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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Oct 15. 2020

우리가 먹는 엑스트라 버지 올리브기름은 진짜일까?

Extra Virgin Olive Oil (EVOO)의 진실

참고: 

이 글은 2017년에 처음 쓴 글을 2020년 10월 다시 조금 다듬어서 올림을 알려드립니다.



올리브기름과 건강


마트에 가면 엄청 많은 종류의 올리브기름이 있습니다. 올리브기름은 가장 건강한 식용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항산화 물질과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발란스 때문입니다. 둘 다 몸에 필요한 지방산이지만, 우리 몸이 직접 만들 수 없기에 음식으로 섭취를 해야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오메가-3과 오메가-6을 1:1로 섭취하는 게 좋지만, 1:3 ~ 1:6 정도로만 섭취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식물성 기름은 대부분 오메가-6이 대부분입니다. 옥수수기름 1:83, 목화씨 기름(면실유) 1:256, 포도씨 기름 1:690, 땅콩기름에는 오메가 3이 거의 없습니다. 오메가 6만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몸의 염증이 유발되고 혈압이 올라갑니다. 올리브기름은 1:10 정도인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은 1:6 정도입니다. 


사실 모든 불포화지방산은 요리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성되기 때문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동안 고혈압의 주범이라고 누명을 썼던 동물성 기름이 이제 와서야 누명을 벗기 시작했죠. 그래서 최근 들어 포화지방산이 많은 팜유와 코코넛 오일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동물성 기름에 누명을 씌운 것은 식품가공업체였습니다. 동물성 기름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많이 팔기 어렵습니다. 반면 식물성 기름은 현대 기술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돈벌이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식물성 기름이 몸에 좋다는 헛소문을 퍼트린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수십 년간 대기업의 농간에 놀아났습니다. 


올리브기름을 먹을 때 목 뒤로 넘어가는 알싸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을 싫어하는 분도 계신데 이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입니다. 올리브기름 소믈리에 사이에서는 이 느낌이 강할 주록 질이 좋은 올리브기름이라고 말합니다. 이 느낌을 느껴보신 적이 없다면 진짜 올리브기름을 드셔 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항염증제인 이부노펜과 비슷한 성격인데, 올리브기름에 있는 폴리페놀은 이부노펜과 달리 부작용이 없습니다.


원래 건강 이야기하려고 이 포스트를 시작한 게 아닙니다. 원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사 먹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인가 하는 것입니다. 일단 미국과 유럽의 예를 들겠습니다. 



올리브기름의 원재료 올리브


유럽의 북부에서는 버터를 많이 먹고, 남부에서는 올리브기름을 많이 먹습니다. 버터가 남쪽의 더운 기후에 금방 변질되기 때문 이기도 하고, 올리브가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리브의 품종은 세계적으로 90여 가지나 되고 올리브기름의 맛도 다양합니다. 스페인의 올리브기름은 톡 쏘는 맛이 있고, 그리스의 올리브기름은 버터같이 부드러운 맛이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한마디로 말하기 힘든데, 대부분 버터같이 부드러운 맛이 있습니다. 진짜 질 좋은 올리브기름은 노란색입니다. 다 익은 올리브를 따서 짜면 노란색 기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초록색 올리브기름은 다 익지 않은 올리브를 따서 만든 기름입니다. 하지만 올리브기름의 색 만으로 품질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올리브를 직접 따서 드셔 본 분이 계시다면 올리브가 무척 쓰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올리브를 직접 먹을 때는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시중에서 파는 통에 들은 올리브가 소금물에 담겨있는 이유입니다. 


