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그리움
나이가 들어가며 걷는 삶의 길은 오솔길이다. 그 오솔길에서 때로 뒤를 돌아보면 아지랑이 속 신기루 같이 젊은 날이 보였다 사라진다. 아무리 그립고 아쉬워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 젊은 날을 생각할 때 만해 한용운의 시(詩) ‘님의 침묵’ 첫 구절이 떠오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님’이 다르겠지만 나이 든 나는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사이에 ‘님’이 떨치고 가버린 지금 나는 ‘님’을 쫓아갈 수도 없고 가던 길을 돌아서 갈 수도 없다. 이제는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 노년의 오솔길을 걸어가야 한다. 한갓진 오솔길을 걸으며 조용히 앞으로의 삶을 계획한다. 걷다 보면 오솔길 곳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오솔길엔 때로 바람이 일고 나뭇잎이 흔들린다. 그때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 쪼이면 지난 옛날이 환영처럼 스쳐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