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by 한천군작가

봉평장 이어지는 메밀꽃 필 무렵
기억은 가물거리고 남은 것은
희끈거리는 속 좁은 추억뿐

대장장이 풀무래질에
흥정하는 소박함이 얼굴이요
초꼬슴하는 마시는
상복 입은 이 좋을시고
아이 업은 아줌이면 좋을시고

속고삿 동여매고
긴 걸음 달려온 걸음
해껏 까지 이리저리 돌다
돌아가는 두손 노을을 매고
자반 엮은 새끼줄에 웃음이 인다

그리운 추억아
샛검불 지나 오느냐
푸서리 건너가느냐
그리운 추억아
자개미 깊이 파고드는 추억아...


추억으로...


살아가며 가장 좋은 교육은 여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 일생이 여행이기에 나 가고 싶은 곳 언제든 갈 수 있다면 정말 잘 살다 가는 것이 아닐까.

젊은 날

수 없이 많은 곳을 바람처럼 스쳐지났지만 아직도 가 볼 곳이 많으니 어쩌면 행복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간혹

시장엘 가라는 말을 한다.

왜?

가보면 안다.

나태한 나를 볼 수 있고 세상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터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장엘 자주 간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며...



해껏: 해가 넘어갈 때까지.
샛검불; [목재] 잡풀이 섞인 새나무의 검불.
희끈거리다; [양태] 현기증이 나서 어뜩어뜩하여지다.
푸서리; 거칠게 잡풀이 무성한 땅.
초꼬슴; 일을 하는데 맨 처음.
자개미; [신체부위] 겨드랑이나 오금 양쪽의 오목한 곳.
속고삿; [집, 건축] 지붕을 일 때 먼저 지붕 위에 건너질러 잡아 매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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