세계 최대의 올리브기름 생산지는 스페인입니다. 세계 올리브기름 생산량의 50%를 차지합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의 생산량은 전체 올리브기름 중 10%도 채 안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올리브기름 중 대부분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올리브기름은 화장품에 쓰이기도 하고 도매점에서 바로 식당으로 가기도 합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 (Extra Virgin Olive Oil: EVOO)


Vigin이란 처녀를 말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가공 식용유(콩기름 등)는 고온 고압에서 유기용매(헥세인)를 사용해서 기름을 짜냅니다. 헥세인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기름을 추출해낸 이후에 다시 제거합니다. 유럽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냉압착식 혹은 냉추출식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냉압착식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신 기술인 원심력을 이용한 냉추출식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올리브 수확이 너무 늦어질수록 올레인산의 함유량 또한 높아집니다.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을 만들려면 아주 정확한 수확 시기가 중요합니다. 대량생산으로는 만들기 힘든 구조입니다. 올리브기름에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올리브를 수확하고 이틀 이내에 기름을 짜야하고, 화학물질을 첨가하거나 열을 가하면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을 만들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수확하고 나서부터는 올리브 특유의 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풍미 짙은 올리브기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기름을 짜야합니다. 


유럽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올리브기름에 포함된 Free Fatty Acid (FFA: 에스테르화되지 않은 지방산-유리지방산)의 함유량이 0.8% 미만이어야 합니다. 과일을 따자 마자 바로 기름을 짤 수록 이 수치가 적어집니다. 이것이 적으면 발연점이 낮기 때문에 음식을 튀기기엔 적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질좋은 올리브기름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은 발연점을 높여줍니다. 우리가 후라이팬에 음식을 볶을 때 온도가 섭씨 180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질 좋은 EVOO는 요리를 하는 데 사용해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식당에서는 엑스트라 버진이 아닌 그냥 퓨어 올리브기름(pure olive oil)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산화 수치(peroxide value)가 낮아야 합니다.

*폴리페놀의 수치가 높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햇빛을 받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더 빨리 없어집니다.

*지방산중에 올레산의 함유량이 55% 이상 되어야 합니다.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을 올레산이라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DAG 실험을 해서 질 좋은 올리브기름을 구분합니다.

*PPP실험은 올리브기름의 클로로필의 수치를 검사해서 얼마나 오래되었나를 측정합니다. 


대형 공장에서 제시간에 맞추어 기름을 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의 질이 떨어집니다.


가짜 EVOO


미국이나 독일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라고 파는 것들을 조사해 보니 70% 이상이 (적게는 50%, 많게는 80%, 연구 기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가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유명한 브랜드의 기름 조차 대부분 가짜로 판명되었습니다.. 유럽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프랑스도 46%, 이탈리아도 40~ 60%, 독일 60~70%, 스페인 50%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이름 붙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명되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산 올리브기름은 사실 자국에서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양이기 때문에, 수출하기에는 물량이 턱 없이 부족합니다. 외국에서 올리브기름을 수입해 와서 이탈리아에서 병에 담은 후 이탈리아산 올리브기름으로 종종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천쌀도 같은...)


유명한 브랜드의 올리브기름이라고 해서 그것이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한 비싼 올리브기름이라고 해서 그것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고요. 실험 결과 비싸고 유명한 것들도 대부분 가짜라고 판명 났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보통 식물성 기름과 섞어서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짜라고 확인된 EVOO:


Antica Badia 

Bertolli

Carapelli

Colavita

Coricelli

Divina

Filippo Berio

Mazola

Mezzetta

Newman's Own

Safeway

Sasso 

Star

Pompeian

Primadonna

Vigo

Whole Foods


꽤나 유명한 브랜드들이 많이 보이죠? 베르톨리, 콜라비타, 필리포 베리오, 스타 등은 한국에서도 쉽게 보입니다. 참고로 코스트코 브랜드도 실험에는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베르톨리 같은 경우 다른 시험에서는 진짜 EVOO라고 판명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고, 공장에서 똑같은 품질을 유지하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파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 중 과연 몇 개가 제대로 된 것일까요? 20015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기준은 IOOC (국제 올리브유 협회)의 기준보다 조금 낮습니다. 제조 일자로부터 1년 이내의 국산 제품은 모두 합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항목이 빠져 있어서 타 식용유와 섞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독일이나 미국에서도 75%가 통과하지 못하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도 반이상 통과하지 못 한 EVOO 시험에서 국산 브랜드가 모두 통과했다는 점이 살짝 의심이 되긴 합니다.


