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형주 Apr 06. 2024

 피트 위스키의 고향, 아일라 섬 방문 가이드

주간 여행 에세이 32

뚜벅이를 위한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 가이드(2)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Love it or Hate it. 피트 위스키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이다. 그만큼 피트위스키는 호불호가 강하다. 위스키 투어를 위해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피트 위스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모르는 독자를 위해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스킵하고 아일라섬 투어에 대한 팁을 얻고 싶다면 <1. 피트 위스키>는 넘어가면 된다.


1. 피트 위스키


 피트 Peat는 우리말로 ‘이탄’인데 보통 그냥 피트라고 부른다. 피트는 이끼, 풀, 꽃과 같은 식물이 썩어서 퇴적되어 수천 년이 지나면 형성되는 토양이다. 습기를 머금은 썩은 식물이 퇴적되어 석탄이 되는 과정 중에, 열과 압력이 부족해 석탄이 되지 못 한 물질이 이탄(피트)다. 스코틀랜드의 토양은 이런 피트가 많이 분포한다. 석탄처럼 피트도 파내어 수분을 말린 후 태워서 연료로 쓸 수가 있다.


 피트가 위스키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위스키 제조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 보겠다. 위스키는 곡식으로 만든다. 주로 보리, 밀, 옥수수, 호밀 등인데 스카치위스키는 모두 보리로 만든다. 보리를 수확해 물에 충분히 적시고 적당한 온도를 맞춰주면, 보리 속의 영양분이 싹을 틔우기 위해 변화한다. 이것이 맥아 Malt다. 실제로 싹이 자라면 이 영양분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모두 변화한 후 새싹을 죽이고 수분을 없애기 위해 가열한다. (이 부분에 피트가 관여한다) 이 맥아를 가루로 분쇄하고, 맥아의 녹말을 당으로 바꾸고, 효모를 넣어 맥주를 만들고, 맥주를 증류해 높은 도수의 술을 제조하고, 마지막으로 오크통에 넣고 수년간 숙성하면 위스키가 완성된다.


 어떤 증류소들은 유니크한 맛과 향을 위해, 맥아를 가열할 때 피트를 태워서 연기를 쬐어준다. 그러면 피트 훈연향이 맥아의 껍질 안에 가두어진다. 이처럼 피트 처리를 하면 바다, 소독약, 크레졸 등의 향이 난다. (피트와 스모키를 혼동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피트로 연기를 쬐어주었기 때문에 스모키함도 가지게 되는데 이는 꼭 피트를 태우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특성이며, 태운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할 때도 스모키한 위스키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트 위스키라고 하면 피트 향이 강한 (그리고 필연적으로 스모키한) 위스키를 일컫는 말이다. 소독약이나 크레졸의 향, 거기다 강한 스모키함까지 더해져서 호불호가 심하다.


2. 아일라 위스키 투어


2.1. 아일라 가는 법


 앞에서 이토록 길게 피트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아일라가 바로 피트 위스키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 3 대장은 물론 피트 몬스터로 유명한 옥토모어 (브룩라디 증류소), 조니 워커의 스모키를 담당하는 쿨일라도 아일라에 위치한다. 그 외에 보모어, 킬호만, 아드나호, 부나하벤 증류소도 존재한다.

 아일라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페리와 비행기. 두 방법 모두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시작된다. 페리는 케나크레익 페리 터미널 Kennacraig Ferry Terminal에서 탑승할 수 있으며, 터미널까지는 글래스고에서 926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차를 타고 가서 페리에 실은 다음 아일라를 차로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버스는 3시간 반, 페리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중간에 뜨는 시간도 있기에 하루 꼬박 걸린다고 보면 된다. 비용은 버스+페리 5만 원 정도. 비행기는 비교적 비싸지만 (30만 원) 간편하다. 글래스고 공항에서 아일라 공항 (ILY)로 가면 된다. 하루 몇 대 없으며 비행기도 작다.

926번 버스 예약: https://booking.citylink.co.uk/#/

페리 예약: https://www.calmac.co.uk


 페리를 탔다면 포트 앨렌 Port ellen 혹은 포트 애스케이그 Port Askaig에, 비행기를 탔다면 아일라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이제 아일라 투어를 할 시간이다.


2.2. 아일라 지리 - 숙소와 버스

 그전에 잠깐. 아일라 섬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 지도를 한번 보도록 하자. 페리를 타고 도착하는 포트 앨랜은 남쪽, 포트 애스케이그는 북동쪽이다. 공항은 보모어에서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노란색 동그라미 9개가 증류소의 위치이며, 빨간색과 파란색은 버스 노선이다. 버스는 일요일에 다니지 않고 토요일에는 바뀐 시간표로 다니며, 배차 간격이 넓으므로 시간표를 확인해 일정을 짜야한다. 편도 요금은 3-4 파운드로 목적지를 말한 후 탑승해야 한다. 택시도 있기는 한데 전화해서 예약해야 하며 길에 빈 택시는 다니지 않는다. 숙소는 주로 포트 앨랜 부근, 보모어, 브룩라디-포트샬롯에 위치한다. 페리 도착시간 및 버스 시간, 증류소 방문 일정을 잘 조율하여 숙소를 예약하자. 가격도 비싸고 매진되는 경우도 많기에 미리 숙소 예약은 필수다.


