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는 철통 보안중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by 검질




또다시 일 년이 지나고 찾아온 지난봄, 나의 생일날 문득


'태어난 날 생을 마감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불현듯 찾아온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서 양화대교로 간다.


다리 난간을 붙잡고, 외친다.


이렇게 삶을 끝내는 거야!

이제 난, 자유다!


하지만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양화대교에는 나 같은(?)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 많은 탓인지

난간구조가 범상치 않다.


울타리에는 철망이 덧되어 있고, 윗부분은 붙잡으면 돌아가는 구조이다

한강 난간은

사람의 손이 닿기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었다.


아, 죽는 것이 쉽지 않구나!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절망감에 빠진다.

또다시 어딘가 어두운 구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렇게 집을 나설 때의 패기와 흥분을 잃은 채,

허망하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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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동이 트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한강다리에서 자신의 목숨을 잃었기에

저 다리는 저렇게까지 철통 보안을 하고 있단 말인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니,

지난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게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꿈을 꾼 건지, 내 상상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각이 무뎌진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직도 살아있음에 슬퍼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계속 생각한다.


신은 나에게 왜 삶을 주었고, 삶은 과연 무엇일까?



2025년 어느 새벽, 지난 봄의 기록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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