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 하고 싶은 말

나는 쓰레기통이다

by 글나라


내 친구들은 집안 곳곳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날마다 쓰레기를 받아

보관하고 있다.


거실에 있는 친구는 가장 다양한

것들을 받아낸다.


손님이 다녀간 날이면 그

다양함은 더해진다.


얼마 전 일요일에는 우리 집에서는

보기 드문 묵직한 기저귀가 들어왔다.


아기가 할머니 집에 들렀다가

새 기저귀로 갈아입고 간 모양이다.


주방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은

우리 집에서 가장 바쁜 친구다.


아침보다 저녁에 더 분주해진다.


요리를 할 때마다,

채소를 다듬을 때마다

조각난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가끔은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자주 비워지는 덕분에 다른 쓰레기통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안방에 있는 친구는 주로 화장지만

조용히 받아낸다. 말수는 적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다.


부엌 쪽 베란다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각 방에서 모인 것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다.


현관에서는 분리수거를 맡은 친구들이

가끔 불만을 털어놓는다.


종이와 플라스틱이 섞여 들어올 때면

서로의 자리를 침범당했다며 투덜거린다.


그래도 일요일이 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사람들은 나를 쓰레기통이라고 부른다.


쓸모없는 것들을 모아두는

곳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무언가를 넣을 때면

‘버린다’는 표현을 쓴다.


나는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없다.


좋은 것을 가질 수도 없다.


하지만 나로 인해 집안이 깨끗해지고

거리까지 깨끗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길거리에서도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나를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쓰레기는 물건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 된다.


나는 쓰레기를 받는다.

지금 무엇을 버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