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에디트 피아프의 이야기, <라비앙로즈>

프랑스 국민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에 대하여

by 정혜영

책이던지, 영화던지 감상 직후가 가장 생생한 느낌인지라, 다시 찾아본 영화 <라비앙로즈>.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마리옹 꼬띠아르'가 프랑스의 국민 샹송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프랑스 영화다. 이 역으로 마리옹 꼬띠아르는 제80회 미국 아카데미와 제61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에디트 피아프라는 가수를 잘 모르더라도 그녀가 남긴 명곡 들 중 두 어 곡은 멜로디가 익숙할 것이다. 영화의 ost나 광고 음악 등의 삽입곡으로 많이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찬가' 같은 곡은 들으면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와 같은 멜로디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노래이다. 그 외 유명한 곡으로 '빠담빠담'과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등이 있으며 영화 속에서 이 노래들을 그녀의 목소리로 들으면 왜 당시 전 세계가 그녀에게 열광했는지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불행히도 에디트 피아프는 그녀가 부른 노래, '장밋빛 인생'과 같은 삶을 살지는 못했다.

1915년 곡예사인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였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파리의 빈민가에서 자라난 그녀는 아이를 키울 형편도, 의지도 없었던 그녀의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 그녀를 맡긴 후 거의 방치된 채 살아가다 다시 아버지, 친할머니를 거치며 양육자가 자주 바뀌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다.


누적된 영양 부족으로 인한 극심한 각막염으로 어릴 적 실명의 위기까지 겪었던 그녀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곡예단과 길거리 공연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길거리 공연에서 그 지역의 큰 유흥업소 사장인 '루이 레플리'의 눈에 띄어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당시 유명한 작사가였던 레이몽 아소를 거치면서 로맨틱한 이미지의 '에디트 피아프'라는 가수로 거듭나게 된다. 1940년대 프랑스 대문호인 장 콕토의 시를 혼자 도맡아 노래하게 되면서 그녀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수많은 작곡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장밋빛 인생'을 한동안 누리게 된다.


https://youtu.be/-0KvBnIvTFs


한 여자의 일생이 이렇게 굴곡질 수 있을까. 그녀 생에서 가장 행복을 주었던 사랑하는 연인, '마르셀 세르당(권투 선수, 당시 미들급 세계 챔피언)'이 그녀를 만나러 오던 중, 항공 추락 사고로 사망하게 되자 에디트는 깊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때의 절망적인 심정을 담아 직접 작사한 곡이 '사랑의 찬가'이다. 가사를 살펴보면 당시 그녀의 상심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느껴진다.


https://youtu.be/2SnvSoPJzlU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어린 딸의 죽음,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4차례의 연이은 교통사고 등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평탄하게 흘러간 적이 없다. 그녀는 사랑을 잃은 슬픔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술과 모르핀에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연 때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공연마다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다 47세의 아까운 나이에 간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프랑스 대문호 장 콕토가 그녀의 부고로 인한 충격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하니, 당시 그녀의 죽음이 프랑스 전반에 미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던 듯싶다.


병마와 싸우던 시기였던 죽음 직전에도 20살 연하인 그리스 출신 헤어 디자이너이자 배우 겸 가수였던 테드 사라포와 마지막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니, '장밋빛 인생'을 노래하던 그녀의 삶이 실제로는 얼마나 외로운 것이었을까. 그녀의 삶이 노래 가사처럼 장밋빛으로만 빛난 것은 아니었지만 무대에서 노래하다 쓰러지면서도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기를 갈망했던 그 열정이 그녀를 지탱하게 했으리라.


어린 시절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 이성을 통해 결핍된 애정을 보상받으려 하는 심리를 보인다.


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많은 이들과 사랑했으나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인생의 남자'였던 연인마저 죽음으로 끝을 맺은 그녀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 속에서 한 기자가 노년의 에디트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는 에디트에게 젊은이들과 어린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묻는다. 에디트의 응답은 이러하다.

사랑하라.

그녀에게 '사랑'은 삶의 가장 큰 본질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노래에는 천부적인 아름다운 발성에 처연한 음색과 풍부한 표현력이 더해지는데, 이는 오롯이 험난한 굴곡을 이겨내 온 삶에서 나온 것이리라. 샹송에 대해 문외한일지라도 그녀의 불후의 명곡,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듣다 보면, 그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에디트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자신의 인생을 담은 노래라며 공연곡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영화 <인셉션>에도 삽입된 곡이라 하니, 역시 명화는 명곡을 알아보는 법이다.

그녀의 삶에서 결핍된 애정이 노래로 한없이 치유받았기를 기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uylw9KFiOQ

영화 인셉션 삽입곡,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에디트 피아프

아냐,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사람들이 내게 주었던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건 모두 나와 상관없는 것이야
아냐, 그 무엇도 어떤 것도
아냐,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그것은 이미 대가를 치른 것이고, 쓸어 버렸고, 잊힌 것이야
난 과거에 신경 쓰지 않아

나의 추억들도 난 불을 밝혔지
나의 슬픔, 나의 기쁨
이제 더 이상 그것들이 필요하지 않아
사랑을 쓸어버렸고, 그 사랑의 모든 전율도 함께 쓸어 버렸어
영원히 쓸어 버렸어
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아냐,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사람들이 내게 주었던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건 모두 나와 상관없는 것이야
아냐, 그 무엇도 어떤 것도

아냐,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의 삶, 나의 기쁨이
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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