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멤버십에서 생활하던 중에 운영진에서 준비한 게 있었는데 바로 타임캡슐 편지였다.
기수별로 10년이었나 20년 후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쪽지에 적어 내는 것이었다.
운영자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쪽지에 써 있는 장래희망들을 외쳤다.
‘최고의 시스템 아키텍처를 만드는 게 꿈인 사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개발자, 리눅스와 맞먹는 OS를 만들겠다는 개발자’ 등등… 철저히 개발과 관련된 꿈들만 나왔다.
여기는 개발로 시작된 곳이고, 개발자로 취업하고 싶어 모인 곳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난 이게 왜 이렇게 숨막히고 형식적인 것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운영자의 두 눈빛이 순간 흔들리더니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패스했다.
내가 뭐라고 썼을까?
‘영화 감독’이라고 썼다.
푸하하
청개구리 심보였을까?
아니, 순수하게 내 꿈은 정말로 ‘영화 감독’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모두가 미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꿈꾸는 그곳에서,
나는 별종이라도 된 것 마냥 타임캡슐 쪽지에 ‘영화 감독’이 꿈이라고 썼다.
그 타임캡슐 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