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자의 내면 채우기 첫걸음
3월 말 발목을 다쳐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악재가 겹쳤는지 건강하던 할머니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며 상을 치렀다. 다니던 회사는 기조를 바꿔 유연했던 재택에서 예외를 두지 않게 되어, 목발을 짚고 회사를 출퇴근하고 있다. 업무용으로 맥북 프로를 쓰고 있는데, 이 친구는 16인치에 풀옵션 노트북인지라 사지가 멀쩡했을 때에도 들고다니기엔 제법 무거웠다. 개인용 노트북이 없어 주말에 노트북을 쓰기 위해서 금요일에 들고 퇴근하고, 월요일 출근 시에 다시 갖다 놓는 루틴으로 살고 있었다.
목발을 짚으니 기존에 쓰지 않던 백팩에 맥북 프로를 넣어 등에이고 절뚝거리며 출퇴근을 했다.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연말즈음이 되면 가벼운 맥북에어를 하나 장만해야겠단 생각이 들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했는데, 상황이 이렇기 되니 고민이 다시 찾아왔다. 동료들도 대부분 개인 노트북을 따로 두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나도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더라.
항상 어두운 노트북만 쓰다가 밝고 독특한 색감의 가벼운 맥북 에어를 드디어 장만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행위는 기술블로그로만 충족하고 있던 내가, 새롭고 예쁜 노트북을 갖게 되니 나와는 먼 거리감의 "글"을 쓰고 싶어졌다.
골절이 되며 생긴 좋은 점은 일상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는 거다. 최근 회사의 출퇴근길은 정말 고되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친절하고 배울 점 많은 내 동료들의 배려를 체감하게 된다. 화장실 통로 문도 혼자서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요즘엔 요령이 생겼다.- 회의실을 갈 땐 맥북을 들고 가야 해서 목발을 쓰지 못한다. 이럴 때마다 거의 모든 팀원들이 적어도 한 번씩은 나를 도와줬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 사이 일한다는 사실이 참 좋았었는데, 실력을 떠나 인성도 배울 점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주말에는 시간이 많아졌다. 밖에도 나가고 공부도 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하염없이 집에만 있고 침대에 휴식을 취한다. 지금까지 공부라 함은 AI와 컴퓨터 관련 전공공부를 주로 했다. 내 커리어를 위한 공부와 기틀을 다지는 데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참에 나의 내면도 단단하게 다져 밸런스를 맞춰야겠다 싶다.
막연하게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학원 과외를 짧게 했었는데 공부할 의지가 없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가 최근 AI 관련해서 멘토링을 다녀왔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는 지식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학생분들의 눈이 반짝였고,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나는 그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더욱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교육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발견한 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스로에 대한 탐구과정이라 내가 내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복기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글쓰기의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어릴 적에 받은 작문 관련 상장들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고등학교부터 뼛속까지 이과생이 되어버려 논문과 기술 문서 작성 말고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 써보고 싶다. 이렇게 도전을 하면 내 24년 봄은 아픈 기억으로 마음에 남지 않고, 좋은 것들로 글에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