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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an 25. 2021

넷플릭스 '브리저튼' 관전 포인트6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에 힘을 쏟으며 볼거리가 많아져 즐거운 요즘. 하지만 막상 보려면 뭘 봐야 할지, 고르는데만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순위권에서 계속 머무르는 '브리저튼'이 눈에 띄어 보게 됐다.

만족도부터 이야기하자면, 완전 만족, 꿀잼, 강추. 영국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로는 특히 '시대극'을 좋아해서 브리저튼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하고, 이틀 만에 끝낸 '브리저튼'을 줄거리와 함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스포일러 주의> 다음의 내용은 결말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800년대 런던 사교계 로맨스와 가십

<브리저튼> 공식 포스터. 이미지=넷플릭스


18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브리저튼>은 최상류층의 '사교계'의 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제목과 동일한 '브리저튼' 가문의 4번째 자녀이자 장녀인 '브리저튼 다프네'가 주인공이다. 당시 영국 여성의 '성공'은 결혼으로 결정되던 시대였기에, 문학과 예술, 사교 예절 등을 완벽하게 익힌 다프네 역시 '성공적인 결혼'을 바라고 있다.


여왕에게 '결점 없다'라는 평을 받으며 최고의 다이아몬드로 자리 잡은 다프네는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사교계의 최고 신랑감이자 바람둥이인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과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이지만, (늘 그렇듯)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며 관계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 둘의 연애만으로도 떠들썩한 런던 사교계에 나타난 의문의 인물, '레이디 휘슬다운'은 가십을 담은 소식지로 사교계에서는 그의 존재를 밝혀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미지=넷플릭스 <브리저튼> 캡처


영국, 시대극, 로맨스와 가십.

끌릴 수밖에 없는 소재를 가진 <브리저튼>은 총 8편으로, 1편당 약 1시간이다. 흥미로운 주제에다 사건이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어 지루한 느낌은 전혀 없다. 다만 '청불'등급으로 후방 주의는 필요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관전 포인트 1.

화려함 그 자체, 19세기 런던 사교계


<브리저튼>은 1800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귀족들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고 있어 드레스며 대저택의 인테리어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19세기 시대극에서는 반짝이거나 화려한 색감, 실크 등의 소재만 보이는데 <브리저튼>에서는 기존 영국풍과는 다른 스타일의 드레스도 선보여 신선한 느낌을 준다.


패더링턴 가의 화려한 드레스. 이미지=넷플릭스



이미지=브리저튼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옷이며 헤어스타일도 모두 다른 점도 흥미롭다.

누가 봐도 정통적으로 귀족 혈통을 따르는 듯한 브리저튼의 집안은 19세기 사교계의 정석을 보여준다면, 그와는 반대로 패더링턴 집안의 여자들은 주로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드레스를 입는다. 그 외에도 소문 퍼트리기 좋아하는 허세 가득한 집안은 머리장식이 굉장히 화려하다든지, 인물의 캐릭터에 따라 의상이나 헤어가 달라 외모와 성격을 맞춰보며 보는 재미가 있다.


이미지=넷플릭스

가장 인상적이었던 드레스는 '3편. 졸도의 기술'에서 나오는 다프네의 드레스이다. 사이먼과 계약 관계이지만 서서히 그에게 빠져들 때쯤에 사랑 고민에 빠진 다프네. 그때 러프시아 왕자가 배필을 찾기위해 런던을 방문했고 모든 여성들은 그에게 잘보이려 애를 쓴다. 그때, 다프네는 결심한 듯, '흰색과 은색이 있는 드레스'로 바꾸고 머리장식도 화려하게 꾸민다. 그리고 무도회에 등장!

와 이때 진짜 졸도할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도도한 표정과 태도, 그리고 사이먼 보란 듯이 왕자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관전 포인트 2.

(아마도) 최초의 흑인 퀸과 귀족의 등장


흑인 여왕이라니! 이미지=넷플릭스


시대극에서 소소하게 갖는 호기심이라면 바로 '퀸'의 모습이다. 영국은 아직도 '여왕'이 존재하는 나라이기에, 과거의 여왕을 재현할 때에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데, <브리저튼> 속 여왕은 '흑인'이었다. 게다 흑인 귀족이 등장한다.


과거 영국 사회에서는 흑인은 귀족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흑인'인 여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왕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흑인이어서 나는 정말 놀라웠는데, 보는 내내 어떻게 흑인이 귀족이 되고 여왕이 되었을까 궁금했다. 3, 4화쯤에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왕이 여왕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어 피부색에 연연치 않고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흑인의 지위 또한 상승하여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사이먼은 정신적 질병을 앓는 왕이 갑자기 여왕을 내치게 된다면 그들의 지위도 다시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갖고 있다.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과 그를 보살펴주는 레이디 댄버리. 모두 흑인이다. 이미지=넷플릭스

흑인을 귀족으로 묘사한 점은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던 대목이었다. (물론 원작에 기반한 인물 설정이지만)



관전 포인트 3.

<오만과 편견>의 런던 버전, 브리저튼과 공작


이미지=넷플릭스

보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브리저튼>의 주인공인 브리저튼 다프네와 헤이스팅스 사이먼 공작은 처음 만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의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런 흐름이 <오만과 편견>과 굉장히 닮았다. 중간에 서로를 사랑하지만 인정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조차도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과 미스터 다아시를 절로 떠오르게 한다.


이미지=브리저튼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 허가를 받기 위해 여왕 앞에서 내뱉는 사이먼의 고백은 <오만과 편견>에서 미스터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고백을 주고받는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그럴듯한 말로 여왕을 속이려 했던 다프네와 달리, 사이먼은 그 동안 억눌러 왔던 다프네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왕은 이 둘의 결혼을 허락한다.


