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감사하며, 필터링하며 또 시작을 향해 나아갑니다
22년 여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벌써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을 털어내고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적 생계를 이유로 다니는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터라 앞날도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나이를 좀 먹다 보니, 뭐 어떻게든 살아는 진다는 걸 알지만, 이젠 수동적으로 그럭저럭이 아니라 숨어있던(?) 의지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러기 위해 우선 잡다한 것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나’에서 시작이 되어야 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자신의 글을 잘 안 본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새로운 글을 쓰면서, 혹은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브런치에 발행한 제 글을 가끔씩 읽어보곤 합니다. 부끄럽거나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제 모습이었고 다른 한편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었구나 - 새롭게 확인을 하기도 합니다. (몰랐던 혹은) 드러나지 않았던 어떤 실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러 제약들로 스스로 온전히 드러나 본 적 없던 삶이었습니다.(뭐, 그렇다고 불만투성이로 산 건 아니지만 답답한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유형무형의 제재와 책임이 늘 먼저 따라다녀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일 겁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서야 조금씩 독립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일단 시작은 박수! 한 번의 작은 시작은 이제 멈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나 상황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예정입니다. AI가 발달을 하던 그 이상의 무엇이 발달을 하던 사람 사는 세상에서 ‘글’은 점점 더 희소하고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행위입니다. 글을 쓰며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살아있음의 확인이고 유일한 행복일 겁니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윤곽 잡아가는 중입니다. 오십 대도 후반에 이런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행위입니다. 어쩌면 삶의 위안이 될 수도 혹은 존재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한 번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사작해, 오늘도 ‘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며 미루고 미루다 시작한 브런치였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재택근무(자발적으로 정한 시점에 가까이 은퇴를 합니다. 은퇴 후 그냥저냥 놀며 그저 뒷방 늙은이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너무 극단적인가 싶지만 원래 그런 한가한 삶은 살아본 적도 없고 그렇게 시간 보낼 생각은 없습니다.)를 하며 좀 더 제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은 얼마 남지 않은 2024년을 마지막으로 필터링하려 합니다.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채우라고 하지 않던가요? 내가 선택한 일을 내가 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시작하기 위해 매 순간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있습니다. 새로 배우며 만들어가며 실제 실행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 - 오랜만에 출렁거리는 마음이 벅차기도 하고, 한편 막막하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힘이 납니다. 새삼 살아있음을 느끼며 설렙니다. 또한,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자주 글을 쓰며, 조금 더 생기 있게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비록 별 감흥도 없는 연말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가야 할 시간이 아직 있음으로 잠시 멈춰 주변을 정리해 봅니다.
올해도 우리가 할 만큼 했잖아요, 그러면 됐습니다.
우린 모두,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모두의 안녕과 부단히 포기하지 않는 값진 시간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