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改名(개명)

고쳐서 쓰기

by 따뜻한 만년필
개명(改名)
1. 원래 이름을 고쳐 짓다
2. 이름을 고쳐 지음
- 'Daum 한국어 사전'

이름을 바꾸는 일이 쉬워졌다.

기간은 대략 1~2개월, 비용은 15,000~20,000원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사람이 이름까지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으로 대략 연배가 추정되기도 하는 것은, 또한 사실이다. 원래의 이름과 함께 했던 시간이, 당사자들에겐 힘겨웠을 테니, 각자의 이유로 개명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은 존중되어 마땅할 테다.


아무튼, 개명의 문턱이 낮아진 탓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새로운 이름을 선택할 때는, 작명가에서 유행하는 이름 중에서 선택할 뿐, 딱히 새 주인의 나이까지 고려하지는 않는 것인지, 이름을 들으면 개명했음이 분명한 이들이 많아졌다.


2008년 장서희 주연의 ‘아내의 유혹’이라는 SBS일일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장서희가 1인 2역을 하는데, 가혹하게 버림받은 아내(구은재)가, 민소희라는 이름과 함께, 완전히 다른 사림인척, 전 남편 정교빈(국중 변우민 역) 앞에 다시 나타나고, 복수를 위해 그를 유혹한다는 내용이었다.

SBS일일드리마 ‘아내의 유혹’ (*이미지 출쳐 : 나무위키)

당시에 꽤나 인기가 있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막장드라마였는데, 드라마 자체의 인기를 넘어, 인구에 많이 회자되었다.


특히 한 가지 이유 때문인데,

다른 사람이란 설정으로 전 남편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그 흔한 성형수술 하나 없이, 외모에서 달라진 거라곤 눈밑의 점 하나뿐이었다.

대중들은 그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도,

“아니! 얼굴에 점하나 찍었다고?”,

"저게 말이 되느냐!!"

“남편이 바보냐!!”

이런 식이었다.


소설이 그렇듯, 허구와 과장은 드라마에서도 기본값이지만, 터무니없는 개연성을 문제 삼는 비아냥이 드라마가 회자된 주된 이유였다. 다른 프로그램—주로 코미디—에서 패러디하는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당명과 선거

다들 알다시피, 미국과 영국은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양대 모델로 꼽힌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으로,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집권한다.


집권을 위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인재를 영입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노선을 가다듬는 등 갖가지 노력을 지속한다.


미국은 우리처럼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다. 아래는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 최근 10번의 매치업이다. 미국의 거대양당은 공화당(Republican Party)민주당(Democratic Party)이다.(*빨간색은 당선)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vs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vs 조 바이든 (민주당)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vs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 밋 롬니 (공화당) vs 버락 오바마 (민주당)

* 존 매케인 (공화당) vs 버락 오바마 (민주당)

* 조지 W. 부시 (공화당) vs 존 케리 (민주당)

* 조지 W. 부시 (공화당) vs 앨 고어 (민주당)

* 밥 돌 (공화당) vs 빌 클린턴 (민주당)

* 조지 H.W. 부시 (공화당) vs 빌 클린턴 (민주당)

* 조지 H.W. 부시 (공화당) vs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민주당의 로고 당나귀(좌)와 공화당의 로고 코끼리(우) (*이미지출처 : Wikipedia)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미국 대통령도, 모두 민주당 또는 공화당이다. ( ) 안은 임기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민주당) (1933년 3월 4일~1945년 4월 12일)

*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공화당) (1953년 3월 28일~1961년 1월 20일)

* 존 F. 케네디 (민주당) (1961년 1월 20일~1963년 11월 22일)

* 지미 카터 (민주당) (1977년 1월 20일~1981년 1월 20일)

*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1981년 1월 20일~1989년 1월 20일)


영국도 양당 체제로 운영된다.

총리가 정부수반이자 정치적 실권을 지닌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인데, 직접선거로 뽑지는 않고, 총선을 통해서 다수당이 된 정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20세기의 마지막 총리이자, 21세기에 까지 걸쳐, 10년 넘게 직을 수행했던 토니 블레어(임기 : 1997년 5월 2일~2007년 6월 27일)는 노동당 출신이다.

아래는 토니 블레어의 후임 총리들의 명단이다. 부침을 많이 겪은 듯, 꽤나 자주 바뀌었지만, 어쨌거나 총리는 노동당(Labour Party) 또는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다.

* 고든 브라운 (노동당) (2007년 6월 27일~2010년 5월 11일)

*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2010년 5월 11일~2016년 7월 12일)

* 테레사 메이 (보수당) (2016년 7월 13일~2019년 7월 24일)

* 보리스 존슨 (보수당) (2019년 7월 24일~2022년 9월 5일)

* 리즈 트러스 (보수당) (2022년 9월 6일~2022년 10월 25일)

* 리시 수낵 (보수당) (2022년 10월 25일~2024년 7월 5일)

* (현) 키어 스타머 (노동당) (2024년 7월 5일~현재)


국민의힘(좌)과 더불어민주당(우)의 로고 (*이미지 출처: 법률신문)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어차피 양대정당체제지만, 양상은 좀 다르다. 아래는 지난 14대 대통령선거부터의 매치업이다. (* 빨간색은 당선이다)


* 21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vs 김문수(국민의힘)

* 20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vs 윤석열(국민의힘)

* 19대 문재인(더불어민주당) vs 홍준표(자유한국당)

* 18대 문재인(민주통합당) vs 박근혜(새누리당)

* 17대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vs 이명박(한나라당)

* 16대 노무현(새천년민주당) vs 이회창(한나라당)

* 15대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vs 이회창(한나라당)

* 14대 김대중(민주당) vs 김영삼 (민주자유당)


이런 나라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5년마다 치러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정당명의 변천사는 현란하다—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명에서 '민주'라는 단어는 대체로 고수해 왔다.


끝없는 개명(改名)

저토록 다양한 정당—특히 보수라 불리는 쪽—들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론 바뀐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대중들은 안다.


그럼에도 이미 인지도가 높은 이름을 버리는 결정을 왜 할까? 중앙당사뿐 아니라, 전국 시도당 사무소의 간판, 제복, 홍보물 등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드는 일일 텐데 말이다.


당명 변경의 의도는 사실 뻔하다. 구성원도, 정책도 거의 그대로인데, 굳이 당명을 바꾼다는 것은, 오직 이미지 세탁을 위해서다.


저런 시도를 반복하는 건, 엉성해 보여도 어느 정도는 효능이 있어서일 텐데, 저 정도에 넘어가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전 남편이, 자신이 버렸던 전처에게 다시 매력을 느낀 이유는, 이전에 없었던 점 하나가 생겼기 때문도, 달라진 이름 때문도 아니다. 정말로 아주 확 달라진 사람 때문이다.


당명을 아무리 바꿔봐야, 그들의 본질이 달라진 적은 없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고, 지지율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 정당은 개명이 아니라, 해체가 마땅할 텐데…

일단 이름부터 바꾸고, 매번 이름만 바뀌었다.


주기적으로 대형사고를 치는 정당, 두 번 연속 자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당했던 그 정당은, 또 개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몇 개의 이름을 손에 쥐고, 실행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고쳐야 할 것은, 이름 따위가 아님을 그들은 아직도 모른다.



* 커버 이미지 : SBS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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