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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의 비밀: 구성, 색온도, 그리고 후보정

하이에나처럼 떠도는 도보방랑가가 들려주는 사진 한 장의 비밀

by 도보방랑가 김근희 Feb 15. 2025

도보방랑가로써 카메라를 들고, 뭔가 좋은 사진거리가 있나 코를 킁킁 시선을 이리저리 던지며 하이에나처럼 떠도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심각한 길치와 ENFP의 조합은 카메라라는 취미와 맞물려서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내지요. 맞아요, 엄청나게 걷게 된다는 말이에요.


전주는 참 느릿느릿한 도시예요. 아, 정정할게요. 시내버스는 빼야겠네요. 전주를 여행 오는 여행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할게 바로 버스랍니다. 타자마자 손잡이를 꽉 붙잡지 않으면 전주 방문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봉산탈춤을 추며 좌석으로 돌진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니까 손잡이 아니면 함께 탄 동승자의 뒷머리라도 붙잡아야 해요. 품격의 도시 전주에서 시민들은 그런 기쁨의 표현에 당혹함을 느끼지요. 예전에 한번 궁금해서 속도를 재봤는데 70을 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 다했죠. 급가속과 급정거는 기본이거든요. 그래서 따로 스쿼드를 하려고 헬스장을 방문하지 않고 버스만 타도 단련이 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답니다. 물론, 모든 버스가 그렇지는 않지만 고객의 입장에선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경험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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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여행자로 보이는 커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타고나서 바로 출발해서 본의 아니게 헤어짐을 겪는 장면을 보기도 했었죠. 그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커플의 공허한 눈동자는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지요.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랄까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봤을 땐 참.


카메라를 들고 걷다 보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고 못 보게 되는 장면들을 참 많이 발견할 수 있답니다. 30년 넘게 살아온 지역인데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발견의 장소도 꽤나 많지요. 매일 걸어 다니지만 매일 다른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사진이라는 것의 특징이 아닐까요. 계절에 따라 해의 고도가 다르고, 그에 따른 빛이 다르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과 사물이 다르기 때문이죠.


사진이라는 것은 결국 빛을 담아내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그 빛에 따라 꽤 흥미롭게 결과물이 달라지곤 해요. 새벽에 찍은 사진과 저녁에 찍은 사진은 상상을 하지 않아도 다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해가 떠있는 시간 내에도 빛은 묘하게 달라지거든요. 우리는 이러한 것을 '색온도'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저는 이 '색온도'라는 표현을 참 좋아하거든요. 눈으로 보이는 색상을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온도와 결합해서 표현하다니, 눈과 감각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라 그런지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찍다 보면 의도적으로 표현을 위해 색온도를 조절하기도 한답니다. 따스함과 차가움을 색온도를 바꿔서 표현하는 것이지요.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PENTAX K-1, HD PENTAX-FA 31mm F1.8 AL Limited F1.8, 1/6400, ISO200PENTAX K-1, HD PENTAX-FA 31mm F1.8 AL Limited F1.8, 1/6400, ISO200


이 사진을 통해서 하나의 촬영을 위한 생각과 흐름, 그리고 후보정까지 한번 간단히 다뤄볼게요.

*뭔가 영어로 이해할 수 없는 수치가 적혀있는 부분이 궁금하신가요? 조만간 다 알게 될 거에요.


어떤가요, 이 사진은 오전 10시 6분에 찍었던 사진이에요. 광원이 되는 태양은 이미 높이 떠 있었고 도로 위로 자전거를 끌고 전주의 시장 중 하나인 중앙시장을 향해 걸어가는 아저씨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이날은 안개가 많이 피어있었고 그래서 시야가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던 날이었기에 찍고자 하는 대상에 집중해서 초점을 맞춰 주제를 살리되 중앙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이게끔 초점영역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안개에게 맡겼지요.


좌우에는 주차가 된 차들이 많이 있었고,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찍고자 하는 대상(피사체)의 주변이 참 정돈이 안되어있었어요. 적절한 구도를 잡기가 어려웠다랄까요. 아저씨와 주변에 있는 차들의 간격이나 배치가 너무 어지러운 느낌이어서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야기) 카메라를 들고 가만히 서서 아저씨가 차 옆으로 걸어가는 순간 사진을 찍었지요.  의도적으로 아저씨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간의 여백을 만들어서 도로가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표현함과 동시에 왼쪽 차와 피사체 간의 밀착되어 느껴지는 답답함을 좀 해소하려 했지요.


