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The Wife 2019

삶의 대담성에 관하여...

by gruwriting



자신의 삶을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이 남은 것인지 주변을 돌아보면 정의가 될까요? 부지런히,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나서도 아쉬움과 갈증이 남았다면 헛된 인생을 산 것일까요?





새벽,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에게 축하의 전화가 울립니다. 한 편생 글만 써온 남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부부는 침대 위에서 어린아이들처럼 펄쩍거리며 뜁니다. 자신들의 노고가, 자신들의 삶이 객관적인 누군가에 의해 진정으로 인정받는 순간, 한없이 기쁩니다.






작가라면 글을 써야죠


평생 남편의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아내가, 내조라는 이름이 갖는 그동안의 모든 클리세들이 부서질 때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요? 잘못된 선택과 시작이 오랜 시간 동안 삶을 통째로 바꿔버렸을 때 잃어버린 진실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누구에겐 그럴싸한 인생이 오히려 한없는 자신의 찌질함을 더 깊이 감춰야 하는 순간이 될 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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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명세를 타던 여류 작가 일레인 모젤(엘리자베스 맥거번)의 충고 한마디!

여성의 대담한 문체를 대중들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한마디는 작가로서의 삶을 꿈꿨지만 신념이 부족했던 조안의 인생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딘 시어머니가 더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킨다고 했던가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꿈을, 작가로서의 길을 차단해 버리는 저 한마디는 시대의 진화를 한걸음 더 늦추는데 일조합니다.



시대에 맞는 삶이란 과연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대를 잘 만났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때를 못 만나서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누구보다 글 쓰기를 좋아하고 생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포기한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글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요? 작가인 남편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의 그 긴 삶은 무엇이었을까요?







킹메이커!


남편의 작품을 직접 쓰며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밖으로 드러나는 남편의 성공을 만들어낸 아내의 삶은 어쩌면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축하의 자리인 노벨문학상 수상의 순간 여과 없이 드러나는 조안의 표정은 묘합니다. 자신의 재능을 다해 사랑하는 남편의 작품을 대필하며 살았던 조안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회한과 허무함, 그동안의 자기 삶이 정리되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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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흐르고 세상이 발달해 온 동안, 실제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더러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삶을 적절히 포기하는 삶들이 여전히 더 많습니다. 누구의 조력자로 살던,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살던 그건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자신의 몫입니다. 누군가의 조력으로 삶이 만족하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조안의 솔직한 표정이 보여주듯 그동안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이른다면 그건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때론, 자신의 삶에서 대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조가 될지 외조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살아내는 데에서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다면 그 대담성이 어떤 결과를 만들던 생각대로 해 볼 일입니다. 그래야 부부간이라도 원망이 없지 않을까요? 농담처럼 아내의 사랑을 확인하며, 끝까지 뻔뻔함을 안고 죽은 남편의 삶은 화려한 노벨문학상의 권위 속에서도 무척이나 초라했고 죽음마저 초조해 보였습니다. 부부라는 틀 속에서, 그 누구도 사랑이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비겁한 삶을 더 이상 가리며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Del] 해선 안됩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킹메이커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얼마나 더 멋질까요? 삶의 단 하루라도 자신의 신념을 실현해 가는 것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일이고 드디어 삶의 대담성이 갖는 색다른 매력을 깨달아가는 과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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