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행 에세이> - 9
2023년 10월부터 6개월 간 세계여행을 갈 계획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멕시코시티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남미 쿠바를 비롯해 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을 거쳐 유럽, 터키, 아시아 등지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이 여행기간 동안 여행 기록을 남기고 여행에 대한 잡다한 글, 그러니까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합니다. 부담이 없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기에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과했습니다. 어느 나사 빠진 신문사에서 나에게 여행 소재의 주간 칼럼을 의뢰했다는 생각으로, 매주 한국시간 토요일 오후 9시에 한 편씩 업로드해보려 합니다.
여행을 이제 막 시작한 지금, 생각나는 팁들을 정리해 보았다. (본문과 표지는 관계 없음)
공항
해외여행이 시작되는 장소는 공항이다. 해외로 가는 데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최소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3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온라인 체크인이나 인터넷 면세점 이용 등 공항에서 해야 할 일을 집에서 미리 할 수 있기 때문에, 막상 공항에 도착하면 1시간 내로 수속이 끝난다. 면세 구역에 들어가서 출발까지 두 시간 넘게 할 일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의자에 비집어 들어가 앉아서 기다리거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싼데 맛은 없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심지어 카페들은 좌석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수많은 나라의 공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찾아보았다.
세상에는 ‘PP(priority pass) 카드’라는 친구가 존재한다. 전 세계 공항의 라운지 중 일부를 무제한으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항의 음식점들 중 몇 개를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 PP카드를 그냥 구매하는 것은 물론 비싸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만들 때, PP카드를 혜택으로 제공해 주는 카드들이 몇 개 있다. 연회비가 최소 20~30만 원가량으로 비싼 신용카드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카드들은 연간 혜택으로 연회비만큼의 혜택을 주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잘 계획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PP카드가 없다면 라운지는 2~3만 원은 있어야 이용이 가능하며, 기본적으로 간단한 식사와 음료, 술이 제공되고 간혹 샤워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사정상 공항에 가기 전 샤워를 하기 어려웠는데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샤워도 하고 아침 식사도 하며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라운지를 이용하는 대신 식당들을 공짜로 방문하며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사실을 여행 애호가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이렇게 써 본다.
화장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잊기 쉬운 사실이지만 화장실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다. 일상에서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를 하면서 살고, 또한 어디를 가든 깨끗한 화장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모를뿐더러, 한국만큼 깨끗한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많은 여행객들은 ‘화장실이 없으면 그냥 참지 뭐‘하는 어설픈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화장실을 자주 간다. 여행을 가서 다른 환경에서 생소한 음식을 먹게 되면 더욱 그렇다. A에서 B까지 둘러보기로 생각했다고 해보자. A에서 밥을 먹고 30분 ~ 1시간가량 산책을 하며 걸어서 B까지 걸어가는 계획을 할 것이다. 그 산책 와중에 갑자기 화장실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리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둘 필요까지는 없다. 카페 혹은 플라자(혹은 쇼핑센터 혹은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 자. 그리고 휴지가 없는 화장실도 많기에 언제나 휴지를 구비하고 다니자.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템포
단기 여행에서는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지만, 일주일이 넘어가면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여행의 템포다. 2박 3일 정도의 여행에서는 휴식 일을 챙기거나 체력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고 놀면 된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온 여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대한 놀고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 그렇지만 일주일이 넘어가면 계속해서 전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다. 점점 더 일상에 가까워져야 한다. 하루 8시간 일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평일 동안 일하고 주말에 쉬는 것처럼 여행의 템포를 알맞게 구성해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걸어 다닐 수 있는가? 하루에 몇 개의 맛집을 방문할 수 있는가? 자는 시간 이외에 집에서 쉬어야 하는 시간이 몇 시간 정도인가? 풍성한 장기 여행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여행 일정의 템포를 조율해야 한다.
특히 두 명 이상의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각자의 여행 템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체력도 다르고 여행에서 원하는 것도 다르다. 전원의 요구를 충족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지혜와 장기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그러고 나면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템포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각자의 내면의 소망이나 게으름을 상대방의 그것과 타협해야 한다. 또한 여행지에서의 불확실성도 두 사람이 함께 견뎌야 한다. 그렇기에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돈독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여행 4일차다. 매일매일 아주 간단한 여행 일기와 사진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