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 '리얼리리얼' 김진아 대표
‘ESG 경영’이 화두인 지금, 많은 이들이 ‘비건, 에코 프렌들리,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진짜’인 기업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진아 대표는 성장세에 있는 친환경 패션 시장에 ‘진짜’의 마음으로 ‘에코 퍼’에 도전했습니다. 스타트업 미디어 기자로 접했던 익숙한 세계에서 실제 창업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진짜 ‘리얼’은 무엇인지, 그의 창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과 동물, 지구가 행복한 프리미엄 에코 패션 브랜드 ‘리얼리리얼’의 대표 김진아입니다.
인천국제공항, KBS E스포츠 등 아나운서를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 미디어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자로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표로 운영도 하는 신기한 자리에 있네요.
Q.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아나운서로 일하다 ‘복작복작’한 일의 생태계를 느끼고 싶어 시작하게 된 것이 스타트업 미디어 기자였어요. 아나운서는 소식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이었다면, 스타트업 기자는 그들의 세상을 직접 듣는 일이었죠.
그렇게 1년 정도 스타트업의 일을 듣다 보니 저도 제가 가진 가치로 시장을 만들고, 세상의 니즈(needs)를 충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에코 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고,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의 기자라서 창업에 도움이 되시거나, 실제와 다르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었나요?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정말 달라요. 특히 스타트업을 직접 하시는 여성 대표님을 많이 알게 되어서 든든한 힘이 되었어요.
회사를 실제 운영하면서 좌절하고, 힘들 때가 많았는데 이런 문제들이 나만의 것이 아닌, 다들 겪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또 그분들이 해결한 방식을 미리 알고 있어서 든든했어요. ‘그래, 내가 바보같이 한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더 생겼죠.
반면, 이미 창업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정말 달라요. 그분들은 이미 결말이 있는 책을 다 쓰셨고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만 했죠. 지금은 결말도 모른채, ‘현재 진행형’으로 직접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Q. 창업 아이템으로 패션과 에코, 두 가지의 키워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다 그랬어요. 팔 거면 원피스 팔라고. 패션모델로 일하면서 오피스 룩이나 웨딩 촬영을 전문으로 많이 하고, 또 아나운서이다 보니 제 이미지를 여성적인 스타일로 많이 떠올리세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으로 일로 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좋아하는 걸 뛰어넘어야지만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모피를 입지 못해요. 어렸을 때, 우연히 렉스 모피를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게 됐어요. 렉스 자체가 모피 제조를 위해 크기를 키운 토끼예요. 영상에서 그 렉스를 산 채로 잡는데, ‘토끼는 원래 성대가 없다’라는 자막이 뜨는 거예요. 토끼는 성대가 퇴화한 동물이라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퇴화한 성대로 소리를 지르는 거죠. 그런 계기로 커서도 모피는 피하게 됐어요.
모피 가격을 보면, 여우 털은 싸고 밍크가 비싸요. 그 이유가 여우는 3마리, 밍크는 50마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모피 가격은 동물의 마릿수로 설정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알고 나니 모피에 더더욱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Q. 그래서 모피 대신으로 입을 수 있는 ‘에코 퍼’를 만들게 되신거군요!
제 브랜드가 되려면 ‘김진아’와 동일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아하는 걸로 일로 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에코 퍼는 달라요. ‘김진아는 모피를 못 입는 사람’인 거죠. 모피를 못 입는 사람이 만드는 ‘에코 퍼’는 나로부터 시작한 것이니 관심 그 이상의 것이죠.
이런 제 의지와 ‘에코 패션 트렌드’가 잘 맞아 떨어졌죠. 하지만 ‘모피 입지 마세요, 잔인해요’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예쁜 옷’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한 분이라도 저희 제품을 이용하시면, 이 경험들이 쌓여서 세상은 변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Q. 홈페이지에서도 봤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더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럼 ‘리얼리리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집에서 혼술 하면서 이름을 어떻게 만들지 끼적이고 있었어요. ‘리얼 모피, 리얼…’ 이런 단어들을 계속 검색을 하다, ‘진짜 같은 모피’라는 1차원적인 의미가 아닌, 제품과 브랜드가 담고 있는 진짜 가치를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로 진짜다’라는 의미로 ‘리얼리리얼’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브랜드를 설명할 때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이라고 말하지만, ‘리얼리리얼’을 그대로 직역하면 ‘진~짜 진짜’라는 뜻이 돼요.
