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Feb 04. 2022

‘시즌리스’시대, 브랜드의 겨울나기

패션포스트 44호 (2020.11.30) / 구아정의 브랜드 이야기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4




미떼 광고하면 패딩 입을 때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호빵, 붕어빵 같은 겨울 간식도 있지만, 누군가는 ‘핫초코 미떼’ 광고를 기다리기도 한다. 미떼 광고는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웃음을 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이 미떼 광고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패딩 입을 때’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겨울마다 사람들은 ‘미떼 광고 시작 했냐’ ‘언제 패딩 꺼내면 되냐’라는 질문을 하며 미떼 광고를 찾는다.  


계절이 없는 시대, ‘시즌리스(seasonless)’가 트렌드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계절을 구분한다. 특히 11월에 접어들면 매장의 인테리어와 거리의 노래로 ‘아 이제 겨울이구나’라고 느낀다. 브랜드 역시 이 겨울을 기다렸다는 듯,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겨울의 시작, 스타벅스 다이어리


진부하고 질리도록 많이 언급되는 브랜드이지만, 겨울하면 스타벅스를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가장 먼저 듣는 곳도 스타벅스이고, 겨울의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곳 역시 스타벅스다. 그리고 10월 중순이면 시즌 음료와 함께 ‘다이어리’를 선보인다.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출시는 2010년 초부터 시작됐다. 음료 1잔을 구매할 때마다 스티커(E-프리퀀시)를 발급하고, 적립한 스티커는 다이어리로 교환이 가능하다. 처음은 굿즈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스타벅스의 연례행사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기다린다.  


이미지=스타벅스 코리아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매년 진화한다. ‘문화를 향유하는 브랜드’답게 이들의 가치와 닮은 브랜드를 선정하여 협업한다. 몰스킨, 10꼬르소꼬모, 펜톤 컬러 등의 브랜드로 스타벅스 이상의 가치를 심고,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준비한 겨울을 만끽한다.  


이번 2020년 겨울에도 스타벅스는 혼자 하지 않았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모나미’와 ‘로우로우’와 함께하여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계산기, 펜, 파우치 등 다양한 문구용품을 선보였다. 다이어리는 여전히 몰스킨에서 제작했다.  


다이어리로 구매를 유인하는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갖고 싶게 만든 ‘브랜드의 다이어리’는 스타벅스가 거의 유일하다. 다이어리를 한 번 두 번 만들어서 파는 건 쉽지만, 10년이 넘도록 꾸준하게, 그리고 매년 새로운 상품으로 기대감을 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어리는 이제 스타벅스의 주요한 시즌 상품이 되었고 스타벅스만의 강력한 ‘겨울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부터는 여름용 상품도 만들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햇수로 벌써 4년이다. 점점 길어지는 여름과 겨울, 두 계절에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뜨겁고 추운 온도가 감지될 때 소비자는 이번 스타벅스의 상품은 무엇일지 기대하고 기다린다. 이렇게 스타벅스는 자신만의 계절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존 루이스(John Lewis & Partners)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


2019년 크리스마스 광고. 이미지=유튜브 영상 캡처


겨울이 되면 가장 기다리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존 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다. 우연히 접했던 존 루이스의 광고는 마치 짧은 영화 한편을 보는 듯했다. 그 이후로 매년 꾸준히 찾게 되었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존 루이스의 광고를 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존 루이스는 영국의 잡화점으로 패션, 리빙 등 다양한 생활 아이템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겨울이 되면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무드(mood)’를 보여준다. 당신이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우리는 이런 감동을 준비했으니 소중한 이와 함께 이 감동을 나누라고 한다.


