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편안함
올해는 4학년을 맡았다.
6학년과 사뭇 다르다.
4학년 아이들은 이렇다.
마지막에 말한 것만 기억한다.
맥락이라는 말이 어렵다.
몇몇 아이들은 이해한다.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비유와 은유가 잘 통하지 않는다.
집중력이 짧다.
오전에는 집중도가 좋다. 조금 길어지면 금세 티가 난다. 쉬어야 한다.
갈수록 집중력은 떨어져서, 점심 먹고 오면 거의 30분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규율적이다.
나보다도 더 규율과 규칙을 잘 따르는 것 같다. 칼각이 잡혀있다.
이래서 3-4학년을 선생님들이 선호하나보다.
이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다.
눕거나 숨거나 앉거나 뭐든 좋으니 가장 편안한 위치와 자세를 찾으라고 했다.
너무 좋아서 원래 정한 시간보다 시간을 더 늘렸다.
잠시 잠을 청한 아이도 있었다.
각자 자기가 찾은 가장 편안한 위치, 편안한 자세와 방법을 뽐내는데,
아이들에 대해 어쩌면 가장 많은 것을 알려주었을지도 모른다.
ㅇㅇ이는 가운데에 철푸덕 누워서도 잘 잔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금방 편안한 자세를 찾고 잠든다.
ㅁㅁ이는 머뭇거리다 늦게 자리를 잡았다.
한껏 졸린 표정으로 의자 세개에 다리를 뻗고 기대어 졸고 있다.
ㅂㅂ이는 역시나 친구 옆에 누워 둘이 옷을 나눠 덮었다.
ㅅㅅ이는 의자 없는 책상까지 가서 숨듯이 앉아 있다.
그 옆에 ㄴㄴ이는 또 뭔가를 기록한다.
ㅈㅈ이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더니
그 안에서 친구들을 관찰하느라 바쁘다.
ㄷㄷ이는 패딩을 덮고 누워 다리만 의자에 딱 올렸는데
그 장면이 너무 편해보여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처음 보는 남의 집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를
어떤 장소를 택했고 어떤 자세로 있는지를 통해서 알게 됐다.
그리고 낮잠 자듯 몽롱해진 조용하고 나른한 교실의 공기를 잊고 싶지 않았다.
학교와 교실이 아이들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에서 많은 것이 중요하겠지만,
담임제인 초등에서 서로의 라포가 형성되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학교는 딱딱하고 차갑다.
건축 자재가 그렇다는 얘기다.
그 환경이 실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창의 '교육'이 아니라 창의'환경 조성'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교육은 공간 구성부터 다르다.
공간은 중요하다.
학교 공간 구성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머리를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