저는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매일 함께하는 사람 중에 진짜 내 사람이 누굴까, 음악이나 미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아는 걸까. 그러다 보니 브랜드를 만들 때도 이런 생각을 많이 담게 되었어요. ‘브랜드가 담긴 가치가 진짜다’, ‘진짜 가치를 담았다’라는 마음으로 ‘리얼리리얼’이란 이름을 붙였죠.
Q. 에코와 패션은 사실 상반되는 개념이라 여러 문제도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에코-패션의 가치가 부딪혔을 때, 어떻게 풀어내셨나요?
포장할 때 제품을 보호하면서도 또 환경을 생각해야 해요. 공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닐로 포장하죠. 저희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포장을 해도, 처음부터 비닐을 사용하는 환경이죠. 그래서 공장에서는 비닐 사용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100% 재활용 가능한 비닐을 사용하고 있어요.
디자인에서도 제가 최고의 디자인을 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섰어요. ‘가치 소비’라는 측면은 제가 꽉 쥐고요. 만약, 제가 ‘가치’만 강조하면 제품의 품질은 떨어진 채, 동정심으로 파는 옷이 되는 거죠.
에코와 패션을 동시에 가져가기로 하고,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에코 가치를 대변하는 대표로 있고, 헤드 디렉터에게 디자인을 맡긴 거죠. 그래서 ‘심미성’을 두고 자주 싸우는데, 차라리 남하고 싸우는 게 편하더라고요.
내 안에 다 넣어두면 맨날 싸워요.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꿈에서도 싸우고, 24시간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하지만 남은 안 보면 싸우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문가를 섭외해서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앞으로 에코 패션 브랜드로 어떤 제품들을 생각 중이신가요?
내년부터는 에코 가죽으로도 확장해보려 합니다. 선인장 소재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성수동에 가죽 공방은 많은데 비건 가죽을 시도조차 못 하고 계세요. 만들어도 어디서 팔아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저희 기업과 협업으로 진행하면 이 또한 좋은 기회로 서로 상생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Q. ‘리얼리리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완벽한 모피 대안’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1순위 가치입니다. 그래서 모피 브랜드가 우리를 미워하기를 바라고 있죠. (웃음)
‘에코 퍼’ 중에서는 완벽히 모피 대안으로 나온 것은 정말 찾기 어려워요. 저희 제품이 모피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란 점에서 좋게 봐주고 계세요. 내년부터는 상품도 확장하려고 해요. 밍크 가방 핸들 커버를 대신할 수 있는 소품처럼, 모든 밍크 제품을 대신하고 싶어요. 밍크 사장님들이 정말 저희를 미워하시겠죠?
Q. 리얼리리얼은 앞으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는 에코 패션 브랜드’가 될까요?
에코 패션을 너무 어렵게 설명하고 다가가기보다는 저희 제품을 샀을 때 가치가 실현되고, 동물 보호가 되고, 기부되는 커머스를 만들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ESG 가치, 여성, 인권, 동물, 환경, 자존감 등 주제를 정하지 않고 가치 소비와 관련된 플랫폼을 계획 중이고요.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가치소비를 위한 큐레이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정착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아’라고 하면 에코 퍼를 만드는 리얼리리얼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가치 소비에 맞는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사람,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관심은 많은데 바빠서 가치소비를 못 하는 분들도 있어요. 채식을 하고 싶어도 검색할 시간이 없는 거죠. 그런 분들을 위해 김진아가 추천하는 건 ‘가치 소비’에 맞으니,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친환경 샴푸도 진짜 맞는 것인지, 마케팅으로만 사용하는 것인지 모호한 것이 많아요. 하지만 김진아가 검증한 것이니, 일단 1차 통과는 됐다는 거죠.
이처럼 큐레이션 커머스를 하면서, 그중 PB로 정말 잘할 수 있는 ‘에코 퍼’를 소개하는 형태로 기획 중입니다.
