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동기부부가 존댓말을 쓰는 이유
2002년 1월 19일. 처음 만난 날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육사 동기생으로 만났다)
그로부터 4년...
한번도 함께 지내본 적 없고
남편은 문과계열, 나는 이과계열에서 전공공부를 하였기에 같은 수업을 들은 적도 없다.
이따금 휴게실에서 마주치면 “어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었을 뿐...
그래도 서로를 알고있었다.
200여명의 동기들과 4년간을 함께 생활하다 보면
건너건너 듣는 이야기도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있고 하다보니
학교밖에서 만나면 공통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반갑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6년 3월,
졸업식을 끝으로 우린 각자 갈길을 갔다.
2008년 1월 2일.
종로의 한 영어학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새해 다짐으로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에 등록한 주말 teps 학원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났다.
아직도 그 순간이 또렷하다.
첫 수업부터 늦어 제일 뒤에 앉아있던 나는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동기야 반갑다~” 하며 만난 사이가
함께 수업들으며 서로 자리맡아주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적당히 나이가 찼고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알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세번정도는 실패했던 것 같다.
특히 함께 동기모임을 나갔을때가 제일 어색하고 민망했다.
주변 친구들은 “어우. 너네 왜그러니”라며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지금...
결혼한지 만 13년이 조금 넘은 지금도 우리부부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
심지어 싸울때도 존댓말을 쓴다. (존대를 하면서도 싸울땐 한없이 서로가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부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남같이 느껴져서 어색한데 어떻게 존대를 하냐고 쑥스러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의문이 든다.
처음보는 사람은 존대하면서 평생을 같이 사는 내 가족은 왜 존대하지 않는지.
내가 한 살이 더 많은데... 내가 남잔데... 가 무슨 소용이 있나 부부사이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른 부부들에게도 존댓말을 써볼것을 감히 권한다.
생각보다 오글거리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