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영어? 일단 좌절 좀 하고,

매일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면 어떤 집이 지어질까?

by gruwriting


매일 하나씩 벽돌을 올리듯 무언가를 하면 처음엔 시시하고 우스워 보여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결국 시간이 답해줍니다. 가끔씩 어느 순간은 포기하고 싶다가도 나중의 그림을 상상해 보면서 정신 차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자신이 가려는 곳에 다다르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면 더더구나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영어를 공. 부. 하면서 무의식 중에 단어에 너무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단어를 외우는 편도 아니면서 얼마나 아는지를 - 수준을 몰라서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단어는 접하게 될 때만 그 상황에서 알면 된다고 생각하던 습관이 가끔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머릿속에 수많은 단어와 문장이 있어도 연결되지 않으면 말하지 못합니다.






#흩어진 벽돌을 쌓아 올리는 시간


한국인이 외국어를 배울 때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누가 더 어려움을 겪을까, 어느 쪽이 더 까다롭다고 느낄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어와 한국어의 근본적인 문장 구조 차이가 있어 모두가 까다로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많지만 그중 말을 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국어의 문장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한 사람들입니다. 어느새 한국어는 외국인이 한국어의 화용론을 연구하고 논문을 낼만큼 관심도 있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 한국어 : 주요 성분_주어+목적어+동사(서술어), 그 외 관용어 및 부사어, 독립어등 사용, 조사 사용/ 문장성분 순서의 변화가 자유로움(유연성)/ 주어 생략 가능

- 마음속에 집을 그리며 집을 짓고 있지만 큰 그림 외 자세한 것은 만들면서 더해지고 빼지고 합니다. 만들어가며 디테일을 다시 수정해서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어냅니다.


* 영어 : 주어+동사+목적어/보어, 그 외 수식어(장소나 시간 등등 추가적 정보 전달을 위한 것들, 문장의 맨 끝에 둠)

- 자신이 짓고 싶어 하는 집의 밑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집에 어울리는 것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디테일을 추가하면서 전체 구성에 맞게 집을 지어냅니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어의 문장 구조를 잘 나타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의 정보를 먼저 주고 마지막에 어떻게 한다, 어떻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레고 블록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무엇을 만들지 끝까지 봐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영어의 문장은 마치 처음 기준을 잡아서 줄에 맞게 벽돌을 쌓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하고 싶은 말을 주어와 동사로 먼저 던지고 그 외에 필요한 것을 추가해서 연결하는 방식, 그것이 몇 개 던 상관없이 추가 정보는 계속 붙일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결국 문장 구조의 차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그에 필요한 논리를 하나씩 주장하며 내용을 채워가고 협상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어는 한국적 유연한 진실-결론과 관계없는 것들로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하며 에둘러 우회적으로 말합니다.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다가 최종 결론을 위해 논리 점검등의 시간이 필요해서 즉각적인 결론을 내지 않는 애매모호함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어적 전달 방식이 외국인에게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의 언어는 각각의 뉘앙스나 대화방식이 어감이나 정서에 맞지 않을 때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미 절반은 소통하는 것입니다.






#의식적인 태도가 필요할 때


한 두 개 단어로 구성된 짧은 문장은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을 말하는 습관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긴 문장에서 오류를 만들어냅니다. 말하는 습관은 가장 짧은 문장에서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한 달 반쯤 지난 시점까지 원어민 수업을 하면서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것, 결국 피드백을 받고서야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문법에서 말하는 관사, 정관사(- a,- the)와 전치사들, 사실 이것이 없거나 잘못 사용했다고 해서 딱히 말이 안 통하는 건 아니지만 디테일에서 뭔가 부족한 것이 어쩌면 사소한 오해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이 조사 사용을 잘못하면 의미가 아리송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전치사는 꽤 중요해서 반드시 구동사로 공부하는 중입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문장을 만들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하나씩 연결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과정에서 필요한 단어들이 쓰일 뿐, 외울 필요는 없다는 걸 이젠 압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단순하게 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 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외국인 중 한국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사람이 타일러입니다. 영어 원어민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보면서 내가 영어를 배울 때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의식적으로'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구조 차이를 기억하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익히려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며 크게 실수하고 있는 이유들 - 나이를 먹고 너무 늦게 시작해서 배우기 어렵다는 생각, 평가를 위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서 정답만 맞추려는 습성들, 정답이 아닌 것들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들 -을 보며 우린 언어조차 공부만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어는 살아있고 움직입니다. 한국어도 노인과 중장년, 청년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배우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살아있는 한 언어는 늘 배우는 것입니다.






챗 GPT가 발달한 세상에서 외국어를 굳이 왜 배우려고 할까요? AI가 발달하면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챗 GPT를 실제 활용해 봐도, 사용자가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알아서 묻고 답하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발달을 해도 영어를 굳이 따로 공. 부. 하는 이유는,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새로운 사고를 하는 수단으로써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단지 영어를 말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새로운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고를 확장해 보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비록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잘 배우려 합니다. 지금 제가 나이를 먹고도 영어를 배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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