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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Apr 08. 2023

For you time, 카페 코모도.

마음이 헛헛한 당신. '오늘 밤 코모도 어떠신가요?'

코모도를 알게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나는 그 한 달 동안 문턱이 닳도록 줄기차게 코모도를 들락거렸다. 친구와 함께, 또는 친한 동생을 데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잔뜩 몰고 와서 생일파티를 축하받기도 하고, 언제나 쾌활한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라고 맞아주시는 사장님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으며 매번 문을 들어선다.


방문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코모도가 익숙해져 갈수록, 공간과 장소, 사람에 익숙해질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다 보면 문득, 그 공간 자체가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




벽에 걸린 두 개의 사진은 코모도의 사장님과, 지하 코모도의 위쪽인, 1층에 자리한 논트렌드의 사장님 사진이며. 각자가 각자에게 의미가 깊을 사진들이라는 것.  코모도의 사장님은 부모님 사진을 걸어놓았고, 논트렌드 사장님은 아버지로 보이는 인물과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그런 배치는 코모도라는 공간 자체가 사업장이 아닌 다른 의미의 '공간'이 되는 장치가 된다.


방문하는 사람이 단순히 돈을 벌어다 주는 손님이 아닌, 자신의 공간 한편을 방문자 또는 단골에게 내어주는 공간으로의 역치. 그래서 방문하는 이들도 이곳을 그저 술을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라 지친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쉬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길에 들려오는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이 너무 좋아서 들어왔다는 나이 드신 신사분은,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다시 방문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셨으면 하고 요청을 하기도 하고 (사장님이 지향하는 코모도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서 매우 정중히 거절을 하였지만), 21살부터 26살까지 한 그룹이 되어 방문하는 어린 단골들은 좋아하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가끔은 어울리지 않는 고민들을  가져오면 사장님은 흔쾌히 '삼촌한테 털어놔봐'라며 그들의 청중이 되어준다. 


전주에서 요즘 가장 핫한 카페 중 하나인 '넛지'의 대표님은 치킨을 사들고 와서 마감 후에 코모도에 들려 자신들만의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진 못하지만 커피에 빠져서 밤늦게 종종 들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가는 청년이 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와 와서 한편에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추억을 쌓아가기도 한다. 가끔은 누군가가 인생을 걸 프러포즈의 장소로, 또 가끔은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는 손님들이 똥땅거릴 수 있도록 피아노를 내어주기도 하면서 코모도는 그렇게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되어간다.


단순히 코모도에 앉아서  듣게 되고 보게 되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술과 함께 먹을 음식을 가져올 때 그들을 생각해서 조금 더 챙겨 오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음식을 나눠먹고 나눔 받기도 하면서 자연스러운 단골이 되어가는 장소. 




코모도의 공간에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놓여있다.  예고를 나오고 피아노를 전공했던 사장님이 가끔 단골들을 위해 연주해 주는 피아노 옆에는 여러 해외 예술가의 사진들과 함께 한 사람의 사진이 걸려있다. 매번 궁금함을 참다가 어느 날은 사진에 걸려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조심스레 물어보았을 때 자신의 스승님이라고 말해주던 사장님의 표정에서 느껴졌던 자부심과 고마움의 감정이, 누군가를 자신의 공간에 걸면서까지 기억하고 사모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바로 코모도의 정체성이자 바로 이곳의 경영주인 사장님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가끔은 자신의 손님들을 위해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몰상식한 손님을 내보내는 방식 역시, 이익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코모도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사물에는 각자마다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다. 카페에는 어울리지 않는 마이크 타이슨의 사진과 복싱에 관련한 사진들은, 한때 복싱선수를 꿈꿨던 사장님의 이야기가 녹아있고 벽에 걸려있는 고흐의 그림들과, 테이블 한편에 꽂혀있는 책에서는 사장님의 취향을 느낄 수 있으며 입구에는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벽에 걸려있는 곳. 




이 모든 것들이 처음에는 불분명한 의미였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하나 이해가 되고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 그것이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이해해 가는 방법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이 공간.  나는 이곳을 앎으로 사람들을, 인생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알게 되었다. 





야근과 과한 업무로 인해 유독 피곤한 평일의 어느 밤, 커피 한잔 또는 위스키 한잔을 마시며 마음이 쉬어갈 등대가 필요할 때, 또는 좋아하는 사람과 잔잔한 대화를 하고 싶을 때 나는 코모도를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될 편안함과 즐거움을 기대하며 다시금 문턱을 넘게 되겠지.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면 '오늘 밤 코모도 어떠신가요?'





 


카페 코모도.

전주 시청 근처, 커피와 위스키 그리고 사장님의 멋진 미소가 있는 공간.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현무 3길 98 지하 1층

매주 월,화 휴무.

코모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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