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시리즈 The Godfather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만 한다면,

by gruwriting



어릴 때, <대부>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들 간 자신들의 이익과 패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 정도로만 이해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가끔 지난 시간 아버지의 힘든 삶이 생각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인상적인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장면은,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던 가장 비토가 갑작스러운 실직을 당하고도 배 한 개를 사다 식탁에 놓으며 아내에게 웃어주던 얼굴입니다. 실직을 당한 마지막날까지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남편의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다른 장면은 늦은 밤 비토가 내의를 입고 폐렴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이 비록 실직했지만 가장으로서 어린 자식과 아내를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골똘히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했고 무엇이든 하기 위해 그의 수많은 노력과 태도들이 그의 삶을 만들어냅니다.






태도가 삶이 된다


고향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혼자 뉴욕에 도착한 어린 꼬마가 스스로 자신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킵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을 당하고도 자신이 일하던 빵집 사장에게 원망하지 않고 고마움을 전하며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서던 비토의 태도가 고스란히 그의 삶이 됩니다. 자신의 사업이 원하던 형태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고통과 죽음을 감수했건만, 비루한 욕심과 불협화음은 늘 그토록 지키려고 애쓴 가족 내부에서 스멀스멀 터져 나옵니다. 자신들이 기생하면서도 거침없는 요구는 점점 커집니다.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려고 숱한 과정에 인내하며 방법을 모색했지만 감당할 수준 이상의 이상 징후들이 생기면 가차 없이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이 마이클의 숙명이 됩니다. 그 역시 자신이 아닌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서. 강해지기 위해서.... 참 처참하게도 가장의 고통을 가족들은 지독하리만치 모릅니다. 주변은 온통, 애정도 존경도 보이지 않고 오직 끊임없이 요구만 할 뿐입니다. 가족들은 마치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그럼에도 철길처럼 모두의 삶은 함께 나란히 이어집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더할수록, 자식들이 다 큰 어른이 될수록 마이클은 가족들과 자꾸 멀어집니다. 평생 모든 순간,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살면서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들의 씁쓸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가족 외부에 있는 누구에게도 네 생각을 말하지 말아라


세상이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져서 서로 돕고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 곳이 된다면 인간 삶에 긴장이 좀 덜할까요? 그럼 자신의 것 외 욕심부리지 않고 시는 것이 가능할까요? 인류 역사 이래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은 만족을 모르고, 또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단지 이상으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틈만 나면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고야 마는 것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싸움은 필연이고 대상은 그 누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필사적이 됩니다.





되돌아보면 내가 점차 자랄수록 아버지는 점점 말 수가 줄었고 표정은 하나로 고정되어 버렸습니다. 어릴 때 기억엔 그래도 웃는 모습이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자식들이 성장하고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되면서부터 병을 얻고 얼굴은 보다 더 무표정에 가까워졌습니다. 가족 누구를 대하던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관된 그 무표정하던 모습만이 아버지의 삶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삶의 마지막엔, 아버지 자신에게 무엇이 남아있었을까? 남은 가족들이 남들보다 풍족하진 못해도 사는데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었기에 그래도 안심이 됐을까? 가족을 위해 애쓰느라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에 후회는 전혀 없었을까? 그 많은 형제들과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느라 얻은 병이 원망스럽진 않았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곱씹어보게 됩니다.






돈 꼴레오네 집안의 긴 이야기는 철저히 생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고향을 등지고 쫓겨나 타국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길들, 그로써 가족을 지킬 수 있기를 소망하고 또 반드시 생존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입니다. 가족을 위해 강해져야 했고, 냉철하게 때론 잔인한 싸움도 피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더러운 구정물에서 조차 생존을 위한 싸움이 존재 이유였던 것에 누가 왈가왈부 토를 달 수 있을까요? 설사, 죽음의 마지막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한 사람의 삶이 어렵지 않고 모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존중하고 사랑했지만 아버지의 방식을 벗어난 삶을 살고 싶었던 마이클의 고백 - 비토의 아들로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던 고백은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사는 삶도 그 이상으로 어렵고 고독했다는 걸 반증합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방법이 달랐고 철저하게 냉혹한 현실을 살아낸 마이클의 삶은 고됐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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