Q. 브랜드를 준비하시면서 경쟁사 혹은 롤 모델로 생각한 브랜드나 기업이 있나요?
같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중에 ‘더잠’이라고 있어요. 이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원테이커’의 홍유리 대표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술 한번 먹자고 꼬시는 중인데요.(웃음)
모델 활동을 하다 보니 상반된 욕구들이 부딪힐 때가 있어요. 속옷은 여성의 액세서리 정도라고 저는 생각해요. 필요할 때 입는거지 반드시 입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옷은 아니죠. 하지만 모델이다 보니 몸매 보정이 필요하면서도, 속옷이 편안함이 아닌 몸매 보정에만 초점이 맞춰야 할까 하는 모순된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더잠 연남점 매장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편안함’을 이야기하는 속옷 브랜드를 알게 됐어요. 뿐만 아니라, ‘몰카방지카드, 엄마와 딸이 함께 입는 속옷, 여성 드로즈’와 같은 캠페인이나 제품에 일부가 아닌, 여성 대중이 더잠에 호응하는 것을 봤어요. 그런 점에서 저도 ‘더잠’과 같은 브랜드가 되고자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타트업이자 대표님입니다.
Q.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하고 싶은 캠페인이 있을까요?
저는 매우 진지한 편이지만, 동물이나 환경보호를 너무 진지하거나 공격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 저희가 충주에 있는 장애여성 자립센터에 에코 퍼 머플러를 드렸어요. 여성 장애인을 지원하는 거라면 따뜻한 옷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시각을 바꿔봤어요.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이라고 먹고사는 것만 걱정하고 그것만 도와줘야 할까?’ 그들도 예쁘게, 화려하게, 즐겁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한 부분이에요. 그냥 같은 여성이잖아요. 기존에 많이 해오던 방식으로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세상은 남녀차별 등 과도한 갈등으로 모두가 지쳐 있는데, 캠페인마저 진지하기보다는 사회 문제에 대해 즐겁게 풀어내고 싶어요.
Q. 대표님의 즐거운 생각들이 여성 장애인 분들께도 따듯하게 전달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 또 준비하고 계신 캠페인이 있나요?
연말에는 엄마와 딸을 대상으로 ‘모녀화보’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 제품은 실제 모피코트와 100% 같은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피공장에서 만들고 있어요. 모피 자체가 MZ세대보다는 40~60대에게 인기가 높아요. 그분들은 에코 퍼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세요. 모피코트를 입는 것 자체가 사모님처럼 보이고 싶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입고 싶은 거지 에코 퍼는 자존심이 상하고, 그럴 바에 안 입는다고도 말씀하세요.
에코 퍼를 거부하시는 어머님들께 딸이 선물하고 같이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에코 퍼를 입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리얼리리얼은 ‘에코 패션 브랜드’ 답게 구성원을 선정하는 기준도 남다를 거 같아요. 리얼리리얼만의 채용기준이나 가장 중시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브랜드 출시를 준비할 때와 이후에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어요. 함께 시작하는 구성원은 기업의 가치에 동의하고, 혹은 관심이 있고, 의지가 있는 즉, ‘사람됨’을 많이 봤어요.
스타트업이 오래 버틸 수 있는 건 궁극적으로 ‘사람’이라 생각해요. 일이 굉장히 바쁘고, 초기 시드머니를 회수할 때까지 버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서로 잘 알고 있고, 각자의 관점을 나누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내년부터 채용할 때는 기업의 가치를 넘어 관련 시장을 잘 아는 분을 찾으려 합니다. 결국은 제품을 판매하려면 고객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기업의 가치만 알면 우리끼리 놀고 끝나요. 하지만 시장을 알고, 시장의 니즈(needs)를 더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더 오래갈 수 있죠.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공유해 줄 수 있는 분을 찾으려 합니다.
Q. 현재는 어떤 분들이 모여 있나요?
현재는 저 포함 3명, 그리고 본업과 병행하거나 프리랜서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정해진 역할이 따로 없어요. 꾈 때는 특정 역할로 이야기하지만, 슬쩍슬쩍 일을 더 요청하게 되죠.(웃음) 저희는 지금 1인당 해야 할 일이 아주 많고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이 있지만, 또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며 그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디자인도 대표님께서 직접 관여를 하고 계신 건가요?
