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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Feb 07. 2022

브랜드와 트렌드의 상관관계

패션포스트 48호 (2021.01.25) / 구아정의 브랜드 이야기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6




연말연초가 되면 서점과 기업에서는  ‘트렌드 키워드’ 찾기에 바쁘다. 신간 목록에는 ‘00트렌드’의 제목으로 채워져 있고, 기업에서도 트렌드 관련 강연과 리포트를 찾아보며 다음 사업을 준비한다. 트렌드,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란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묶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이나 타깃 등을 대변하는 단어로 유용하게 활용되고는 한다.  


‘2021 MZ세대 트렌드’, ‘2021 패션산업 트렌드’ 등 주목할 만한, 그리고 앞으로 나타나게 될 흐름이 트렌드라는 단어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이 과연 특정 연도에만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이어져온 것으로, 일시적 유행과는 다르다. 만약 한 해에만 머무는 것이라면 그것은 트렌드가 아니라 유행에 가깝다. 애초에 ‘2021년 트렌드’라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지난 20년, 10년, 5년간 있어왔던 현상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돌고 도는 유행이 모이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브랜드에서 트렌드가 의미하는 것


브랜드에서 트렌드는 중요하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패션과 같은 ‘소비재’ 영역에서는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해, 혹은 구매를 이끌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무엇이 회자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대응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기존 제품도 트렌드에 맞게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브랜드보다 우선시 되는 순간, 브랜드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제품, 유통, 심지어 고객까지 모든 것이 트렌드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면 브랜드는 해마다 변해야만 한다. 변화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중심 없이 변화하는 것이 과연 브랜드의 질적 성장으로 볼 수 있을까. 트렌드로 움직이는 브랜드는 힘을 잃게 된다.


고객의 충성도가 두터운 브랜드는 트렌드에 움직이기보다는 브랜드 자신을 믿는다. 트렌드를 따르는 제품도 있어야 하지만, 제품의 중심에는 늘 브랜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내는 것과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트렌드에 맞추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후자는 우리만의 제품, 브랜드로 남을 수 있다.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도 제품을 다시 개발하거나 없앨 필요가 없다.

  

소위 말하는 ‘스테디셀러’ 상품들을 떠올려보자. 트렌드에 맞춰 없애고 제품을 다시 내놓지 않는다. 대신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준다. 시대에 따라 조금 더 사용하기 편하게, 그리고 발전된 기술을 접목하여 업그레이드를 한다.  




트렌드 키워드가 아닌, 진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웰빙’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흔히 말하는 ‘웰빙’은 지금 트렌드인가? 웰빙은 유행일까, 트렌드일까? 웰빙은 지난 유행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웰빙이 트렌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웰빙은 2000년대 초부터 유행으로 떠오르면서 지금은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의식주에서 주요한 트렌드가 된 웰빙은 ‘웰 에이징, 에코, 비건, 클린’ 등 다양한 단어로 파생되고 세분화되며 더욱더 고도화됐다.  


웰빙은 이미 너무 큰 시장과 소비자를 포함하고 있기에, 우리는 웰빙 안에서도 세분화된 단어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웰빙 안에서도 다양한 현상들이 유행이 되고 있다. 이들 현상 중에서도 계속 되는 현상이 있다면, 이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닌, 트렌드가 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새롭게 보이는 트렌드 키워드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늘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으며 소비해 온 현상이다. 이를 소비자보다 반 발자국(한 발자국 앞서 나가면 소비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현상을 읽어내고, 이끄는 브랜드는 ‘트렌드에 앞서 나가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이는 그럴듯한 트렌드 키워드를 대입한 것이 아닌,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시장과 고객을 관찰한 결과다.  


트렌드 키워드를 현재 관점으로만 본다면, 단편적인 유행에 그치고 만다. 트렌드가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그 흐름을 알고 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키워드가 새로워야만 꼭 트렌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키워드 트렌드는 한 해의 유행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트렌드에는 유행이 없다. 유행하는 키워드가 아닌, 브랜드의 입장으로 트렌드를 읽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트렌드를 읽는 브랜드야말로 시대의 흐름이 될 수 있다. 트렌드를 따르는 브랜드가 아닌 트렌드, 그 자체가 되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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