버스 시간표: https://www.argyll-bute.gov.uk/roads-and-travel/public-transport/timetables-directory/timetable/450451-isle-islay-portnahavenport


2.3. 아일라 섬의 증류소 방문 팁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 보모어, 브룩라디, 킬호만, 쿨일라, 아드나호, 부나하벤. 총 9개의 증류소가 아일라에 위치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은 포트 앨랜 바로 옆에 위치해 방문하기 쉽다. 포트 앨랜에서 아드벡까지는 걸어서 1.5시간 정도이며 도보가 잘 조성되어 있다. 경치도 좋기 때문에 편도 1번은 걸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드벡에는 식당이 있고 다른 두 곳에는 식당은 없고 바만 있다.

 버스 노선 상에 위치하는 보모어와 브룩라디는 가기 쉽다. 보모어 증류소가 위치한 보모어 마을은 아일라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숙소도 많고 레스토랑도 몇 개나 있다. 브룩라디는 포트 샬롯에서 걸어가도 충분하다(45분). 브룩라디 증류소는 브룩라디뿐만 아니라 포트 샬롯, 옥토모어까지 3종의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며 진도 만든다. 브룩라디 증류소 투어 시음 라인업이 훌륭했다. 15파운드의 가격에 브룩라디 클래식, 포트샬롯 18년, 옥토모어 14.4를 한 잔씩. 특히 뒤의 두 개는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정말 비싸다.

 포트 애스케이그 옆의 쿨일라도 비교적 방문하기 쉽다. 포트 애스케이그에서 걸어서 35분이며 451번 버스를 타고 Coal ila road end에 내리면 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현재 (24년 4월) 쿨일라 증류소는 시설 공사 중이라 제조시설 방문은 불가하며 박물관을 돌아보며 설명을 들은 후 시음한다. 그렇지만 시음은 훌륭하다. 14년과 증류소 한정 보틀 두 개. 거기다 조니워커 더블블랙으로 하이볼도 한 잔 주고, 처음에 웰컴드링크로 캐스크 스트렝스 한 잔도 주었다. 무려 5잔을 15파운드에 맛볼 수 있다. 맞은 편의 아름다운 주라 Jura 섬 경관을 보며 맛있는 위스키를 마시면 기분이 짜릿하다.


 이제 세 곳이 남았다. (나는 이 세 곳은 방문하지 않았다.) 먼저 쿨일라 근처의 아드나호와 부나하벤. 쿨일라에서 아드나호까지는 걸어서 1시간 15분, 아드나호에서 부나하벤까지는 30분이 소요된다. 부나하벤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또 1.5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세 증류소를 모두 방문하면 세 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 부나하벤과 아드나호를 방문하려면 부나하벤을 갈 때나 돌아올 때 중 한 번 정도는 택시를 타는 것도 좋을지도. 마지막은 킬호만. 여기는 걸어가기도 어렵다. 버스로 최대한 가까이 가서 걸어가도 왕복 네다섯 시간은 걸린다. 택시가 유일한 방법. 포트 샬롯에서 공항까지 약 30분 거리가 택시비 편도 40파운드였으니, 킬호만까지 왕복은 60-70 파운드(10-12 만원) 정도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2.4. 그 외 팁: 식사, 펍, 날씨

숙소에서 먹은 스코티시 브랙퍼스트.

 식당도 몇 개 없는 데다가 숙소에 대부분 부엌도 없기에, 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몇 가지 팁을 남기겠다. 먼저 아일라 방문 일정을 계획할 때 가능하면 일요일은 피해야 한다. 버스가 다니지 않고 식당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포트 앨랜이나 보모어에는 편의점(coop)도 있다. 그렇지만 밤늦게까지는 하지 않으므로 영업시간을 잘 확인하자. 아침은 대부분 숙소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또한 번듯한 레스토랑을 가려고 한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유일한 곳은 펍이다. 그렇지만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테이크아웃 음식을 허용하는 경우나 레스토랑을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니 확인해 보자. 펍에서는 증류소 한정 보틀을 잔으로 파는 경우도 있다.  마니아라면 들려보는 것도 좋을지도. 마지막으로 날씨. 아일라는 매일매일 날씨가 바뀐다. 어제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가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친다. 여름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은 일정 동안 매일 춥고 비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가정한 후 방문하자. 거기다 바닷바람이 매서우니 예보의 기온보다 따듯하게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마치며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는 당신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 버킷 리스트는 이루기 어렵지 않다. 아일라 섬 또한 무언가 속세와 떨어진 오지 같다는 인상도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부디, 당신의 위스키 투어가 한 걸음 더 현실로 다가왔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뚜벅이를 위한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 가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