패션과 에코, 두 가지 중 그 무엇도 우선이 될 수 없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동시에 ‘패션’도 놓칠 수 없죠. 패션 트렌드도 잘 담고, 멋진 옷이어야 하고, 품질도 중요해요.
저희가 디자인을 직접 하면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라 압구정 갤러리아에 꽤 오랫동안 입점해 있는, 국내 대표 밍크 브랜드와 협업을 했어요. 그 브랜드는 모피만 나갈 예정이라, 기존의 디자인을 에코 퍼에 적용하는 것으로 협업했어요.
Q. ‘에코 퍼’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공장도 그렇고.
모피나 밍크를 제조하는 공장에는 2~3대에 걸쳐 만드시는 장인들이시고, 나이대도 있으세요.
그분들이 모피는 한 벌 만들면 200만 원이 남고, 에코 퍼는 9만 원이 남는데 내가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느냐고 하셨죠.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셨어요.
하지만 ‘에코’에 대한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시장의 ‘니즈’도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제 바람일 수도 있지만, 모피 시장이 언젠가는 도태될 것으로 예상해요.. 가치 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 먹을 게 없어서 못 먹게 되는 시대처럼, 같이 공존할 수 없을 정도로 동물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입을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언젠가는 모피 시장이 변할 거라고, 그래서 에코 퍼를 만들어야 한다고 사장님들을 설득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Q. 이런 일들이 한 번에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저에게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무조건 ‘존버’라고 말을 해요.
대한민국이 스타트업을 하기 굉장히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둘러 둘러서 계속 찾아다니다 보면 누군가는 있어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가치에 공감하지만 ‘내 일’로는 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계속 찾아다녀야 해요. 저에게는 스타트업 미디어 기자라는 부분이 이런 점에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된 거죠.
Q. 리얼리리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출시까지 딱 사계절을 채웠어요. 작년 말부터 시작해서 10월 1일에 공식적으로 출시했어요.
그중에서 원단 찾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갔어요. ‘동물 보호하니깐 사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고객분들이 그냥 예뻐서, 입고 싶어서 구매하기를 바랐어요. 그렇게 입으면 자연스럽게 동물 보호와 기부가 되게 만들고 싶었죠.
원단을 찾다 보니 어떤 것은 거칠기도 하고, 보온성이 아쉬운 것도 있었어요. 계속해서 원단을 찾는데,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투자가 진행될 테니 그때 품질을 높이고, 지금은 온라인 판매니깐 사진을 잘 찍어서 일단 팔라고. 하지만 저희는 받아보고 입었을 때 진짜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원단에 욕심을 많이 내고, 가장 많은 공을 들였죠.
Q. 제품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특히 더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이너 라벨’이요. 옷 안쪽에 ‘Thank you for saving us’라는 문구와 예쁜 눈을 한 여우, 밍크, 토끼가 그려져 있어요. ‘다 필요 없고, 이 눈을 본 순간 모피를 못 사도록 해주세요’라고 디자인 요청을 했어요.
미국에서는 불법 밀렵꾼에게 감옥 대신 애니메이션 ‘밤비’를 100시간 넘게 보게 했다고 해요. 이제 슬슬 인스타그램에 리얼 퍼가 올라오기 시작해요. 제품의 특징으로 너무 아무렇지 않게 ‘헝가리산’ ‘노르웨이산’ 등 원산지를 이야기하는 게 너무 놀라워요. 그렇다고 ‘어떻게 우리 지구와 같이 사는 동물을 학대할 수 있어’라고 공격적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 그 영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무렇지 않게 모피를 입고 다녔을 거예요.
최고급 모피를 보면 자랑스럽게 ‘코펜하겐 사가폭스’ 이런 단어들이 적혀 있어요. 저희는 그것과 반대로 ‘우리를 살리는 퍼’라고 귀엽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남들이 ‘너 밍크 입었어?’라고 물어보면, 슥-하고 이너 라벨을 보여주는 거죠. 일부러 눈에 띄게, 귀엽게 만든 이너 라벨을 가장 애정 해요.