사이먼의 고백으로 다프네 또한 그의 진심을 알게 되고, 이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부가 된다.


<오만과 편견> 중 키이라 나이틀리. 이미지=오만과 편견


다프네 역을 맡은 '피비 디네버'는 실제로도 키이라 나이틀리와 많이 닮아, 더더욱 <오만과 편견>이 떠올랐다. 첫 회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보면 볼수록 닮아 의도한 캐스팅인가 싶었을 정도다.

<오만과 편견>은 많은 로맨스 소설에 영향을 주었던 만큼, <브리저튼>도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오만과 편견>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의미는 차지하고서라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거의 로맨스의 정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4.

미드 <가십걸>이 떠오르는 '레이디 휘슬다운'


<브리저튼>이 더욱 흥미진진한 것은 '레이디 휘슬다운'의 존재 때문이다. 사교계, 심지어 여왕까지도 들었다 놨다 하는 레이디 휘슬다운은 사교계의 뒷이야기를 소식지로 발행한다. 이 때문에 사교계는 그의 소식지를 꺼리면서도 기다린다. 자신의 이야기가 실리진 않았을지, 혹은 누구의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레이디 휘슬다운의 존재는 드라마 속에서는 '목소리'로만 나오면서 그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는데, 이러한 방식이 미드 <가십걸>과 매우 비슷하다.


<가십걸>의 목소리로 시작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끝나듯, <브리저튼>에서도 레이디 휘슬다운이 시작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끝을 맺는다. 그리고 가십걸처럼,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와 같은 말을 한다.


남자들도 읽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소식지. 이미지=브리저튼

<가십걸>과는 달리, '레이디 휘슬다운'의 존재는 <브리저튼> 시즌 1의 마지막에서 밝혀진다.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직접 '내가 레이디 휘슬 다운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았고, 단순히 더빙과 그 인물이 동시에 나온 것으로 끝이 났다. 아마 <브리저튼> 시즌2에서 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참고로 레이디 휘슬다운의 목소리는 '줄리 앤드류스'가 맡았다. 우리에게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와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왕비님으로 익숙한 그분이다. 줄리 앤드류스는 다수의 애니메이션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해왔다. (슈렉에서도 여왕님이셨던 분!)

줄리아 앤드류스. 이미지=나무위키


관전 포인트 5.

19세기 버전의 21세기 음악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익숙한 듯 새로운 배경음악을 듣게 된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인데, 오케스트라 음악이기에 처음 듣는 듯하다.

<브리저튼>의 음악은 최근 인기 있었던 POP을 새롭게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선보이고 있어,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you', 'Next', 마룬5의 'Girls Like You',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테일러 스위프트의 'Wildest Dreams' 등 시대극이지만 현대음악을 사용하여 친숙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의 상황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듯하다.



관전 포인트 6.

주변 인물들의 애정 전선과 관계도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담은 것이라면 드라마는 뻔한 내용에다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 둘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입체적이기는 하지만...)

<브리저튼> 집안은 모두 8남매로, 첫째부터 셋째 아들은 모두 장성하여 집안과 개인의 욕망을 두고 고뇌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첫째 앤소니는 아버지의 부재로, 그 자리를 대신하여 집안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가 사랑하는 오페라 가수 사이에서 선택을 망설인다. 드라마 끝에서는 집안을 선택하는데 과연 또 어떻게 될지.

차남인 베네딕트는 둘째이기에 집안에 대한 책임감은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예술계로 진입하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최상류층의 교육을 받고 자라온 그이기에 자유분방한 예술 활동은 또 쉬워 보이지 않는다.

셋째인 콜린은 패더링턴 집안의 페넬로페와 그녀의 먼 친척인 마리나와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그 셋의 이야기가 주인공 못지않은 서사를 가지고 있어 총 8편 중에서도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엘로이즈와 페넬로페. 이 둘은 친구다. 이미지=브리저튼


그리고 다프네의 여동생, 엘로이즈는 사교계의 길을 걷기보다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기를 원하는데, 드라마 끝에서 '레이디 휘슬다운'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인물 역시 그녀이다. 개인적으로는 엘로이즈의 외모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서 오히려 정말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던 인물이었다.


이렇게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총 8편의 8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시즌2 확정! 다음 <브리저튼>은 누구?


시즌2 제작 확정을 알리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편지. 공지도 <브리저튼>스럽다. 이미지=브리저튼 공식 인스타그램


얼마 전, <브리저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시즌2 제작 확정을 알렸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소식지로 공지를 하는 것도 너무나 <브리저튼>스러운 것!


시즌 1에서는 다프네가 염원하던 아이도 갖고, 두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말을 맺었기에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여기서 또 사이먼은 아버지로서의 부적격하다고 느끼게 되며 다프네와 갈등을 빚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 밝히기가 펼쳐지는 것인지 등.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즌2에서는 아무래도 헤이스팅스 공작 부부의 이야기보다는 첫째 앤소니 공작이 주인공이 될 듯하다. 장남의 역할과 오페라 가수 사이에서 반항하는 그의 모습이 또 어떤 서사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고민 많은 장남, 앤소니 브리저튼. 이미지=브리저튼





한드 외에는 드라마를 끝까지 잘 못 보는 편인데 (그나마 완주했던 드라마가 넷플리스 <빨강 머리 앤>) 오랜만에 흥미롭게 끝까지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아 매우 기쁘다. 조만간 2차 정주행을 가지 않을까 싶다.

아직 <브리저튼>을 보기 전이라면 주말에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한 번에 끝까지 볼 수 있으니깐.


<브리저튼> 티저 포스터. 이미지=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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