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네스 Apr 08. 2020

푸르스트 현상

냄새가 불러오는 기억


"엄마는 나 아기 때도 이렇게 재워줬어?"


응~ 책 읽어주고 옆에 눕혀서 자장가 불러주며 토닥토닥해주면 금방 잠들었지.


"그럼 누나도 아기 때 그렇게 재웠어?"


아니~ 누나는 등에 거나 품에 안고 1시간 동안 흔들흔들하면 겨우 잠들어서 침대에 눕혔어. 그런데 눕혀놓으면 5분도 안돼서 빼액 빼액 울음소리가 들렸어.


"누나는 왜 그렇게 금방 깨서 운 거야?"


글쎄다... 잠드는 게 무서웠는가?


"아~~ 알겠다!! 엄마 냄새가 안 나서 그런 거야. 엄마가 안고 재워줄 땐 엄마 냄새가 나는데, 엄마가 누나를 침대에 내려놓으면 엄마의 좋은 냄새가 안 나니까 운 거야. 맞지~?"


아~~ 그런 것 같네 정말! 네가 엄마보다 누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구나.


"히히 엄마한테는 늘 좋은 냄새가 나거든. 난 엄마 찌찌 냄새랑 등 새가 좋아. 엄마는 엄마 냄새 맡아봤어? 참~~ 엄마는 이마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 "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저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에게 자주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엄마의 대답을 바탕으로 그때의 기억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엄마 냄새를 기억하는 것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엄마 품에 안겨서 맡아왔던 부드럽고 편안한 엄마의 냄새.


아들이 말 한 엄마 냄새는 후각 기억이다.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감각 중에 다른 감각들은 시상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 대뇌에 전달되어 인지되는 반면, 후각은 그러한 중간단계 없이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로 바로 정보가 전달된다. 그래서 냄새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한 사람의 무의식에 깊은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누군가의 무의식에 깊은 작용을 하는 냄새. 살면서 한 번쯤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회상한다. 여기서 '푸르스트 현상'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프루스트 현상은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냄새는 시각이나 청각 등의 다른 감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냄새는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감각으로는 불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맡는 엄마 냄새는 어린 시절에 엄마로부터 느낀 좋았던 감정, 편안한 기분, 행복한 기억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해 준다. 특정한 냄새를 맡을 때마다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면, 인간은 그 냄새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 냄새의 대상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어느 날 문득 내 기억 속에 저장된 그 냄새를 우연히 맡게 되면, 그 냄새와 관련된 행복한 기억들이 눈 앞의 꿈처럼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좋은 냄새는 좋았던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리움의 향수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여자가 밥 차리면 설거지는 누가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