2018년 광고에 엘튼 존을 모델로 그가 어릴 적 받았던 피아노가 얼마나 큰 영감이 되었는지 보여주며 ‘선물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2019년 광고에서는 말썽 피우는 용과 그를 아끼는 한 소녀가 사람들에게 두려움이 아닌 가족 같은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나 아끼는지 그 마음을 표현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감동을 전했을까?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상에서는 아프로 다친곳에 작은 하트를 붙여준다. 그리고 “GIVE A LITTLE LOVE”라는 카피와 함께 사랑을 함께 나누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렇듯 존 루이스의 광고에는 어떤 상품을 선물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어떤 마음을 보여주고 나눌 것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광고를 보고 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크리스마스 선물은 존 루이스에서’라는 공식이 형성된다. 존 루이스에서 산 선물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존 루이스의 광고가 나올 때쯤, 사람들은 트리를 꺼내고,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즐거운 기다림을 선사한다. 존 루이스의 광고는 많은 이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하나의 캐럴이 되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삼립호빵


오래된 브랜드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레트로’이다. MZ세대를 취향 저격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브랜드에 신선함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 선보인 삼립호빵의 협업은 달랐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겨울이 되면 으레 호빵이 생각난다. 편의점 한편에 차지하고 있는 찜기에서 갓 꺼내 먹는 호빵의 맛은 마음까지 따스하게 해주는 최고의 간식거리다. 하지만 새로운 호빵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삼립호빵은 타사와의 다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 올해는 탄생 5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력하게 인식시킬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삼립호빵이 찾은 것은 바로 겨울 핫 아이템 ‘플리스’다. 그리고 플리스 동지로 손잡은 곳은 ‘플리스 롱패딩’ 선두주자 ‘하이드아웃’이다.  


하이드아웃은 몇 해 전 이효리가 입고 나오면서부터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주로 ‘짧은 재킷’으로만 입었던 플리스를 ‘롱패딩’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유행을 일으켰다.  


타 계절보다도 겨울에 더욱 강세를 보이는 하이드아웃을 삼립호빵은 지나치지 않고, 이 겨울을 함께 저격할 아군으로 섭외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삼립호빵X하이드아웃의 ‘플리스 호빵 굿즈’이다.


플리스 소재로 만든 재킷과 머플러, 버킷햇과 호빵을 꼭 닮은 쿠션으로 ‘겨울 핫 아이템=삼립호빵’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삼립호빵은 플리스 굿즈를 다른 곳도 아닌 29CM를 통해 판매하여, 29CM의 간판 콘텐츠인 ‘PT’를 통해서 완벽하게 MZ세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여기에 삼립 호빵은 ‘따스한 마음’을 더했다. 수익금 일부를 ‘빅이슈 코리아’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거취약계층에 따스한 겨울을 선물하는 것까지 잊지 않는다.



이미지=삼립호빵


호빵은 사실 브랜드보다는 맛이나 가격으로 움직이는 저관여 상품이다. 포장지가 벗겨진 채 찜기에 들어있어 브랜드를 알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삼립호빵은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생각나는 삼립호빵’을 플리스 맛집 ‘하이드아웃’과의 협업으로 ‘호빵은 역시 삼립’이라는 NO.1의 인식을 심어줬다. 50년의 히스토리(history)가 헤리티지(heritage)가 되는 순간이다.





계절이 바뀐 것도 모른 채 지내다 보니 어느새 11월이다. 2021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사람들은 그동안의 힘들었던 기억을 잊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한 달을 소중하게 보낼 준비를 한다. 누군가는 열심히 스티커를 모을 것이고, 누군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 줄 장식품과 따스한 음식을 준비하며 올해를 마무리할 것이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칠흑 같았던 2020년은 말 그대로 ‘답이 없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연말은 연말이다. 이 시기만이 줄 수 있는, 그리고 지금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시즌리스’ 시대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와 같은 단어에 감응한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있다.  


상품의 시즌은 없어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계절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계절에 맞는 브랜드만의 이야기로 2020년을 마지막을 장식하고 다가오는 2021년 새해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 사람들은 지금, 특별한 경험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대의 브랜드가 상품을 파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