믿을 만한 올리브기름


그럼 어떤 올리브기름을 사야 할까요? 먼저 믿을 수 있는 지역의 올리브기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00% Qualita Italiana. 

California Olive Oil commission (COOC).

호주산.

칠레산.


실험에서 진짜라고 판명된 올리브기름 브랜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연 이중 몇 개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일단 올려봅니다. 별표(*) 표시된 것들은 맛있다고 인증된 것들입니다. (2020년 10월 업데이트)


Anatomico Organic Coratina

Ascolano 

Bariani Olive Oil

Berkeley Olive Grove

California Olive Ranch*

Casina Rossa

Chacewater California

Cobram Estate

Columela

Corto Olive

Grumpy Goats*

Ellora

Enzo*

Kirkland Organic

Knolive Epicure

Iliada

Lodi Frantoio

Lucero*

Lucini

McEvoy Ranch Organic*

Mistral (Apollo)

Moonshadow Grove Mission

Ojai

Olea Estates

O-Live

Omaggio

Organic Roots*

Oro Bailen

Ottavio

Pacific Sun

Papa Vince

Partanna

Seleccion Familia

Sierra (Apollo)*

Southeast Texas

Split Rock Springs Ranch*

Terra Delyssa

Toscana (Bozzano)

Tuscan Gold Eleganza

Venta del Baron



Competition Winners 2017


Lucero (USA)

Queen Creek (USA)

N by Antonio Alcaraz (Spain)

Oh! By The Green Gold (Spain)

Risveglio (Italy)

Oro di Sicilia Green Gold (Italia)

Rosmaninho (Portugal)

Split Rock Spring Ranch (USA)

La Cornula (Italy)

33* South (South Africa)



Organic


Apollo

Organic Roots

McEvoy Ranch

Enzo

Organic Blend

Grumpy Goats

Moonshadow Grove Manzanillo/Mission

California Mission

Campo de Tosca

Olio Veritas

Belluci


사실 제가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100%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이유는 작은 회사가 점점 유명해지면 대기업이 다가가서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기업이 작은 회사를 인수 한 다음에는 거의 항상 원래의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질이 떨어집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 사는 법


- 가능하면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글씨가 있는 것을 확인하십시오.

- 수확한 날짜를 확인하십시오. 유통기한이나 병에 담긴 날짜는 의미가 없습니다. 수확하고 일 년 동안 저장한 뒤에 병에 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호주산이 있으면 믿고 살 만합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칠레도 비슷합니다.

- 믿을 만한 인증이 되어 있는 것은 믿고 살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100% Qaulita Italiana"와 캘리포니아의 "COOC" (California Olive Oil commission)이 그렇습니다.

- 투명한 병에 담긴 올리브기름은 사지 말아야 합니다. 

- 모든 기름이 그렇듯이, 싸다고 큰 병에 들어 있는 것을 사는 것보다는 작은 병에 들은 것을 자주 사는 것이 좋습니다.

- 섞인 올리브기름 대신 가능하면 한 곳에서 나온 올리브로 만든 기름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 간혹 질도 좋으면서 가격도 비교적 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 있기도 합니다. 마트에서 자기네 브랜드로 나오는 올리브기름은 그럴 때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실험 해 놓은 것이 없어서 말하기 힘듭니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질 좋은 올리브기름을 많이 팝니다. 보통 250 ml에 3만 원 ~3만 5천 원 정도에 팔립니다. 대용량으로 1리터에 10만 원 정도에 팔립니다. 마켓 컬리에는 각종 올리브기름의 특성을 잘 설명해 놓았더군요. 요즘에는 올리브의 품종에 따라 각 특성을 살린 올리브기름을 팔기도 하니 비교해 보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리브기름 보관 방법


일단 직사광선을 피하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차갑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올리브기름에 왁스 성분이 많이 있으면(주로 이탈리아산이 그렇습니다), 냉장고 안에서 고체가 만들어지는데, 먹는 데는 상관없습니다. 단 고급 올리브기름일 경우 향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기름이라고 아껴서 드시지 마시고, 향이 날아가기 전에 가급적 빨리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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