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책 전체 요약 및 소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는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되어 있다가 풀려난다. 그 후 오대수는 자신을 가둔 사람, 그리고 자신을 가둔 이유를 찾아 헤맨다.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질문은 '왜 15년간 가두었나'가 아니라 '왜 가둔 다음에 풀어줬는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질문의 역전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탄생했고, 그보다 더 현재의 인간과 행동적으로 유사한 - 예술, 의식, 옷, 도구의 사용 등 - 인간은 약 7만 5천 년 전에 등장했으며 가장 오래된 농경사회는 1만 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다. 최초로 의미 있게 폭력이 급감한 것은 약 5천 년 전 고대국가가 만들어졌을 때였다. 7만 5천 년간의 인류의 역사 중에서 7만 년은 폭력으로 가득 찬 역사였다. 비국가 사회의 살인율은 현재의 약 500배이며, 큰 두 번의 전쟁을 겪은 20세기와 비교해도 5배는 높다. 거기다 우리는 2~3백 년 전만 해도 존재하던 치명적인 위협 - 노예로 납치당하거나, 화형을 당하거나, 명예를 위한 권총 결투의 희생양이 되거나 - 에 더 이상 노출되어 있지 않다. 7만 년은 '인류는 폭력적이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판단할 만큼 긴 시간이며,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회는 폭력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폭력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왜 우리 사회는 폭력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어떻게 폭력을 감소시킬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쾌하다. 바로 조상의 노력 덕분이다. 그렇다. 이 책은 폭력을 어떻게든 감소시켜온 조상들의 노력을 살펴보는, 인류애에 취하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오늘의 위험들이 있지만 어제의 위험들은 훨씬 더 나빴다.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위험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성 노예로 납치되는 것, 신의 명령에 따른 집단 살해, 죽음을 부르는 원형 극장과 마상시합, 대중적이지 않은 신념을 품었다고 해서 십자가, 래크, 바퀴, 화형주, 형틀로 처벌받는 것, 아들을 못 낳는다고 해서 목이 잘리는 것, 왕족과 사귀었다고 해서 할복을 당하는 것, 명예를 지키기 위한 권총 결투, 여자 친구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해변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것, 그리고 문명과 인류를 아예 몰살시킬 만한 핵전쟁의 전망.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에는 챕터의 이름과 한 줄 요약을 써두었다.
1장 낯선 나라
: 과거가 현재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이제스트.
2장 평화화 과정
: 오천 년 전 국가가 생기며 폭력이 감소했다.
3장 문명화 과정
: 13세기 이후, 법적 제도 정비와 상업화를 통해 인류가 문명화가 되며 폭력이 감소했다.
4장 인도주의 혁명
: 수천 년 간 문명의 일부였던 폭력적 관행 (마녀 화형, 고문, 노예제 등)이 최근 수 백 년 사이에 폐지되었다.
5장 긴 평화
: 세계 대전 두 번 이후 50년간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6장 새로운 평화
: 냉전 종식 후 20년 간 전쟁, 집단 살해, 테러 등의 폭력적 사건이 꾸준히 감소했다.
7장 권리 혁명
: 최근 들어 인종, 여성, 아동, 동성애, 동물에 대한 폭력이 감소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8장 내면의 악마들
: 인간 내면의 공격성 - 포식적-도구적 폭력, 우세 경쟁, 복수심, 가학성, 이데올로기
9장 선한 천사들
: 인간 내면의 이타심 - 감정 이입, 자기 통제, 도덕 감각, 이성
10장 천사의 날개를 타고
: 폭력을 감소시킨 다섯 가지 역사적 힘 - 리바이어던, 상업, 여성화, 세계주의,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이 책의 핵심은 2~7장으로, 6장에 걸쳐 5천 년간 인류의 역사에서 어떻게, 얼마나 폭력이 감소했는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폭력이 감소했다, 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7장까지로 충분하다. 하지만 폭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과도 관련된 문제다.
'폭력의 추이 앞에 플러스 부호가 붙느냐 마이너스 부호가 붙느냐 하는 문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도 관련된다.'
따라서 스티븐 핑커는 8~10장을 할애해 인간의 '마음'에 대해 다룬다. 8,9장에서는 인류의 내재된 성질을 살펴보고, 이를 위해 인지 과학, 감정 신경 과학, 진화 심리학 등을 가져온다. 마음은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는 폭력적이고 어떤 일부는 평화적이다. 그중 어떻게 평화적인 부분이 우세하게 되었는지 여러 환경 변화와 같이 설명한다. 10장에서는 폭력을 감소시킨 외부적인 힘 다섯 가지를 보여주며 역사와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맞물려서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두껍다. 총 1406 페이지이다. 수많은 그래프와 표, 그 데이터들이 어디서 나왔으며 어떤 계산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그리고 그 데이터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찬찬히 독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8~10장에서는 과학 이론도 등장해 페이지 수 증가에 기여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방대한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폭력이 증가한다' 혹은 '현대는 폭력의 시대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님에도) 최근에 일어난 몇몇 사례들을 드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사람의 인상은 구체적 사례를 얼마나 떠올릴 수 있는지에 비례하므로, 그리고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사건에 집중하므로), '폭력이 감소한다'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즉 사람들의 인상과는 다른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에 근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폭력이 감소하고 있으니 안심해라'라는 메시지가 자칫하면 도덕적인 타락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데이터에 기반하여 조심스레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요약하기는 쉽다. 짧게는 <폭력의 역사적 감소> 혹은 조금 더 길게 말하면 <역사적으로 폭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세계화, 상업, 여성화, 이성의 힘과 호모 사피엔스의 내재적인 성질 때문이다.> 일 것이다. 마지막에 < 우리는 지금까지 폭력을 잘 감소시켜왔다. 그 업적을 잘 음미하고, 현존하는 폭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작가의 소망을 한 줄 추가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이러한 결론이 아니다. 어떻게 그 결론까지 도달했는가, 이것이 이 책의 정수다. 독자는 능수능란한 가이드를 통해 그 과정을 마치 여행하듯 즐길 수 있다. 거기다 종착지도 훌륭하니, 시간이 나면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1406페이지라는 폭력적인 두께감 때문에, 혹은 이 책을 들만한 팔힘이 없어서 못 읽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이후에는 이 책의 총 10장을 몇 개로 쪼개서 책 속의 여러 그래프와 예시,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