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Money Ball

스스로 한 선택이 자꾸 의심스러울 때,

by gruwriting



가끔 미로 찾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빤히 길이 보이고 곧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미궁에 빠진 걸 알아차리게 되지만 그나마 지면의 뱅글뱅글 도는 길의 한 지점에서 펜과 눈이 멈출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은 시간제한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마다 그 시간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시간이 정해진 축구와 시간제한이 없는 야구의 게임 과정은 조금 다릅니다. 가끔은, 축구의 마지막 즈음 추가시간을 향할수록 죽기 살기로 공격을 퍼붓는 선수들을 보며 미리 왜 지금처럼 하지 않았을까? 왜 마지막에서야 저런 모습을 보일까? 매번 의아해합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마지막이 있는 줄 알지만 그것이 지금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한 그 과정은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반전에 공을 돌리며 놀다(?, 프로가 그럴 수가 있는지부터 의문이긴 합니다.)가 마지막에 뭔가 시작해 보겠다고 무리수만 던지는 축구가 재미없어집니다. 뻔한 전술을 가진 감독의 경기 운영은 상대방이 대응하기 너무 쉽습니다. 보는 사람은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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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눈에 보이게 기회가 정해져 있습니다. 선발이라고 끝까지 쓰일 수도 없지만 대개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해도 자신이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란 고작, 많아야 다섯 번을 넘지 않습니다. 그 안에 자신을 보여주고 자신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관중들은 선수의 비효율적이고 습관적인 방망이질과 습관적으로 몸에 밴 나쁜 주루가 팀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 삶도 야구처럼 고작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기회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날려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 의해서. 결국 보이지 않아도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으로, 그 결과만 남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누구를 칭찬할 수도 없습니다.






벽이 높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도 없다


야구는 과정이고 프로세스의 반복입니다. 그 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차곡차곡 밟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과정마다 결과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그것을 야구 게임에서 특히 눈에 띄게 봅니다. 지면에서 찾는 미로는 바라볼 수 있고 다시 시작하기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벽으로 둘러쳐진 미로에 홀로 서 있을 땐 쉽게 방향조차 틀지 못하고 한 걸음 내 딛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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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 함께했던 야구 분석가 피터 브랜드(조나 힐)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긴 여정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에서 이길 게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다만, 지금 내 삶의 데이터를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한 선택에 얼마나 확신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그리고 있는 삶의 그림에 어느 타이밍에서 승리할 것인지,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얻을 확신이 있기는 한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넘쳐납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홈런을 치고도 모를 수 있습니다.



게임이 연승을 하면서 더 부풀어가는 희망과 기대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불안도 따라옵니다. 20연승 후.... 그게 뭐? 그렇습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걸까요? 시즌을 잘 치르고도 마지막 게임에서 지면 유령처럼 됩니다. 그동안 이룬 것은 모두 무의미해지고 가치를 잃게 됩니다. 다른 팀과 다른 조건에서 이겨야 변화가 생긴다는 것, 다른 사람의 인생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한정된 조건에서 새로운 과정의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진짜 삶이 변하고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됩니다. 야구던 삶이던 그 무엇이 되었던 그 궁극의 지향점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자체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 것일 겁니다.






머니볼은 오클랜드의 GM(단장) 빌리 빈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이뤄낸 야구 형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분명히 망한 구단이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운영하면서 성과를 냅니다. 모든 범위에서 누구나 추구하는 저비용 고효율... 말은 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야박하리만큼 끊임없는 의심을 거두지 못합니다. 지면 위에서 윌리를 찾는 행위는 삶의 실전에서 통용되지 않습니다. 우리 삶이 실전인 이상 벽이 높더라도 가던 길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방식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믿고 실행한다는 건 중요합니다. 문제는 스스로 선택한 방법을 믿느냐는 것이고 확신이 있다면 굳이 남들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홈런의 짜릿함과 풀리지 않는 게임의 지루함 속에 퍼붓는 야유가 뒤범벅이 되더라도, 그렇게 조금씩 믿고 9회 말까지 우승을 향해 가는 야구처럼 긴 호흡으로 인생을 살아가면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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