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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Jan 04. 2024

멕시코에 대한 이미지: 위험, 물가, 음주가무

주간 여행 에세이 12

 현재 한 달 정도 멕시코를 여행하는 중이다. 멕시코는 한국에서 그야말로 지구 반대편에 있다. 한국과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멕시코에서는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김새나 복장, 먹는 음식들, 집의 구조, 가족 및 교우 관계의 양상 등등 모든 것이 색다르다. 한국인은 멕시코에 대해 잘 모르고, 멕시코인들도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른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뉴스로 멕시코를 접한다.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나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총기 사건 피해자가 되었다는 소식 등 자극적인 기사로 말이다. 혹은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라틴 아메리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해 (스페인의 침략과 지배, 멕시코 독립 전쟁, 여러 독재 정권 등등) 아는 과정 중에서 멕시코를 접했을 것이다. 또는 현재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전 세계를 괴롭히는 마약 문제에 대해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조사해 본 사람들은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에서 활동했던 그리고 활동 중인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필연적으로 알게 되었을 것이며, 그러면서 멕시코에 대해 접하게 된다. 나를 포함해 멕시코를 여행할 계획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이나 친구들에게서 혹은 다양한 여행 TV프로그램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런 정보 전달의 특성상 자극적인 부분이 강화되고 과장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멕시코에 대해 여러 정보를 얻고 난 예비 여행객들은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인식이었지만 멕시코에 대해 알아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멕시코는 위험하다. 치안이 좋지 않다. 강력범죄들이 쉽게 일어나며 마약 중독자들도 많다. 경찰의 힘은 약해 이를 통제할 수 없다.

둘째, 물가가 싸다.  타코를 포함한 노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기나 술도 저렴하다.

셋째, 멕시코인들은 정열적이다. 술을 좋아하고, 춤을 즐기고,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다.

 뉴스 기사나 여행자들의 썰, 강력범죄율 같은 몇몇 통계들이 이 인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멕시코를 여행할 것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하면 모두들 걱정한다. 몸조심해라, 위험한 곳에 가지 마라, 소매치기를 조심해라 등등. 이런 인식들은 멕시코와 얼마나 일치할까? 나도 겨우 여행 한 달 차다.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한 달간의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내 인식의 변화를 말해보려 한다.

 멕시코는 위험하고 치안이 좋지 않은가? 맞냐 아니냐로 말한다면 맞는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위험도를 실감한 적은 한 달간 거의 없었다. 해가 진 후 사람이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걸어 다니지 않고, 노숙자들이 많은 곳을 피하고, 큰돈이나 물건을 들어내놓고 다니지 않는다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멕시코는 빈부격차가 아주 심하다. 한 도시 안에서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부자들이 사는 거리는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고, 노숙자가 없고, 경찰들이 자주 순찰을 다닌다. 은행이나 쇼핑몰에는 가드들이 문을 지키고 있다. 국가 시설이 아닌 개인 상점의 경우에도 값이 비싼 전자기기나 사치품을 다루는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 같은 미국 프랜차이즈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다닐 방법을 찾는다면 한국보다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반대도 있다. 거리가 더럽고 냄새나고, 사람들이 누워있고, 부서진 건물들이 있는 거리도 많다. 물론 이런 거리라고 날이 밝을 때 다니는 것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 현지인들은 이런 구분을 알고 있으며, 여행객들도 몇 번 검색해 보면 찾을 수 있다. 조금만 조심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마약 카르텔이나 지역 갱들은,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멕시코인들에게도 미지의 존재다. 그들을 만날 기회는 전혀 없다.


멕시코 물가는 어떨까? 2021년 멕시코시티 편의점 공고를 보면 1주일 급여가 1,180 페소 (2023년 환율로 약 10만 원) 정도다. 단순노동 직종의 월급이 50만 원도 되지 않는다. 물가도 이 정도로 저렴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타코나 퀘사디아, 가정식을 파는 일반적인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 Menu del dia 가 80~100 페소 정도다. 거기에 음료 하나를 시키면 가볍게 100페소를 넘는다. 한국 돈으로 8천 원~만 원 정도다. 시장에 있는 식당들도 가격대는 비슷하다. 맥도날드나 KFC 같은 프랜차이즈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멕시코가 오히려 더 높다. 식재료는 싸지만 상가 임대료가 높고, 물류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길거리 음식은 물론 저렴하다. 한 개에 10~15 페소 (약 천 원) 정도인 타코도 많다. 그렇지만 멕시코인들도 매일 타코를 밥 대신 먹지는 않는다. 길거리 붕어빵이나 떡볶이 가격을 보고 물가가 싸다고 할 수는 없다. 마트에서 고기나 계란이나 야채 등은 꽤나 저렴하다. 고기는 반값 정도는 되고, 야채는 더 저렴하다. 그렇지만 맥주나 과자, 소스 등 공산품은 그다지 싸지 않다. 맥주 1캔은 2000~2500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 단순노동 직종의 급여와 물가의 괴리에서 어렴풋이 알 수 있듯이, 멕시코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대학이나 유명 사립대학 졸업자, 혹은 변호사 같은 인력의 임금은 같은 조건의 한국 인력보다 비싸다고 한다. 타고난 집안과 교육 여건에 따라 100배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인 것이다. 여행객들이 만약 멕시코 하위 임금자처럼 먹고  잔다면 저렴하게 여행할 수는 있겠지만, 배앓이 등으로 인해 병원비로 더 큰 지출이 생길 것이다. 구글에 위치가 존재하고 리뷰가 있는 어느 정도 괜찮은 식당을 방문하려면 한국에서 국내여행 정도의 비용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 물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멕시코 사람들은 ‘음주 가무’를 즐길까? ‘가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관광지 식당에서 마리아치를 불러 춤을 추는 커플이나, 공원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도 그 정도는 한다. 그렇지만 ‘음주’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겠다. 멕시코인들은 밖에서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다. 대부분 식당에서 취급하는 술은 맥주뿐이고, 그 이외의 술은 식당에서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대형 식당에 몇 가지 칵테일이 있을 뿐이며, 와인을 취급하는 식당도 거의 없다. 한국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없고, 길거리에 취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노숙자들을 제외하고) 본 적이 없다. 멕시코인들은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스킨십에 있어서 멕시코인들은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공원이나 길가의 벤치에서 서로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성들의 옷 차람도 개방적이다. 처음 보는 사이에도 지나가면서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가면서 남은 손님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예의일 정도다. 한국인의 머릿속 이미지에서 이런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향과 음주 가무를 즐기는 것이 비슷한 이미지로 통하기 때문에, 멕시코인들이 음주 가무를 즐기는 것이라 당연히 인식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본다.

 앞서 말했듯이 나도 겨우 한 달간 멕시코를 여행했을 뿐이다. 기껏 해봐야 이제 도시 4개째를 여행하는 중이며,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멕시코인들도 손에 꼽는다. 그렇지만 이런 단편적인 경험에서도 내 멕시코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여행 전 멕시코는 위험하고, 물가가 저렴하며, 음주 가무를 즐기는 이미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기를 피하면) 날씨가 언제나 좋고, 어딜 가든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을 볼 수 있고, 한국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스페인어만 잘 하면 어디서든 수다를 떨 수 있는 적극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친근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멕시코에 3주 정도 더 있을 예정이다. 그 후에는 이 이미지가 또 바뀔지도 모른다. 이것이 여행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이 재미를 위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고정된 이미지를 갖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상상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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