여기까지는 바로 '구성'에 관한 이야기예요. 프레이밍이라고도 하는데, 사진을 찍는 행위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수도 있는 내용이지요. 찍는 사람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에 있는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 셔터를 누르기 전에 반드시 표현하고자 하는 것 외에 불필요한 것들이 파인더(화면)에 들어가 있진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찍는 과정에서 한번, 마지막으로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번 꼼꼼히 확인하는 거죠.


물론, 요즘은 생성형 AI의 기술이 좋아져서 '딸깍' 하면 쉽게 지울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내가 찍고자 하는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찍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는 과정이 '좋은 사진'을 담아내는 과정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아무런 고민 없이 가볍게 셔터를 눌러 사진을 담아내면 그만큼 가벼운 사진이 나오겠지요. 사진을 취미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큰 오해를 하는 것이 무엇이냐면 좋은 카메라로 찍으니까 뭘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겠구나라는 거예요.  그래서 비싼 카메라를 사고 비싼 렌즈를 사고 거리에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스마트폰보다도 더 못난 사진이 나오니까 김이 팍 샐 수밖에요.  그래서 카메라를 미래의 자녀가 발견하길 바라며 장롱 속에 넣어두고 다른 취미를 찾아 떠나는 거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스마트폰에서 촬영된 결과물은 내가 찍되 내가 마무리 한 사진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사진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과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지요.


그 과정의 시작으로 화면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예요.

그다음에 촬영된 사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후보정을 통해서 의도를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다시 한번 사진을 봐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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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도와 구성에서 달라진 게 느껴지시죠? 차가움과 따스함. 이게 바로 색온도에 의해 나타나는 차이예요.

새벽에는 태양빛의 온도가 파란색을 담아내고 저녁에는 노을처럼 노란빛을 담고 있어요. 같은 빛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색이 다른 것이지요. 우리 눈에는 하얗게 보일지라도 말이죠.


그럼 이 색온도를 통해서 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전거를 끌고 시장으로 걸어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꽤나 씁쓸하게 보였어요. 안개도 뿌옇게 끼어있었고 차갑게 달궈진 공기가 꽤나 매서웠거든요. 그래서 이 사진을 찍을 때의 감정은 조금은 시린 감정이었고 그 감정을 표현하고자 색온도를 차갑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보정한 사진이 바로 왼쪽에 있는 사진이랍니다.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같은 사진이라도 얼마든지 표현이 다르게 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후보정이라고 하는 작업이죠.


저도 한때는 사진의 보정을 하지 말자라는 사람들의 추종자였던 적이 있어요. 원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를 읽고 또 오랜 사진생활을 하다 보니 그 말이 와닿지 않게 되더라고요.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쓴 책도 보고 공부했었는데 다들 자신의 의도를 살리기 위한 후보정은 필수였었죠. 그리고 이건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진 인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 원하는 색감을 만들고  명부나 암부를 살리는 등의 작업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이 모든 것 역시 후보정이라고 볼 수 있고 사진에 있어서 구성부터 후보정까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음, 물론 순수사진을 하시는 분들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취미의 영역을 지향하는 저로써는 이 과정까지가 하나의 단계인 것이지요.

이 후보정은 단순히 색온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잘라내기(크롭)를 통한 재 구성을 하고 원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등의 작업들이 포함되지요.


원본과 보정본의 차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번 봐볼까요? 사실 이러한 점 때문에 원본사진을 요청하면 좀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해요. 이 원본을 통해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보정까지 해야 완성인 건데 그 전의 날것을 요청하시니 그건 그냥 기록에 불과할 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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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보정, 오른쪽이 원본이에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한 장의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촬영하고, 보정까지 하는지에 대한 흐름을 간단히 알아보는 시간이었지요. 글의 서두에 전주는 느릿느릿한 도시라고 말한거 기억하시나요?  앞으로 사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천천히 하나씩 들려드릴께요!


이렇게 한 장의 사진을 거쳐가는 구성/후보정 과정을 보셨듯이,  사진은 결국 내가 걸어다니며 발견하는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도보방랑자로서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다음글 예고

다음 이야기는 사진기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도보방랑자로서의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조금은 쉬어가는 이야기랄까요.  오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발견한 시선, 그 흐름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은 좋은 장소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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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첫번째 글 - 도보방랑가 10년의 끝에서 다시 첫걸음 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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