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간 보낸 학부모 알림 1(3월)

팬데믹이 시작되며 맞이한 3월의 알림

by 정혜영


달력을 보니 오늘을 제외하면 2020년이 5일밖에 남지 않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는 '하지 못한 것들'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그러나 여느 해와 다른 해였기에 우리는 또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해 나가고 적응하면서 일 년을 보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되돌아보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 올 한 해 우리 반 학부모들께 보냈던 알림장이 떠올랐다.

주로 원격수업을 하는 아이들의 가정학습을 위한 주간학습안내와 학습 꾸러미 안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가 할 일을, 내가 해야 할 일을 학부모들께 전가하는 것 같아 일 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학습 안내를 보내며 나의 마음을 담은 짧은 메시지를 함께 보내곤 했는데,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며 올 한 해, 매달 처했던 현실과 그 당시 나의 마음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대부분 코로나로 인해 힘드신 학부모님들을 격려하는 내용이었을 테니, 마찬가지였을 우리 모두에게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기를 소망한다.



3월 17일(화)

안녕하세요. 2학년 0반 담임교사 000입니다.

3차 추가 개학 연기로 인해 학부모님의 마음이 우려와 안도감이 혼합된 복잡한 심경이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한 학급의 담임교사이자 초, 중등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학부모님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위해 코로나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


3월 18일(수)

봄 향기 물씬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평범한 하루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코로나 19 관련 뉴스로 인한 일상의 피로감이 많으시겠지만, 머지않아 이 위기를 잘 넘기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계속되는 가정 돌봄으로 많이 지치셨을 우리 학부모님들, 특히 모든 어머님들께 조금만 더 힘내시라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보낸 e학습터 쪽지를 확인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쪽지를 확인하여 저와의 소통 창구로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3월 19일(목)

오늘 부는 강한 바람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심란한 마음들이 몽땅 쓸려갔으면 하는 소망이 드는 하루입니다.

계속되는 우리 아이들 가정 돌봄으로 많이 힘드실 모든 아버님, 어머님들, 오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3월 20일(금)

오늘은 바람도 잦아들고 기온도 올라 포근한 봄 날씨라고 하네요. 여느 때 같으면 우리 아이들과 이런 날, 겨울과 달라진 봄 날씨에 대해 한창 이야기할 텐데 그렇게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마스크를 끼고라도 잠시 산책을 즐기실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아버님, 어머님, 오늘도 힘내시고 우리 아이들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3월 24일(화)

란다 창가로 비치는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이 어려워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었던 매년 이맘때를 떠올립니다. 항상 주변에 있던 것들은 그 존재의 당연함으로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라는 것을, 새삼 또 느낍니다.

매일 e학습터를 들여다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낸 쪽지를 읽고 답장을 하며 아이들이 이 따뜻한 봄날에 갑갑한 실내 생활로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럽습니다. 그러다가 이 아이들을 하루 종일 어떻게든 돌보셔야 할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의 노고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늘부터 개학을 앞둔 2주 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멈춤에 적극 동참해 주셔서 보다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조금만 더, 힘 내시라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3월 25일(수)

오늘도 별고 없이 '안녕'한 하루 보내시고 계시길 기원드립니다.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란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어머님, 아버님이 계신 자리에서 애써 주심으로써 일상의 행복을 함께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e학습터에 우리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힘들게 한 자, 한 자, 타자로 쳤을 쪽지를 읽고 답장을 했습니다. 자판 치기가 익숙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힘들게 쳤을 것을 생각하니 답장을 하는 손길에 저절로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e알리미를 보내다 보니 확인이 어려우신 가정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만, 비상 상황이니만큼 학교와 가정을 연결할 수 있는 소통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라는 당부 말씀드립니다.


3월 26일(목)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당신이 자주 가는 곳, 당신이 읽는 책들이 당신을 말해준다'라고 합니다.

이동과 만남의 제한이 있는 상황이지만, 곁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돌보고, 넓은 장소에서의 잠깐의 산책과 바쁜 일상 속에 미뤄뒀던 좋은 책 읽기로 마음의 위안을 얻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3월 27일(금)

저는 요즘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러시아 여성들의 기록을 담은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불평, 불만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들이었는지 새삼 부끄러웠네요. '일상의 평화'가 주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답니다.

어제까진 꽃망울만 머금고 있던 베란다 너머의 벚나무가 오늘은 가지마다 활짝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개한 벚꽃이 실내생활의 답답한 마음을 잠시 누그러뜨려 주는 듯했습니다. 제한적인 바깥 활동에 불편함이 많으시겠지만 나름의 '불금'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3월 30일(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개학 시기와 방법에 대해 당국에서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방침이 나오면 그에 따른 학교의 개학 준비도 가속화되겠지만, 그전까지는 이전부터 안내드리고 있는 대로 'e학습터 온라인 학습'과 '일일 과제' 등의 가정학습을 지속적으로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일시적인 e학습터 점검으로 인해 접속이 어려우실 줄 압니다. 저도 아이들의 쪽지를 확인하지 못해 답장을 못 쓰고 있으나 복구되는 대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3월 31일(화)

오늘 교육부 발표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초등 1~3학년 4월 20일 온라인 개학으로 나왔네요. 온라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날짜가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이들을 만날 날이 아직 요원할 듯싶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학교에서는 기존부터 준비해온 온라인 개학 방법에 대해 면밀한 협의를 거쳐 추후 안내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개학 전 4월 6일(월)~4월 17일(금)까지 우리 아이들의 학습 및 생활 습관 유지를 위해 <2학년 공통 학습 안내> 자료를 내일 교과서 배부시 함께 배부할 예정입니다. 교과서 배부 내용은 오늘 나간 학교 이알리미 내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3월 메시지는 2월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한 코로나로 인해 3월 개학이 미뤄진 상황에서, 가정과의 의사소통의 창구로 시작했던 매일 알림이라 간단한 인사말 위주였던 한 달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었겠지만, 이때까지는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일 년 내내, 아니 어쩌면 내년까지도 한 동안 이어질 거라는 것을 우리가 미리 알았다면 이 한 달에 달리 살았을까. 항상 그렇듯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지난 3월 한 달 고생 많으셨다. 우리 모두 토닥토닥.




매거진의 이전글교수(敎授)가 먼저인가, 공무(公務)가 먼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