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연주회 기억이 생생해요!"
지난 주말, 연주회에 다녀온 초등 2학년 우리 반 아이, 동준이(가명). 연주회에 다녀온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연주회의 여흥이 쉬이 가시지 않는 듯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들뜸이 묻어났다. 옆에 있던 말수 적은 민수(가명)가 작게 덧붙인다. "나도."
이 아이들이 다녀온 연주회는 교원들로 구성된 한국식 오카리나 교원앙상블, <강물처럼>의 정기연주회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연주회가 특별한 건, 아름다운 한국식 오카리나의 선율로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과 평화, 희망을 심어 주고자 하는 <강물처럼> 앙상블의 신조 때문만은 아니다. 초,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틈틈이 배우고 익혀 한 해, 두 해... 쌓아온 기량을 정성 가득 담아내는 연주회. 이는 그 자체로 진지하게 배우고 듣는 이들에게 가닿는 소리로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배움과 삶의 일치와 조화를 보여준다는 데서 감동이 있다.
연주회를 다시 떠올려 보자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베이스 독도리나의 묵직한 울림으로 시작된 첫 연주곡, '아침이슬'에 이어 김준모 오카리니스트의 '아름다운 사람', '인생아 고마웠다'의 맑은 음률에 우선 귀가 정화되었다. 50명이 넘는 강물처럼 단원 모두가 소리를 모은 '오늘이 좋다', '고향의 봄', '황진이', 'Viva La Vida', '아름다운 강산', '내가' 등의 연주에선 진정 함께하는 정성의 소리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김준모 연주자(한국식 오카리나 협회 대표이자 오카리니스트)와 신경화 연주자(초등교사이자 <강물처럼> 앙상블 단장)의 듀엣 연주곡, 'Tom Boy'의 깊고 조화로운 소리에 마음을 뺏길 때쯤, 질풍처럼 쏟아지는 신경화 연주자의 솔로 연주곡, '질풍가도'에선 객석 모두가 떼창으로 하나가 되었다.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연주곡들이 한국식 오카리나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에 실려 아람누리 새라새 극장 구석구석에 울려 퍼질 때, 객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40분 단위 수업이 몸에 배어 있는 데다 집중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은 초등학생들에게 휴식 시간 없는 1시간 30분짜리 공연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우리 반 동준이가 연주회 관람 후 써서 제출한 글에서 발견했다. 동준이는 연주회 장면과 각 곡들의 감상을 공책 3페이지에 걸쳐 세세히 설명했는데, '질풍가도' 곡을 언급할 땐, "이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를 때 엄청 신났다"라고 썼다.
연주회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공연이었다. 무대 위의 연주자이자 선생님들과 객석의 제자들이 함께 연주할 곡, '나는 반딧불'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공연장이 일순 암전되었다. 그 순간, 누군가 켜기 시작한 핸드폰 조명등을 보고 객석 전체가 이를 따라 흔들며 마치 콘서트의 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곡이 시작되자 다시 공연장 내 불이 켜지며 핸드폰 반딧불이의 시간은 짧게 끝났지만 무대에 선 연주자들에겐 그 장면이 깊게 각인되어 오래도록 감동을 주었다.
선생님 연주자들과 아이들이 함께 연주한 곡은 총 세 곡으로 '독도를 사랑하는 작은 악기'라는 뜻의 이름, '독도리나'로 연주한 곡들이었다. 연주회에 대해 세 페이지나 쓴 동준이가 이 절정의 순간을 놓칠 리가 없었다.
가지고 온 독도리나로 '나는 반딧불', '홀로아리랑', '소풍'을 선생님들과 함께 불렀다. 이 곡들을 들으니 공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참 즐거웠다. 선생님 최고~!!
마지막에 하트를 세 개나 붙인 동준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아이의 글쓰기 공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얼마 전, 미래교육에 관해 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연수를 통해 배운 미래교육의 본질은, '교사 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다시 학습자 주도 교육으로의 이동'이다. 교사가 학생을 이끌고 가던 수업에서 교사가 한 발 물러서 학생에게 배움의 방향타를 넘겨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항해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은 분명, 교사에게 새로운 도전이지만, 학습자의 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 또한 '배우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지식과 정보의 폭발 시대, AI와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 지식은 언제든 손 안의 컴퓨터로 해결이 되는 시대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배우고 활용하는가'가 중요해진 시대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실행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한 본보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교실에서 한 해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고 익혔던 곡들을 연주회라는 현실 세계에서 신나게 펼쳐 보인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내 제자들과 학부모까지 초청하는 게 괜히 부끄러워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이랄까.
연주회에 다녀온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신나게 연주회 실황을 생중계(?)하는 바람에 "내년엔 저도 꼭 갈 거예요!" 하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내년엔 더 열심히, 더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배우고 익혀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교사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맞이할 미래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배우고 활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육 현장의 한 장면이지 않을까.
p. s.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회, 연주회 바로 다음 날이 마지막 전시일이라 부랴부랴 다녀왔어요. 늦게나마 사진으로 현장 모습 전합니다. 100편의 작가님의 꿈 글 전시에서 이웃 작가님이신 유미래 작가님 글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흔적을 남기고 왔어요(안타깝게도 유미래 작가님은 이 전시회를 모르셨대요.^^;;).
100인이나 되는 작가님들 중 아는 분이 한 분밖에 없어서 제가 이웃 작가님들 글을 좀 더 폭넓게 읽어야겠다는 반성도 했네요.^^;;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환대하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던 브런치팀 스태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제6회한국식오카리나정기연주회
#독도리나
#미래교육
#브런치10주년팝업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