계속 간직하게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한 번쯤 일탈을 꿈꾸지만 모두 일탈을 경험하거나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대개는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자꾸 병이 도지듯, 병증이 커지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원인을 안다면 약 처방을 하던 원인 제거를 하던 그래야 재발하지 않습니다.




회귀본능에 따르지 못하는 마음속의 갈증이 더 크다면, 일생에서 일탈의 반복이 계속되고 필요하다면 그것대로 해결해야 합니다. 뻔히 원인을 알고 있다면 더더구나 망설일 일은 아닙니다.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마음이 따르는 것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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