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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Nov 04. 2023

멕시코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주간 여행 에세이> - 10

 2023년 10월부터 6개월 간 세계여행을 갈 계획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멕시코시티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남미 쿠바를 비롯해 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을 거쳐 유럽, 터키, 아시아 등지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이 여행기간 동안 여행 기록을 남기고 여행에 대한 잡다한 글, 그러니까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합니다. 부담이 없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기에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과했습니다. 어느 나사 빠진 신문사에서 나에게 여행 소재의 주간 칼럼을 의뢰했다는 생각으로, 매주 한국시간 토요일 오후 9시에 한 편씩 업로드해보려 합니다.


한국과 멕시코는 너무나 다르다.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하고 있고, 서로 말은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식문화는 어떨까. 멕시코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그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별반 다르지 않다. 고기를 좋아하고, 달달한 빵과 케이크를 즐기고, 기름진 음식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끌린다. 그렇지만 지리나 역사의 차이로 인해 다른 점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멕시코에서 직접 체감한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이 차이점을 이해하고 멕시코 식문화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옥수수

 멕시코 하면 타코, 타코 하면 멕시코다. 쉽게 말해 타코는 또르띠야 위에 재료를 올리고 살사(소스)를 올린 음식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익숙해진 음식이며 전 세계에도 널리 퍼져있다. 타코는 대부분 입맛에 맛있다. 취향에 맞지 않는 향신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빼고 먹을 수도 있고, 많은 타코 가게에서는 살사는 직접 넣어서 먹는 형태이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춰 먹을 수도 있다.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탄수화물 위에 고기나 해산물을 올린 형태이니 맛없을 수가 없다.

Taqueria el gran abanico

그렇지만 오래된 타코 가게나 로컬 타코 가게를 가면 한국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옥수수 또르띠야다. 한국에서 또르띠야라고 하면 당연하게 밀가루로 만든 것을 생각하지만 멕시코에서는 기본적으로 옥수수로 만든다. 옥수수 또르띠야는 특유의 향이 있고 호불호가 꽤나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밀이나 쌀 음식을 먹을 때 특유의 향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멕시코 사람들도 옥수수 또르띠야에서 그 향을 느끼지 못한다. 멕시코 사람 중 떡에서 쌀 향이 난다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밥을 먹듯이 멕시코 사람들은 또르띠야를 먹는다. 한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시키든 대부분 공깃밥이 같이 나오는 것처럼 멕시코 식당에서 무얼 시키든 또르띠야가 같이 나온다. 닭고기 수프 caldos de galiana (닭을 푹 고아 내 닭고기와 채소를 넣은 음식) 나 판시타 Pancita (해장국 비슷한 내장 국물요리) 같은 국물요리를 시켜도 어김없다. 건더기를 건져서 또르띠야에 올려 타코처럼 먹는다. 한 번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박하는 집에서 고기를 구워서 먹고 있는데, 집주인이 우리한테 물었다. “한국인은 고기를 먹을 때 또르띠야와 같이 먹지 않나요?“


 왜 옥수수 또르띠야를 주식으로 먹을까? 인류학 박물관에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밀과 쌀이 자라던 유라시아 대륙과 달리, 인류가 정착할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생하던 식물은 옥수수였다. 옛날 마야 문명 때부터 옥수수가 주식이었다. 옥수수를 그냥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석회수에 담가 껍질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증가시키고 독소를 없애는 닉스타말화 반응을 통해 닉스타말이라는 옥수수 알갱이로 만들어 먹는다. (과거 스페인 정복자들이나 최근까지도 이 방법을 무시하고 그냥 먹었다가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여 펠리그라 병에 걸리기도 했다.) 닉스타말을 갈아서 마시기도 하고, 국에 넣어 떠먹기도 하고, 반죽해서 얇게 펴서 또르띠야로 만들어 먹는다. 또르띠야 형태가 각종 고기나 채소를 올려 먹기 좋다. 여담이지만 옥수수 혹은 닉스타말이 면을 만들기 부적합한지, 멕시코에는 후루룩하고 먹을 수 있는 기다란 면 요리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멕시코에서 왜 이렇게 옥수수를 즐겨먹는지 알았다. 그렇다고 옥수수 또르띠야의 향이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러 번 먹어서 적응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써 볼 수 있다. 옥수수 또르띠야 말고 밀(Harina, 아리나) 또르띠야로 요청하자.

