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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Oct 30. 2023

Jagged Little Pill-앨라니스 모리셋(중)

많이 팔린 위대한 앨범 by Alanis Morisstte

 빼어난 조연

1996년 2월 28일에 열렸던 제38회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가히 행사의 주인공이라 할만했다.


그날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본상—그중에서도 최고인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1개를 포함, 총 4개의 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그 4개의 상 중에서 오직 본인에게만 주어진 상은, 최우수 여성 록 보컬 퍼포먼스(Best Female Rock Vocal Performance) 단 하나였다.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상,

올해의 앨범 (Album of the Year) : 앨범 [Jagged Little Pill]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최우수 록 앨범 (Best Rock Album) : 앨범 [Jagged Little Pill]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최우수 록 노래 (Best Rock Song) : 'You Oughta Know'의 작곡가.

이상의 3개 상은 실현자(아티스트)뿐 아니라, 프로듀서, 제작자, 작곡가 등에게 공동수상 또는 (작곡자의 범위에 따라) 공동수상이 가능한 상이다.

 

그래서 그때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 수상을 하던 무대 위에, 3번을 함께 섰던 이가 있었고, 그는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였다.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는, [Jagged Little Pill] 앨범을 프로듀싱했고,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과 공동 작곡했다—※참고로 작사는 모두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 했다.

제38회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를 수상하는 앨라니스 모리셋과 프로듀서 글렌 발라드 (*이미지 출처: Yahoo! Entertainment)


팝음악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는 그렇게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살짝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게서 두 번째로 큰 앨범 [Bad]에는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Bad]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앨범 중에서도, 유독 (가장 많은) 빌보드 1위 곡을 많이(5곡) 배출한 앨범이다—앨범에서 싱글 발매순으로 앞에서부터 5곡까지 모두 1위에 올랐다.


앨범은 1987년 8월 31일에 정식 발매되었지만, 앨범발매보다 2개월가량 앞선, 6월 20일에 첫 싱글이 발매되었다. 그래서 앨범에서 첫 번째로 1위에 올랐던 그 곡은 'I Just Can't Stop Loving You'이다. 이곡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혼자 부른 것이 아니라, 사실상 듀엣곡인데, 같이 부른 여자가수가 시다 개럿(Siedah Garrett)이다.

마이클 잭슨의 'I Just Can't Stop Loving You' 싱글 커버 앞면(좌)과 뒷면(우)이다. 뒷면에 마이클 잭슨과 시다 개럿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시다 개럿(Siedah Garrett)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훌륭한 하모니로, 'I Just Can't Stop Loving You(with Siedah Garrett)'를 멋지게 완성했다.


그런데 그때 시다 개럿(Siedah Garrett)[Bad] 앨범에, 목소리로만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한 곡에는 작곡자로 참여했는데, 그 노래 또한 [Bad] 앨범이 배출한 5곡의 빌보드 1위 곡 중 한 곡이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대단히 애착을 가졌던 'Man in the Mirror'다. 이 노래의 작곡자 중 한 명이 시다 개럿(Siedah Garrett)이고,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와의 공동 작품이다.


시다 개럿(Siedah Garrett)과 글렌 발라드(Glen Ballard), 두 사람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다음 앨범 [Dangerous]에서도 작곡자로 참여한다. 앨범의 12번째 트랙 'Keep the Faith'가 두 사람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그래서 세 사람의 공동 작품이다. 마이클 잭슨은 두 사람에게서 또 한 번의 'Man in the Mirror'를 기대했을 텐데,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는,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Jagged Little Pill]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더 올렸겠지만, 그 이전에도 그는 이미 유명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다.


글렌 발라드(Glen Ballard)[Jagged Little Pill] 그 이전과 이후에 같이 작업한 유명한 아티스트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폴라 압둘(Paula Abdul), 노 다웃(No Doubt), 데이브 메튜스 밴드(Dave Mattheus Band) 등등...

그중 대표적인 팀을 하나만 소개를 하자면,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는 1990년 윌슨 필립스(Wilson Phillips)의 데뷔 앨범 [Wilson Phillips]를 프로듀싱했고, 총 10곡의 수록곡 중, 5곡에는 직접 작곡가로도 참여했다.

윌슨 필립스(Wilson Phillips)의 데뷔 앨범 [Wilson Phillips] 커버


앨범은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빌보드 앨범차트(Billboard 200) 2위에 올랐고, 싱글로 발표한 5곡이 모두 최소 12위 이상에 올랐다. 4곡은 Top10, 3곡은 1위다.

그리고, 1위에 오른 3곡 중 2곡—앨범의 타이틀곡 'Hold On''You're in Love'—이 글렌 발라드(Glen Ballard)가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싱글 5곡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  ) 안은 빌보드 핫 100 성적, ★표는 글렌 발라드가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Hold On (1위)★

Release Me (1위)

Impulsive (4위)

You're in Love (1위)★

The Dream is Still Alive (12위)★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제38회 그래미(Grammy)에서 최우수 신인(Best New Artist)에도 후보로 올랐었지만, [Jagged Little Pill]은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첫 번째 앨범이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앨범은 자국 캐나다에서만 발매되었다.

