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행 에세이 1
멕시코를 시작으로 남미 대륙과 유럽 등 전 세계를 여행한다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꼭 나오는 소리가 있다. 유튜브를 찍는 게 어때?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여행 유튜버들이 큰 인기를 얻고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으며, (아마도) 많은 돈을 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하도 이런 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간단하게 고프로 같은 유튜브 촬영용 카메라를 하나 사서 들고 다니며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생각해 보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NO다.
유튜브를 할 때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유튜브를 할 때의 장점은 있다. 여행을 기록한다는 것과 영상을 촬영하며 여행하는 경험을 가지는 것. 단점은 그에 비해 제법 많다. 촬영을 할 카메라와 편집을 위해 필요한 노트북 등은 짐이 된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평소보다 더 이목이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편집을 위한 시간도 할애해야 하므로 글에는 훨씬 더 소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유튜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인간 자체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모험심이나 호기심이 강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외모가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여행을 하며 흥미로운 그림이 자주 나오는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다. 영상 편집은 해본 적도 없고 기획을 해본 적도 없다. 거기다 혼자 여행 가는 것도 아니며, 지혜와 나 둘 다 타인의 관심에서 재미를 느끼는 소위 ‘관심 종자’도 아니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여행 유튜브를 ‘찍을 수 있다’라는 상태이지 ‘성공할 수 있다’는 상태는 아니다. 만약 성공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유튜브 수익만으로 여행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해도 계속할 것도 아니다.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와 같은 방향이 아니다. 익숙해진 땅덩이에서 벗어나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가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다. 종국에는 그 시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다. 여행 유튜버가 된다 한들 내 목적과 일치하지 않으니 곧 그만둘 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런 장단점이나 성공 가능성과 무관하게 유튜브를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다. 한국인 5천만 명 중 4천만 명이 유튜브를 보고, 평균적으로 월 33시간을 본다고 한다. 월 33시간이면 하루에 1.4시간이다. 잠자는 8시간을 뺀 하루 16시간 중 11%를 유튜브로 보낸다는 소리다.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3위가 유튜브나 틱톡 등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구글이 아닌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점점 더 당연해지고 있다. 나만의 콘텐츠(글을 포함해)를 제작하는 사람이 유튜브 채널을 파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많은 작가들도 출판 시기에 맞추어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홍보를 한다. 유튜브를 해야 작가라는 꿈을 언젠가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유튜브로 이름을 알리면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
그래도 난 글을 쓰는 것이 더 땡긴다.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은 남에게 보여줄 수 있을만한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난 후에 해도 충분하다. 거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쓰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쾌락에 가깝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그 경험을 글로 쓰려고 한다. 꾸준히 쓰다 보면 글 실력도 나아져서 제법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읽어줄지도 모른다. 수 십 편의 글을 묶어 그럴듯한 책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즐겁다. 행복하다. 내가 여행 유튜버로 성공하는 상상보다 더. 비단 유튜브를 찍냐 마냐의 문제를 넘어서 모든 문제에서 선택의 기준은 단순하다. 무엇이 더 가슴 뛰는 일인가?
요약하자면 “유튜브 찍는 거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나는 글이나 쓸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