Taqueria orinoco / 외국인이 많이 찾아 밀 또르띠야도 취급한다

미국인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나 요즘 만들어진 타코 가게에서는 밀 또르띠야를 준비해두는 곳도 많다. 특히 그링가Gringa 타코는 밀 또르띠야와 치즈, 고기를 쓰는 타코다. (그링가 Gringa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특히 미국계를 의미한다.) 혹은 또르띠야를 튀기거나 바싹 구우면 옥수수 향이 좀 덜해지기 때문에, 튀긴 또르띠야 위에 재료를 올려 먹는 음식인 토스타다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살사

 타코 가게를 포함해 멕시코 식당에 가면 모든 자리에 소스를 담은 작은 그릇이 여러 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사Salsa다. 주로 딥 형태의 걸쭉한 소스로, 라임과 토마토 맛 빨강 소스Salsa rojo와 고수나 할라피뇨가 들어간 녹색 소스Salsa verde는 기본이다. 하바네로, 고추기름, 양파, 고수 등도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는 식당도 많다. 타코나 수프 등의 요리를 시키면, 이러한 것들을 조합해 각자가 요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멕시칸 스타일이다.

Pancita de la loma / 메뉴 주문 전에 두 가지 살사, 라임, 양파, 치차론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처럼 살사와 향채들이 식탁에 준비되어 있으므로 살사를 추가하기 전에는 간이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멕시코 음식은 대부분 간이 짜다. 각자의 선호에 맞는 간을 맞추기 위해 살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것이다. 짠맛, 신맛, 매운맛 등 다채로운 맛이 식탁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라임의 신맛으로 짠맛을 중화하거나, 하바네로의 매운맛으로 짠맛을 억누르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렇게 살사와 향채들을 적절히 배합한다면, 풍미의 층위가 다양한 풍성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류

 옥수수의 나라 멕시코에서는 어떤 술을 즐겨마실까? 옥수수로 만든 술일까? 그렇지 않다. 타코 가게를 포함한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맥주만 취급한다. 코로나Corona, 모델로Modelo, 빅토리아Victoria 를 즐겨 마신다. 모두 목 넘김이 좋고 청량한 라거 계열의 맥주다. 만약 당신이 애주가라면 멕시코에서만 먹을 수 있는 술은 없냐고 물어볼 것이다. 다행히도 존재한다. 풀케Pulque, 메즈칼Mezcal, 데킬라Tequila다. 모두 원료는 용설란Agave이다. 용설란 식물 수액을 발효해서 만든 5-6도 정도의 걸쭉한 술이 풀케, 증류해서 만든 투명하고 높은 도수의 술이 메즈칼이다. 메즈칼 중 100%블루 아가베를 사용하고 할리스코 주의 과달라하라 시에서 만들어지는 것만 데킬라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쉽게 설명한 하고자 간략히 말한 것이며, 데킬라와 메즈칼은 용설란을 익히는 방법이 달라 풍미가 다르다고 한다.) 셋 다 음식점에서는 잘 취급하지 않는다. 풀케리아Pulqueria에 가면 다양한 과일 맛을 첨가한 풀케를 맛볼 수 있다. 술집이나 바에서는 메즈칼과 데킬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둘은 기본 40도인 고도수의 증류주이며 가격도 비싸니 조심하자. 맥주만 마시는 데 질렸다면 혹은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풀케리아나 메즈칼, 데킬라를 파는 바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디저트

 옥수수, 살사를 조합한 음식과 주류를 즐기고 가게를 나서면 무엇이 생각날까. 디저트다. 멕시코 거리에서는 디저트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애플파이와 같은 디저트만 판매하는 맥도날드가 있을 정도로, 멕시코 사람들은 달콤한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 츄러스, 아이스크림, 조각 과일과 생과일주스 등이 길거리에 즐비하다.

츄러스. 핫초코나 초코쉐이크를 찍어 먹는다.

달달한 빵을 파는 빵집과 케이크 가게도 많다. 한식에서는 음식 자체에 단맛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식후에 단 음식을 찾기보다는 입을 씻어줄 음료(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게 된다. 멕시코 요리들에는 단 맛이 크게 없다. 만약 멕시코 요리를 즐기고 난 후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면, 달달한 디저트를 즐기면 큰 충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춧가루

멕시코 요리하면 매운맛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매운맛도 내가 스스로 첨가해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음식이 매워 낭패를 볼 경우는 그다지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춧가루다. 멕시코에서는 고춧가루를 즐겨 사용한다. 옥수수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고춧가루를 뿌려 먹기도 하고, 과일에도 뿌린다. 무와 같은 야채에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기도 한다. 경악스러운 점은 음료에도 넣는다는 것이다.

차모야다

멕시코 카페에서는 초콜릿에 고춧가루를 뿌린 음료를 판다. 망고 스무디에 고춧가루와 (고추장과 비슷한) 차모이 소스를 뿌린 차모야다Chamoyada라는 음료도 있다. 미첼라다를 주문하면 고춧가루를 잔 입구에 듬뿍 발라서 맥주를 따라 준다. 이처럼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료를 한번 먹어보고 만약 입에 맞지 않는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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