레이블을 옮겨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발매한 첫 앨범이 [Jagged Little Pill]이다. 그래서 그래미(Grammy)에서 신인으로 인식했던 것이다—류현진 선수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수년간 뛰었어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해에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글렌 발라드의 이름이 뚜렷하게 적힌 [Jagged Little Pill] CD와 케이스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를 만난,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tte)은 세 번째 앨범에 와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전의 댄스 팝이 아닌, 록 음악으로 변신했고, 캐나다 만이 아닌,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앨범을 발매하는 큰 기회를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 글렌 발라드(Glen Ballard)를 만났던 것이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에겐 가장 큰 기회이자 행운이었다.


제38회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의 최우수 주연이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었다면, 최우수 조연은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였다. 한 사람은 뛰어난 가수였고, 다른 한 사람은 뛰어난 프로듀서였으며, 동시에 두 사람은 뛰어난 작곡가였다.


많이 팔린 & 위대한 앨범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의 덕도 상당히 보았겠지만, 그것이 없었더라도, 음악애호가로서, 또 음반수집가의 시선으로 보아도, 앨범 [Jagged Little Pill]은 빼어난 곡들로 빼곡히 채워진 대단히 훌륭한 앨범이다. 덕분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1,52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Jagged Little Pill]은, 미국에서 발매된 앨범으로는, 역대 14위에 해당한다.

[Saturday Night Fever O.ST](좌)와 핑크 클로이드(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우)

이름만으로도 놀라운 앨범들,

1,600만 장이 팔린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 사운드트랙(Saturday Night Fever O.S.T)’이 13위이고,

1,500만 장이 팔린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The Dark Side of the Moon]이 15위라,

이 위대한 두 앨범 사이에 [Jagged Little Pill]이 자리했다.


미국에서만 많이 팔린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렸는데, 3,3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미국 내 판매량 순위와 똑같은 역대 14위에 해당한다.

3,500만 장 판매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1987년 앨범 [Bad]가 13위이고,

3,200만 장 판매된, 셀린 디온(Celine Dion)의 1996년 앨범 [Falling into You]가 15위라,

그 사이에 [Jagged Little Pill]이 위치한다—이상하게도 [Bad]가 자꾸 언급된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 쟁쟁한 앨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이전에 썼던 다른 글에서, 전 세계 음반판매량이 대단하다고 언급했던,

메탈리카(Metallica)의 [Metallica] : 3,100만 장 (21위)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Appetite for Destruction] : 3,000만 장 (25위)

을 모두 가볍게 따돌렸다.


놀라움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Jagged Little Pill]에 대해, 대중들의 환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많이 팔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악계 전문가들의 평가도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Stone)은 아티스트, 앨범, 노래에 대한 갖가지 순위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는데, 그중에 ‘500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The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이란 것이 있다.

롤링스톤(RollingStone)이 2020년에 발표한 '500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이미지 출처 : RollingStone)


롤링스톤(RollingStone)은, 2003년에 처음, 이 순위를 발표했는데,

비틀스(The Beatles)의 1967년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1위를 차지했다. 그때 [Jagged Little Pill]은 327위를 기록했다.(※2012년에는 약간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멘트와 함께 순위를 다시 발표했으나, 본격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는 언급을 생략하겠다.)


전 세계 셀 수 없이 많은 앨범 가운데 선정한 단 500장의 앨범, 그 안에 이름을 넣은 것만으로 정말 대단한 것이다. 당시(2003년)는 [Jagged Little Pill]이 발매된 지, 8년째 되는 해였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다시 17년이 지난 2020년,

새로 탄생한 앨범, 시대의 흐름, 역사적 평가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여,

롤링스톤(RollingStone)은 ‘500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The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을 다시 발표했다.


순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0년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좌)과 2위에 오른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우)


2003년에 6위였던, 마빈 게이(Marvin Gaye)의 1971년 앨범 [What's Going On]이 2020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사회에 대한 너무 강한 비판을 담아, 제작사의 반대가 심했음에도, 끝끝내 앨범을 발매해 낸, 마빈 게이(Marvin Gaye)의 고집이 담긴 음반. 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대충이라도 검색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앞으로도, [What's Going On]의 서사를 이길 앨범은 쉽게 나오기 어렵다.


참고로 2위는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1966년 앨범 [Pet Sounds]인데, 1위가 바뀌었음에도 이 앨범은 2003년에도, 2020년에도 여전히 2위여서, 만년 2위로 불운하다.

 

2003년 순위에서 1위였던, 비틀스(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24위로 내려앉아서, 1위를 놓친 것뿐만 아니라, 비틀스(The Beatles) 음반 가운데에서도 세 번째로 밀려나 버렸다.

비틀스(The Beatles)의 1969년 앨범 [Abbey Road]가 5위에 올라, 비틀스(The Beatles) 음반 중에선 순위가 가장 높고, 1966년 앨범 [Revolver]가 11위로, 비틀스(The Beatles) 앨범으로선 두 번째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그래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넘버쓰리가 되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시간 속 여러 변수들로 인해, 같은 앨범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렇게나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2020년의 ‘500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The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에서, [Jagged Little Pill]은 당당히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69위에 올랐다. 

처음 순위를 발표했던 2003년에서 17년이 더 지난 시점에는, 그때 순위에서 258 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2020년 롤링스톤 선정 '500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69위에 오른 [Jagged Little Pill] (*이미지 출처 : RollingStone)


사실 이런 순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결코 절대적일 수도 없고—재미로 또는 참고로 볼만한 자료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것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있다.


명곡과 명반은 시간을 견뎌낸다.

시간을 견뎌낼 뿐 아니라, 오히려 이겨낸다.

[Jagged Little Pill]도 그렇게 시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Jagged Little Pill]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 [Jaggged Little Pill] -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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