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계절 탓일까
집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하루의 끝에서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곳,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면 이상한 마음이 든다.
특히 봄이 되면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진다.
겨울에는 그저 따뜻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봄이 되면 마음이 달라진다.
마치 봄바람이 마음속까지 스며든 것처럼
이방 저방을 기웃거리며 변화를 주고 싶어진다.
특히 다른 집에 다녀온 날이면 그 마음은
더 선명해진다.
똑같은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집집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같은 평형, 같은 구조임에도 어떤 집은
따뜻하고, 어떤 집은 정갈하고, 어떤 집은
유난히 편안하게 느껴진다.
10년 전 서울에서 부동산 일을 하며
수많은 집들을 방문했었다.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원룸,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보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집의 크기나 구조보다
그 집이 풍기는 분위기였다.
똑같은 구조임에도 전혀 다른 집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차이였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을 보면 괜히 따라 하고
싶어진다. 그 공간에 담긴 사람의 습관과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이 습관이 된 사람의 집은 많은
사람이 다녀가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청소를 해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딘가 어수선한 느낌이 남는다.
나는 솔직히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손님이 갑자기 온다고 하면 그때부터
정신없이 바빠진다.
그때그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습관 때문이다.
정리를 마친 집을 보면 그 상태를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물건들은 제자리를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결국 정리는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지속되는 습관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된다.
깔끔함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서장훈 씨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는 농구선수 시절 경기를 앞두고 방을
정리하고 몸을 단정히 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마치 전쟁에 나가는 장수처럼 마음과
환경을 정리하는 과정이 지금의 생활 습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습관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봄이 되면 집을 바꾸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계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의 생활을 조금 더 바르게 정돈하고
싶다는 마음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집을 바꾸는 일은 가구를 옮기거나 물건을
새로 들이는 것보다 지금의 습관을
하나씩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늘, 집을 정리하는 일은 내 삶을
정리하는 첫 번째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