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첩은 고장난 시계

추억의 앨범

by 글나라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본다.

다섯 살 아이도, 교복 입은 학생도

언제나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웃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하다.


원두막에서 큼지막한 수박 한 덩이

무겁게 들고 있는 친구도 거기 있다.


냇가에 발 담그고 앉아 먹는 꿀맛 같은

여유가 그대로 묻어 있다.


점심시간 나른한 오후의 햇살 아래

잔디밭에서의 우정이 정겹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어색하게 서있는

엄마, 아빠도 모처럼 환한 얼굴 그대로다.


빛바랜 사진 속 세월은 고장 난

시계처럼 그대로 멈춰 서있다.


아무리 화가 나서 따지고 들어도

꼼짝도 안 하고 웃고만 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빛바랜 사진첩 속으로 들어가

억지웃음이라도 따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