Q. 완성된 옷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모피 공장에서 만들다 보니 밍크를 보기 싫어도 자꾸 볼 수밖에 없어요. 그때 밥도 잘 못 먹고, 구토까지 할 정도였죠. 서른 번 정도 수정을 하다 보니, 의지가 정말 강했는데도 못 하겠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정말 어쩌자고, 지금 갖고 있는 직업도 많은데, 이렇게까지 힘든 일을 하다니…’ 정말 기진맥진한 상태로 공장을 찾아갔어요. 거기서 마네킹에 걸려 있는 블랙 롱 코트를 봤어요. 아무리 원단이 발달하고, 에코 퍼가 진짜 같다고 해도 모피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한다는 사실도 너무 슬펐죠.
밍크를 만지지도 않는데, 그날따라 그 코트를 만지면서 ‘이게 밍크죠?’라고 물어봤더니, 그게 바로 저희 제품이었던 거예요. 여기까지 한 두 달 걸렸어요. ‘그거 진아 씨 거야’라는 소리를 듣고 엄청 울었죠. 그렇게 제품 생산이 바로 진행되었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면서도 좋았던 순간이었어요.
Q. 고객이 제품을 입었을 때, 어떤 마음이길 원하세요?
‘이 정도면 밍크 안 사도 되겠다. 좋다’라는 말을 했으면 합니다.
온라인 화보에서는 제품의 품질이 실제의 반도 표현이 안 돼요. 정말 감사하게도 쇼룸에서 고객분들이 보시고서는 ‘훨씬 낫네’라고 많이 해주셨어요. 저희는 항상 ‘사진보다 영상, 영상보다 실물이 더’라는 말을 해요. 밍크 대신 저희 제품을 동일한 품질로 생각하시고, 진짜 모피만큼 만족하시길 바랍니다.
Q. 준비하시면서 가장 큰 좌절감을 언제 느끼셨나요?
모든 창업가분이 똑같이 느꼈을 것 같은데요, 바로 출시 전이요. 출시 직전이 가장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지치기도 해요. 준비는 다 했지만, 에너지 다 쓰고, 돈 다 쓰고, 호응도 어떨지 너무 불안했어요. 그때는 자려고 하면 제가 여러 명이 나타나서 토론하고 난리가 났었어요. 차라리 안 자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죠.
그런데 이건 좌절이라기보다는 인간이라 겪는 불안감이라 생각해요. 준비할 때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잘 될 것 같다는 자신감. 그런데 무대 막이 열리기 직전이 되니 실수하면 어쩌지, 넘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존버’하면 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좌절과 기쁨을 먼저 맛본 창업가로서 예비 창업가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런 질문을 저도 대표님들께 많이 해요. 그럼 대표님들이 ‘이거 제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말씀하시는데, 지금 제가 같은 심정이에요. (웃음)
일단은, 생각보다 창업이 쉽지만 그렇게 쉽게 해서는 안돼요.
주변에서 페미닌 하거나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그런 스타일의 옷을 팔아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죠. 쉽게 시작하면 쉽게 끝나요.
특히, 스타트업 취업과 창업은 달라요. 창업은 자신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동일한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존버’하세요. 저 또한 이 말에 책임을 지려면 3년이고 5년이고 계속해야 할 텐데, 존버 하면 어쨌든 돼요. 저도 지칠 때가 너무 많았는데, 결국 넘어가면 다 되더라고요.
에코 퍼라는 쉽지 않은 소재로 1년 동안 ‘존버’해온 김진아 대표. 그는 완벽한 모피 대안을 꿈꾸며 ‘리얼리리얼’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예쁜 옷 속에 새겨 놓은 이너 라벨처럼, 그의 진짜 마음이 고객에게도 분명 그 진심이 통할 거라 생각합니다.
에코 패션 브랜드에서 커머스 플랫폼까지, 앞으로 선보일 그의 진심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가 즐거운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구아정, 윤성원 에디터 / 편집 : 구아정, 김지영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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